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워리어스 웨이] - 무협과 서부극을 짬뽕시킨 독특한 맛에 반하다.

쭈니-1 2010. 12. 2. 12:58

 

 

감독 : 이승무

주연 : 장동건, 케이트 보스워스, 제프리 러쉬, 대니 휴스톤

개봉 : 2010년 12월 1일

관람 : 2010년 12월 1일

등급 : 15세 이상

 

 

나의 박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 [워리어스 웨이]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저는 '대박이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이미 정지훈(비)이 [닌자 어쌔신]을 통해 이루어 졌지만, 국내에선 배우가 아닌 가수로 인지되는 정지훈의 할리우드 진출보다, 국내에서 배우로 명성을 쌓고 그 명성 그대로 할리우드로 이어나간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이 저는 더욱 반갑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반응과는 달리 제 주위 반응은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구피에게 '[워리어스 웨이]보러 가자.'라고 했더니 '난 별로 그 영화 보고 싶지 않은데!'라는 썰렁한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뭐 구피는 여자이고, 액션 장르의 영화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기에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액션 영화라면 환장을 하는 제 친구의 반응을 들은 저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워리어스 웨이]? 아, 그 영화... 난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 제 친구의 반응마저 그러하니 전 '뭐야! [워리어스 웨이]를 기대한건 나뿐인거야?'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더군요.

 

시큰둥한 구피와 함께 결국 [워리어스 웨이]의 개봉 당일 극장을 찾았습니다. CGV에서 예매를 하다보니 좌석이 많이 남았더군요. 아무리 평일이라고해도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이 영화의 이슈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였습니다.

조금은 한산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솔직히 전 괜찮게 봤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본 구피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구피의 그런 반응은 예상했기에 괜찮았지만 영화를 보고 극장 밖을 나오는 다른 관객들은 어땠는지 궁금해서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다른 관객들 표정 역시 밝지가 않더군요.(어땠냐고 직접적으로 묻지는 못햇습니다. ^^;)

오늘 영화 기사를 검색해보니 개봉 첫 날 최강희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워리어스 웨이]는 2위에 만족해야만 했다고 하네요. 그러한 기사를 보며 든 생각은 '이제 우리 관객들에게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이슈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가 보다.'입니다. 첫 날 박스오피스는 성적은 영화의 재미보다는 그 영화의 이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중요한 척도이기에 더욱 그렇게 생각이 되네요. 

그래도 전 여전히 한국 영화 시장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그들이 있기에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그들을 향해 이렇게 오늘도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무협과 서부극을 짬뽕시킨 독특한 맛에 반하다.

 

하지만 박수는 박수이고, 영화에 대한 평가는 평가대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낼 생각은 저 역시 없으니까요.

일단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전 [워리어스 웨이]를 괜찮게 봤습니다. 무협과 서부극을 짬뽕 시킨 아이디어가 좋았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무협, 혹은 사무라이 영화처럼 꾸며져 있다가 중반부터는 전형적인 서부극의 형태로 진행되더군요.

특히 영화의 후반에 진행되는 무협과 서부극의 짬뽕 액션씬은 총과 칼이라는 서로 다른 무기 만큼이나 서로 개성이 뚜렷한 두 장르가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다이나믹함이 제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전사 양(장동건)이 거주하는 미국 작은 마을의 풍경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연상될 만큼 독특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서커스단의 복장으로 마지막 결투에 임하는 모습은 마치 [쿵푸허슬]에서 돼지촌 사람들이 도끼파에 맞서는 장면과 묘하게 오버랩되었습니다.

 

할리우드의 정통 서부극도, 그렇다고 동양적인 무협 영화도 아닌 [워리어스 웨이]는 어쩌면 그러한 탓에 일반 관객들에게 상당히 낯선 느낌의 영화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반대로 이미 고전 장르 취급을 받고 있는 서부극과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이젠 식상하기까지 한 무협 장르를 적당하게 혼합시켜 놓은 이 영화의 짬뽕 정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장르 영화는 어차피 그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장르 영화의 한계점을 뛰어 넘으려는 노력이 저는 독특함을 담보로 하는 퓨전 장르로의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낡았다는 장르적 취약점을 가진 서부극과 너무 식상하다는 취약점을 가진 무협 영화를 섞은 퓨전 장르를 선보인 [워리어스 웨이]는 충분히 그 독특함을 인정받아야 될 것입니다.

