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스카이라인] - 이 영화는 왜 까여야만 했나?

쭈니-1 2010. 11. 29. 14:22

 

 

감독 : 그렉 스트로즈, 콜린 스트로즈

주연 : 에릭 벌포, 스코티 톰슨

개봉 : 2010년 11월 24일

관람 : 2010년 11월 28일

등급 : 12세 이상

 

 

[스카이라인]은 구피와 함께 봐야 할 기대작이었다.

 

매주 월요일, 저는 이번주 개봉작을 정리하며 그 중 극장에서 봐야할 기대작들을 정합니다. 그러한 기대작 중에는 구피와 함께 봐야할 영화와 혼자 봐야할 영화로 구분짓게 됩니다. 구피와 함께 볼 영화는 주로 SF, 판타지 영화들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구피가 선호하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봐야할 영화는 코미디, 멜로, 스릴러 영화입니다. 구피는 코미디, 멜로는 극장에서 극장에서 보기엔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스릴러 영화는 무서워서 못 봅니다.

그러한 탓에 [스카이라인]은 지난주 개봉작 중에서 구피와 함께 봐야할 기대작이었고, [이층의 악당]은 혼자 봐야할 기대작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달 내내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좋은 구피에 대한 배려(?)로 [이층의 악당]을 먼저 봤고 주말동안 구피의 컨디션을 조절하여 일요일쯤 [스카이라인]을 함께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스카이라인]에 대한 이상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네티즌의 영화 리뷰는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고, 거기에 [스카이라인]의 수입업체가 [이층의 악당]에 대한 평점 깎아내리기 조작 알바를 채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스카이라인]은 한국영화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스카이라인]을 예정대로 구피와 함께 봤습니다.

 

 

대부분의 네티즌 리뷰에 의히면 [스카이 라인]을 보면 눈이 썩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가 알던 SF영화와는 다른...

 

그럼 [스카이라인]은 왜 그렇게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일까요? [스카이라인]을 보고나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영화 리뷰를 보니 초반에만 '괜찮다'라는 평이 잠시 올라왔을 뿐, 이후에는 '최악', '쓰레기'라는 표현이 서슴치않고 등장하고 있으며, '괜찮다'라는 평을 올린 분들은 알바로 몰리고 있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꽤 신뢰성이 가는 영화 블로그에서조차 과격한 단어를 써가며 이 영화를 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이 영화의 그 무엇이 그토록 네티즌들을, 일반 관객들을 화나게 했던 것일까요?

일단 [스카이라인]은 그 동안의 할리우드 SF영화와는 다른 스토리 전개 방식을 띄고 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외계인 침공 영화들의 공식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인류는 위기를 맞이하지만 인류를 구할 영웅의 등장과 일반인들이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낸다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카이라인]은 아닙니다. 초반 엄청난 위력을 지닌 외계인의 침공까지는 이런 류의 다른 영화들과 같은 스토리 라인을 지닌 듯이 보이지만 이후부터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외계함선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이 영화가 걷는 길은 다른 영화와 다르다.

 

 

무기력한 주인공, 빼앗긴 희망

 

문제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SF영화와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그러한 길이 관객에게 쾌감을 안겨주기 보다는 답답함과 두려움을 안겨준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제로드(에릭 벌포)가 그러합니다. 그에겐 영웅이 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애인 일레인(스코티 톰슨)이 임신하며 동기부여까지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보여준 그의 행동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초반엔 친구인 테리의 선택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줍니다.('내가 말린다고 테리가 듣겠어?'라는 한심한 변명과 함께...)

테리가 죽은 이후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우왕좌왕합니다. 사실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나가 요트로 가자는 테리의 계획은 영화를 보는 내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트로 가고나면 그 다음엔? 하지만 제로드는 점점 우격다짐으로 변하더니 나중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인공이 영웅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이다보니 이 영화는 답답하고 두렵습니다. 외계 함선이 지구의 하늘을 뒤덮고 사람들을 마구 함선 속으로 끌고 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미군의 반격은 전투기 몇 대와 군인 몇 명 뿐입니다. 영화를 보며 희망이라는 것이 전혀 보이지 않고 끔찍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 전쟁]을 볼 때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우주 전쟁]은 마지막에 급희망이라도 던져줬지만 [스카이라인]은 끝까지 그러지 않습니다.

