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 - 이 영화의 성장에 찬성한다.

쭈니-1 2010. 12. 9. 14:22

 

 

감독 : 마이클 앱티드

주연 : 벤 반스, 스캔다 케이니스, 조지 헨리, 윌 폴터

개봉 : 2010년 12월 8일

관람 : 2010년 12월 8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나니아의 3번째 문이 활짝 열렸다.

 

어제는 하루종일 날씨가 참 이상했습니다. 점심 때는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더니, 그 눈은 비로 바뀌고, 대 낮인데도 불구하고 밤처럼 깜깜해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볕이 쨍쨍 내리쪘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많이 온다고 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 하라고 잔소리하는 구피에게 벌써 운전 경력 6개월째인데 그 정도 눈길에서도 안전 운전할 수 있다고 맞섰던 저는 시시각각 달리지는 이상한 하늘을 보며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실 어제는 [김종욱 찾기]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하지만 [쩨쩨한 로맨스]에 이어 이틀 연속 로맨틱 코미디를 본다는 것에 대한 식상함과 낯선 세계에 온 듯한 하루종일 이상했던 하늘의 영향으로 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영화는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였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꽤 오랫동안 준비를 했었습니다. 바로 원작소설을 읽는 것이었죠.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영화 보기와 영화 리뷰 쓰기로 보내는 저로써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보고 싶었던 영화 몇 편을 포기해야 할 만큼 굉장한 희생이 따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 그러한 희생을 감수했던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이 영화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습니다. 총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다룬 천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원작 소설을 읽을 생각을 했을 정도로... (현재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새벽출정호의 항해'까지만 읽고 책은 덮어둔 상태입니다. ^^)

자! 이렇게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본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어땠을까요? 기대가 크면 그 기대감을 채우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인데 과연 이 영화는 그런 기대감을 총족시켜줬을까요? 쭈니의 영화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그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곧 공개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훌쩍 성장해 버린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해리, 헤르미온느, 론의 성장과 함께 처음 아동 취향적 판타지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해리 포터 시리즈] 역시 점점 성인 취향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5년 처음 공개되었던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페번시가의 남매인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로 돌아온 페번시가의 남매들 중 피터와 수잔은 더이상 아이라고 할 수 없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에서는 성장한 피터와 수잔은 나니아로 초대되지 못했고, 아직 앳띤 모습을 보여줬던 에드먼드(스캔다 케이니스)와 루시(조지 헨리)만이 나니아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나니아를 처음 발견한 귀여운 꼬마 아이였던 루시가 이젠 숙녀가 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에드먼드의 성장은 잘 모르겠는데 루시의 성장은 시리즈 시작 당시 가장 어려서인지 몰라도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우 세 개의 에피소드가 진행되었지만 5년이라는 세월동안 아역 배우들은 성장하여 성인 배우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배우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니아 연대기] 역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장의 시작은 원작소설과의 차별화에서 시작됩니다.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과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를 보기 전까지는 원작소설을 읽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원작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은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 개봉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영화가 원작에 정말 많이 충실했다.'였습니다. 이들 영화를 본 것과 원작소설을 읽은 시간의 차이 때문에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원작소설을 읽는 동안 영화의 장면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 느낌, 장면, 캐릭터 등이 거의 유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달랐습니다. 영화를 보며 깜짝 깜짝 놀랬습니다. 원작의 많은 부분들이 영화에서 바뀌어 있더군요. 특히 기본 설정 자체가 영화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전작들과는 달리 원작소설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실종된 영주들을 찾는 모험? 아니면 절대악으로부터 나니아를 구히기 위한 모험?

 

솔직히 원작소설을 읽으며 가장 재미있게 봤던 에피소드는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세번째 에피소드인 '말과 소년'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말과 소년'은 나중에라도 꼭 영화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실망스러웠던 에피소드는? 바로 '새벽출정호의 항해'입니다.

