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피라냐] - 굳이 3D가 왜 필요한건가?

쭈니-1 2010. 9. 27. 14:55

 

 

감독 : 알렉산거 아야

주연 : 엘리자베스 슈, 스티븐 R. 맥퀸, 제리 오코넬

 

 

이런 3D라면 거부한다.

 

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참 많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였습니다. 처음 흑백 무성영화에서 시작하여, 유성영화로, 그리고 칼라 영화로 발전하더니만 최근엔 3D영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의 변화에는 현실처럼 보이고 싶다는 영화의 강박관념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잊게할 만큼 점점 현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영화의 변화를 모두 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였던 찰리 채플린은 1928년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자 이를 거부하며 한동안 무성영화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도 시대의 흐름에 굴복하여 1940년 유성영화 [독재자]를 완성했지만...

[아바타]로 인하여 요즘 극장가는 3D영화의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장들은 그러한 열풍에 편승하여 3D영화에는 관람료를 높게 책정해놓고 돈벌이에 재미를 붙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런 3D라면 찰리 채플린이 그러했던 것처럼 시대의 흐름을 거부하겠습니다.

 

3D영화의 좋은 예 [아바타], 나쁜 예 [피라냐]

 

제가 [피라냐]의 3D를 거부하는 이유는 결코 3D영화를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저 역시 [아바타]를 보며 3D영화의 놀라움을 경험했으며, 이젠 대세가 3D영화일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라냐]의 3D를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피라냐'의 그 엽기스러운 공격을 현실의 세계에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의 변화의 중심에는 현실과 닮아가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영화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분명 판타스틱한 영화에서 생생한 현실감을 느낀다면 좋겠지만 만약 공포영화에서 생생한 현실감을 맛보게 된다면 상당한 불쾌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은 나의 현실이 판타스틱하고 즐겁기를 원하지, 공포스럽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좋은 예가 [아바타]입니다. 판도라 행성의 그 판타스틱한 자연을 생생한 현실감으로 체험했던 저는 [아바타]의 3D에 환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피라냐'의 그 엽기적인 공격을 생생한 현실감에서 느끼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공포 영화 매니아라면 3D로 인하여 극장에서 느낄 공포감이 극대화되기에 환영할테지만 전 공포 영화 매니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내가 왜 공포감을 느끼기 위해서 돈을 지불해야 하지?

 

사실 [피라냐]는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공포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도 않을 뿐더러, 팔등신의 아름다운 여인네들이 마구 벗어댄다는 소문을 들은터라 그냥 눈요깃 감으로 영화를 보고 즐기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제 생각이 여지없이 맞았습니다. 이 영화는 심각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그냥 영화 자체를 가볍게 즐기면 될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비싼 관람료를 지불해야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영화 관람료가 지금 현재 8천원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제게 [피라냐]는 1만3천원을 요구했고, 그 댓가로 그다지 탐탁하지 않은 생생한 공포감을 내세웠습니다. 마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는 멀티플렉스의 음모를 알면서도 빠져야만 하는 찝찝함이 밀려왔습니다.

분명 3D영화는 대세입니다. 하지만 전 극장에서 3D를 강요할 땐 단호하게 거부할 생각입니다. [피라냐]와 같은 B급 공포영화가 3D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비싼 관람료를 제게 강요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대세라 할지라도 전 극장에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겨도 좋을 B급 공포영화 [피라냐]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이런 류의 영화를 이렇게 이것저것 고민하며 봐야하는 지금의 현실이 조금 짜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