 

 

하긴 이런 얘들 보며 무슨 희망을 느낄 수 있겠어?

 

 

놀라워도 너무 놀라웠던 마지막 반전

 

그렇게 무서워 벌벌 떨며 희망없는 도망 계획이나 세우고 있는 주인공들, 무기력한 미군,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스카이라인]은 마지막 반전을 관객에게 뚝 하고 던져 놓습니다. 사실 그러한 반전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습니다. 너무 뜬금없었고,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와도 맞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에 전 이 영화의 반전이 놀라웠습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마무리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반전은 속 편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으며, 희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이 영화에서 그래도 작은 희망이라도 던져주겠다는 감독의 미친 오지랖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렇지않아도 다른 할리우드 SF영화와 비교해서 달라도 너무 달랐던 이 영화는 마지막 반전을 통해 이 영화의 독특함에 지친 관객들을 넉다운시켜 버립니다. 

 

 

얘네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변할 줄은...

 

 

마지막 결정타는 역시 알바 논란.

 

[스카이라인]은 분명 많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아마 제작사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제작비 1천만 달러라는 할리우드 영화치고는 저예산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카이라인]같은 영화가 처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답답함과 두려움으로 관객을 몰아넣었던 SF영화는 앞에서 언급한 [우주 전쟁]이 이미 있었고, 마지막 반전은 어찌보면 [디스트릭트 9]과 기본 설정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카이라인]은 [우주 전쟁]보다 특수효과가 대단했던 것도 아니고, [디스트릭트 9]보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좋지도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카이라인]은 저예산 SF영화로써는 그럭저럭 봐줄만한, 그리고 앞으로 스토리만 잘 다듬는다면 B급 SF영화 시리즈로써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이 영화가 이렇게 네티즌들의 융단 폭격을 받는 이유는? 글쎄요. 잘 만든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관객들이 B급 저예산 SF영화에 느꼈을 배신감과 함께 [부당거래], [초능력자]등 우리 영화가 차지했던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할리우드 B급 SF영화에 빼앗긴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은 날 개봉한 우리 영화 [이층의 악당]을 평점 깎아내리기 논란이 결정타를 날린 것은 아닐까요? 하긴 저도 "김혜수, '알바'에게 당했다…'이층의악당' 평점조작 사실 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울컥했었으니까요.

 

 

그러게... 나쁜 짓하면 옥상에 올라가 벌받게 된다.

 

 

그럼 난 어땠는가?

 

사실 전 이 영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네티즌 영화평을 보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확 낮추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함, 답답함, 두려움이 전 좋았습니다.

과연 외계인이 침략한다면 우리 중에서 그에 맞서 싸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특히 그들이 우리보다 엄청나게 우수한 문명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우린 두려워하고 도망다니고, 숨기에 바쁠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제로드는 어쩌면 그러한 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뭔가는 해야겠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우린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무작정 따르거나, 혹은 이성을 잃게 되니까요.

전 이 영화의 반전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분명 속편을 기대하게 하였으며, 천천히 잘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반전 역시 뜬금없기 보다는 영화 중반부터 꾸준히 힌트를 관객에게 제공했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인간을 공격했던 외계 셍체 병기의 작동 원리, 제로드의 신체적 변화 등등)

이렇게 글을 쓰고나면 분명 '너 알바지?'라는 댓글이 따라 오겠죠? 하지만 이 세상엔 세상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가 없듯이 세상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영화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재미없게 봤다고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그 영화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쓰레기통 취급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내 취향이 독특하긴 한가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모두들 '이게 뭐야?'라는 표정이었는데

나 혼자 '괜찮은데...'라며 중얼거렸으니...

이래서 가끔 소외감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