원작소설에서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폭군인 미라즈가 동쪽의 미지의 바다를 조사하라는 명목으로 쫓아낸 아버지의 일곱 친구들을 찾아 나선 캐스피언(벤 반스)과 에드먼드, 루시 그리고 그들의 사촌인 유스터스(윌 폴터)의 모험입니다. 그들은 론 제도, 용섬, 목소리의 섬, 어둠의 섬에서 각각의 모험을 마치고 경이로운 최후의 바다인 아슬란의 나라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 모험은 각각 독립되어 있으며, 약간 싱겁기까지 합니다. 특히 악몽이 현실이 된다는 무시무시한 어둠의 섬에서의 모험은 결국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어둠의 섬에 갇힌 한 명의 영주를 구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라만두의 섬과 세계의 끝에서의 모험도 특별한 모험보다는 철학적인 잔잔함으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립니다. 물론 큰 틀은 바뀌지않았습니다. 여전히 캐스피언과 에드먼드, 루시, 유스터스는 실종된 일곱 명의 영주를 찾아 나섰지만 여기에 영화에서는 악의 안개라는 원작에서는 없었던 것을 포함 시킵니다. 그렇게 추가된 악의 안개는 원작에서는 각각 구성된 모험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놓습니다.

원작에서 론 제도의 모험은 노예제도라는 악법을 뒤엎고 론 제도의 통치권을 다시 찾는 캐스피언의 모험담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론 제도의 노예제도가 정체불명의 악의 안개 때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악의 안개를 무찌르고 악의 안개에게 제물로 바쳐진 론 제도의 사람들을 구하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용섬 역시 마찬가지인데 원작에서는 욕심으로 인하여 용으로 변한 유스터스는 아슬란의 도움으로 곧바로 제 모습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용으로 변한 유스터스가 용섬을 벗어나고도 인간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용의 모습으로 멋진 활약합니다. 원작에서는 짧게 스쳐 지나갔던 어둠의 섬은 악의 안개의 본거지로 그려졌고, 괴물 바다뱀을 출연시켜(원작에서는 중간에 등장하지만 영화에선 하이라이트에 등장합니다.) 영화의 스펙타클한 재미를 더해줍니다.  

한마디로 영화는 일곱 영주를 찾아나선 모험이라는 약간은 미지근한 모험에 더해서 악의 안개라는 정체불명의 절대악을 추가시켜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입니다.

 

 

이 영화의 성장에 난 찬성한다.

 

원작소설의 팬이라면 이러한 이 영화가 바꿔버린 설정이 불쾌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만큼 파격적인 변화였으니까요.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작들을 뛰어 넘는 대단한 모험을 기대했던 저로써는 원작 소설에서의 새벽출정호의 모험은 너무 밋밋하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기에 좀 더 스펙타클하게 뒤바뀐 이 영화의 설정이 맘에 들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어차피 거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안겨줄 의무가 있는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로써의 의무에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성장해가는 주연 배우들의 성장과 함께 이 영화 역시 판타지 소설의 걸작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원작에 기댄 전작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설정과 스토리 라인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셈입니다.

 

아직 이 영화의 네번째 시리즈가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스터스와 새로운 주인공인 질의 모험담을 담은 원작의 여섯번째 에피소드 '은의자'가 될지, 나니아의 멸망을 다룬 마지막 에피소드 '마지막 전투'가 될지, 그것도 아니라면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프리퀼이라고 할 수 있는 첫번째 에피소드 '마법사의 조카'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말과 소년'이 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무엇이 될지라도 [나니아 연대기 : 새벽출정호의 항해]에서 보여줬던 성장을 잘 유지한다면 이젠 전설이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준비하고 있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이어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역시 성공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제 기억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 이 영화의 성장에 찬성합니다.

 

사실 난 원작의 훼손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원작의 축소판 역시 달갑지 않다.

영화는 영화대로 원작소설과는 다른 장점이 있지 않을까?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도대체 왜 원작소설을 굳이 영화화하려 한단 말인가?

 

 

* 이 글에서 언급된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