감독 : 서극
주연 : 양채니, 오기륭
홍콩영화하면 아직도 서극을 떠올리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그 만큼 그가 연출하거나 제작한 [동방불패], [천녀유혼], [영웅본색], [황비홍] 등의 영화가 너무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비홍]의 스타 이연걸과 결별한 후 서극 감독은 아쉽게도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실한 흥행 영화라 믿었던 [황비홍] 시리즈가 이연걸에서 조문탁으로 바뀐 후 흥해엥 실패하였고, [중경삼림]의 왕가위 감독의 등장으로 서극 감독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져만 가고 있다.
이제 서극 감독도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일까? 그는 마치 [중경삼림]을 의식했는지 처음으로 사랑 영화의 메기폰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중경삼림]식의 도시인의 감각적 사랑 이야기가 아닌 [천녀유혼]식의 고전적이고 최루성 짙은 사랑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했다. 아마도 그의 남은 자존심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양축]은 서극 특유의 힘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어색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높이고 있는 양채니는 귀여운 이미지 때문인지 영화 후반의 비련의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얼굴인 오기륭 역시 연기는 아직 서투른 듯.
그러나 역시 서극은 서극이었다. 그의 감각적인 영상은 두 주연 배우의 미숙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어필하였으며 라스트 부분은 [천녀유혼]식의 환상적인 결말을 선택해 두 주인공의 슬픈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이제 서극은 이 영화에서의 영화적 외도를 뒤로 하고 다시 자신의 장기인 액션영화로 돌아가려 한다. 그에겐 1996년이 중요한 해이리라. 어쩌면 그는 이제 홍콩영화사의 박물관으로 물러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서극 감독의 휴식과도 같은 소품에 불과하다. 그의 재기가 기대된다.
1996년 1월 9일 VIDEO
2010년 오늘의 이야기
확실히 90년대 후반은 홍콩 느와르가 점차 그 힘을 잃어가면서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이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서극 감독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으며 어쩌면 홍콩영화사의 박물관으로 물러날지도 모른다는 제 예측은 너무 섣불렀던 것 같습니다.
이후 서극은 장 끌로드 반담과 미키 루크, 그리고 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을 캐스팅한 [더블 팀]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고, 최근엔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을 감독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양축]을 보니 양채니가 생각나네요. 당시엔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인데... [방콕 데인저러스]를 마지막으로 활동이 뜸하네요.
'추억의 영화노트 > 1996년 영화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전쟁(The War) ★★★★1/2 (0) | 2010.12.20 |
---|---|
장미빛 인생 ★★★ (0) | 2010.12.19 |
폭로(Disclosure) ★★★★ (0) | 2010.12.11 |
개같은 날의 오후 ★★★★★ (0) | 2010.12.06 |
돌로레스 클레이본(Dolores Claiborne) ★★★★★ (0) | 2010.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