 

 

액션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다.

 

[워리어스 웨이]의 국내 언론 시사회가 열렸던 날, 예상했던대로 '특수효과, 혹은 액션은 괜찮지만 스토리 라인이 단순하다.'라고 대부분의 영화 평론가들과 기자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저 역시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특수효과와 액션의 화려함에 기대를 걸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예상은 초반부터 무너졌습니다. 

제가 이상했던 걸까요? 전 이 영화의 특수효과와 액션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에서 양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되기 위해서 벌이는 전투 장면은 '이게 뭐야?'라는 불평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습니다. 현란한 액션을 기대했지만 장동건이 슬로우 모션으로 뛰어가는 장면과 추풍납엽처럼 쓰러지는 적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며 액션씬은 점점 나아지지만 눈에 확 띄는 특수효과는 여전히 없었고, 가장 기대를 모았던 양과 암살단 두목의 마지막 대결 역시 싱겁기만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영화의 특수효과와 액션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그 대신 제 맘에 들었던 것은 중반부터 펼쳐지는 감정이라고는 없었던 양이 마을에 정착하며 점점 인간적인 삶을 배우고 거기에 동화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약간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워리어스 웨이]는 그러한 장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그 결과 양의 캐릭터가 살아나 주었으며,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 역시 쉽게 죽어나가는 소모품이 아닌 정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코로넬 대령(대니 휴스턴)과 마지막 전투에서 희생된 마을 사람들의 장면이 비장감있게 느껴지는 것도 그러한 중반의 노력 덕분이었고, 자신이 숨은 곳이 암살단으로 부터 탄로날지도 모르지만 결국 마을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전투에 참가하는 양의 심정이 애틋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해야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는 비평가들의 평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닌자 어쌔신]에서는 라이조(정지훈)의 핏빛 액션만을 볼 수 있었지만 [워리어스 웨이]에서는 액션이 현저하게 줄어든 대신 양의 캐릭터가 느껴졌습니다.

 

 

조연 배우들의 매력 부족이 아쉬웠다.

 

하지만 제게 [워리어스 웨이]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기대했던 액션이 부족했던 것이 일단 가장 아쉽습니다. 오프닝 장면과 마지막 암살단 두목과의 결투 장면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심혈을 기울여 현란한 액션을 선보였다면 영화의 긴장감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매력 또한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양과 로맨스를 이끌어나갈 린(케이트 보스워스)이었습니다.

케이트 보스워스는 [수퍼맨 리턴즈]에서 수퍼맨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 역을 맡아 그 매력을 맘껏 뽐냈던 배우입니다. 하지만 [워리어스 웨이]에서 그녀는 과묵한 양을 웃게 만드는 말괄량이 역 밖에 해내지 못합니다. 부모와 동생을 죽인 코로넬 대령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간절함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그냥 덜렁대는 말괄량이에 그쳤던 것입니다. 분명 매력있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선 어쩜 저렇게 매력 없게 보였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제프리 러쉬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샤인]을 통해 아카데미를 거머쥐며 연기력 만큼은 인정받았던 그였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실력을 감추며 술주정뱅이로 사는 총잡이 론이라는 캐릭터는 그의 연기력을 감안한다면 평균 이하였습니다.

그 대신 악역을 맡은 대니 휴스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는데 능글맞은 악당의 연기를 정말 소름끼치게 잘 표현해냈습니다.

분명 [워리어스 웨이]는 그리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짬뽕 정신이 묻어나는 B급의 향기가 물씬 풍겼던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을 만한 잘 만든 오락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독특한 매력의 B급 영화의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워리어스 웨이]는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현란한 액션은 부족했지만 그 대신 제법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 구축되어 있고, 기대했던 할리우드 배우들의 매력은 부족했지만 아기의 해맑은 미소와 장동건의 조각같은 외모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에 박수정도는 쳐줘도 충분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 술에 배가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밥맛이 돋아나게 할 수는 있다.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관객의 박수를 받을 일이다.

 

* 이 글에서 언급했던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