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6년 영화노트

개같은 날의 오후 ★★★★★

쭈니-1 2010. 12. 6. 23:25

 

 

감독 : 이민용

주연 : 하유미, 정선경, 손숙, 김보연, 송옥숙, 문수진, 정보석, 이경영, 김민종, 조형기

 

 

여성문제를 영화에 담는데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처럼 눈물에 호소하는 방법이 가장 대중적이다. 그러나 가끔 [그대안의 블루], [네온속에 노을지다]와 같은 감각적 페미니즘 영화가 여성 관객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신인 감독인 이민용 감독은 새로운 여성 영화를 제시했다. 바로 코미디이다. 전혀 웃길것 같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그는 탁월한 풍자로 남성 관객마저 웃게 만든다.

이 영화의 소재는 억압받는 여성이다. 의처증을 가진 남편에게 매일 맞고 사는 정희(하유미), 남성들의 노리개인 호스티스(정선경), 40대 이혼녀 경숙(손숙), 쓸데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부녀회장(김보연), 대치극 와중에도 남편과 정을 통한 여자와 옥상의 대결을 벌이는 영의엄마(송옥숙), 그리고 남자이면서 여자이기를 원하는 호모 등.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성들이 본의 아니게 정희의 남편을 죽이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들과 대결을 벌이는 이는 보수적인 여성관을 지닌 경찰 기동대장(정보석)이다. 영화는 점점 남성과 여성의 대결구도로 이어지고 여기에 방송국 기자의 등장으로 이 사건이 전파를 타며 사건은 확산된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영화는 재미를 더해간다. 특히 엉뚱한 좀도둑(이경영, 김민종), 멍청한 담타기 전문가(조형기) 등 감초들의 재미도 한 몫 톡톡히 한다.

이민용 감독은 산만해지기 쉬운 여러명의 스타급 연기자들을 잘 조화시켜 여성문제를 보다 재미있고 현실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1996년 1월 7일 VIDEO

 

 

 


 

 

2010년 오늘의 이야기

 

[돌로레스 클레이븐]에 이어 이틀 연속 별다섯 영화 관람이군요. 제가 상당히 인상깊게 본 영화인데... 심각할 수 있는 여성 문제를 가벼운 코미디로 담아내 당시 관객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었습니다.

이민용 감독은 [개같은 날의 오후]가 감독 데뷔작이었는데 이 영화의 성공으로 백상, 청룡, 대종상 신인 감독상을 휩쓸었었습니다. 그런 만큼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이민용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차기작은 최민수, 이영애 주연의 [인샬라]였습니다. [인샬라]는 거대한 제작비에 비해 흥행에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이민용 감독은 한동안 메가폰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인샬라]이후 6년만에 [보리울의 여름]이라는 영화로 복귀했지만 그마나도 2005년 [독도수비대]이후 더이상 메가폰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같은 날의 오후]이후 [인샬라]마저 흥행에 성공했다면 우린 어쩌면 이민용 감독의 영화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