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홍준
주연 : 최명길, 최재성, 이지형, 차광수
95년 대종상 영화제 각본상 수상
언젠가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신인 감독은 한 편의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주려다 오히려 짜임새를 잃고 작품도 실패하고 만다.'
서울대 영화 써클 '얄라성' 출신에 임권택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조감독을 해온 김홍준 감독. 그가 내놓은 데뷔작은 80년대 어두웠던 일면들을 관객에게 내보인 [장미빛 인생]이다.
요즘같은 풍요로운 시대에 왜 하필 그는 어두침침한 만화방과 깡패, 운동권 학생 그리고 흔히 말하는 하루살이 인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내놓았을까? 어쩌면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에 하지 못한 일을 영화 속에서나마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만화방의 여주인 최명길은 만화방을 찾는 쓰레기같은 인생들을 멸시하면서도 그들의 곁을 끝내 떠나지 못하고 결국 그들을 이해하고 감싸준다. 80년대에 대한 어둡고 아픈 기억들은 결국 이렇게 치유된다. 지식인인 김홍준 감독의 자기 반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는 앞에서 말한대로 이 한편의 영화에 80년대의 어두운 기억들을 밀집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 최명길이 최재성에게 겁탈당하는 장면과 최재성이 이지형과 차광수를 도망시키기 위해 거짓 인질극을 펼치다 사살당하는 장면등이 그것인데 약간의 억지가 보인다.
만화방의 여주인역을 해낸 최명길은 이제 연기력이 원숙해졌음을 보여주는데 특히 겁탈당하는 장면에선 오싹할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해내었다.
1996년 1월 9일 VIDEO
2010년 오늘의 이야기
김홍준 감독은 [장미빛 인생]을 통해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하지만 [장미빛 인생]은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아야 했고, 결국 그는 이후 윤도현, 김창환을 캐스팅하였던 [정글 스토리]를 연출하였을 뿐, 감독으로써는 더 이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80년대 후반 당시 최고의 청춘 스터였던 최재성은 90년대 들어서 [아담이 눈뜰 때]와 [장미빛 인생]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역시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점차 관객들에게 잊혀져 가는 신세가 되고 있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의 흥행 실패는 김홍준 감독과 최재성에게 장미빛 인생을 제공하지는 못한 듯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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