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카이지] - 원작 만화의 뛰어남만 엿보이는...

쭈니-1 2010. 10. 5. 12:34

 

 

감독 : 사토 토야

주연 : 후지와라 타츠야, 아마미 유키, 카가와 데루유키

 

 

패배자 이토 카이지는 어쩌다가...

 

[카이지]의 시작은 광신도 집단처럼 보이는 어느 집단이 지하제국 운운하고, 유키오(카가와 데루유키)는 지하제국을 지을 수 있는 인력은 걱정할 것 없다며 일본엔 희망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곧바로 즉석복권을 열심히 긁는 한심한 청년 카이지(후지와라 타츠야)의 모습이 등장하고 예상했던대로 카이지는 친구의 빚보증으로 위기를 겪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이상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운명의 크루즈선에 올라타게 됩니다.

솔직히 [카이지]의 시작은 조금 뜬금없습니다. 항상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영화 리뷰를 시작하다가 이번엔 다짜고짜 [카이지]의 스토리 라인으로부터 시작한 이 글처럼... TV 드라마를 1, 2회는 보지 못하고 중간부터 봐야하는 것처럼... [카이지]는 밑도 끝도 없이 영화의 중간 부분으로 훌쩍 뛰어넘어간 느낌이 듭니다. 그로인하여 후지와라 타츠야는 카이지의 상황이 아닌 오버 연기로 패배자 카이지를 연기해야 했고, 카이지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 알 수 없는 저로써는 그들의 게임이 참 유치하게 느껴졌습니다.

[카이지]는 초반 부분이 조금 지루해지더라도 인생의 패배자 카이지의 모습을 좀 더 보여줬어야 하며, 그리하여 후지와라 타츠야의 오버 연기가 아닌 카이지가 처한 상황으로 그가 궁지에 몰려 있음을 설명했어야 했습니다.

 

가위 바위 보 게임

 

크루즈선에서 처음 벌어진 게임은 가위 바위 보 게임입니다. 말 그대로 가위 바위 보 카드를 내서 상대방에게 이기면 상대방의 별을 하나 빼앗게 되고, 별 3개를 전부 빼앗기거나 게임 제한시간인 30분이 초과되었는데도 카드가 남았을 경우(한번 사용한 카드는 재 사용이 불가합니다.), 혹은 별이 3개 미만으로 남았을 경우는 경기에서 패하게 되고 별이 3개 이상 남았으면 별 1개당 1백만엔을 받는 게임입니다.

처음 게임 참가자들은 이런 게임을 왜 해야하냐며 아우성을 칩니다. 게임에서 질 경우 자신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러한 그들의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유키오가 호통 한 번치자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그들은 앞을 다투어 카드 게임에 몰입하고 그 와중에 탈락하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탈락자는 비명을 남긴채 어디론가 끌려가죠.

카이지가 극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마당에 가위 바위 보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처한 극한 상황이 설명되었을리 만무하고, 따라서 그들이 아우성을 치며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하는 모습은 무슨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지하 건설 현장에서는...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진 사람들은 지하 제국의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에 동원됩니다. 그들은 한달 월급을 받긴 하지만 맥주와 안주 등으로 그들의 월급을 소비하며 빚을 청산할 수 있는 희망 따위는 잊고 그렇게 무의미하게 일만 해댈 뿐입니다.

[카이지]를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도대체 뭐지?'입니다. 분명 상황은 무지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하 제국을 건설하려는 광신도 집단과 그들의 함정에 빠져 노예처럼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 이러한 분위기는 [20세기 소년]과 비견될 만큼 무거워야 마땅한데... 막상 영화 자체는 자세한 설명을 너무 많이 생략해 버림으로써 영화를 보는 저를 이 생뚱맞은 심각한 상황에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쉰 목소리로 소리만 지르는 후지와라 카츠야의 연기 역시 공감이 전혀 되지 않더군요.

영화의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10분임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방대한 원작을 한꺼번에 담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2시간 10분을 내걸고도 이렇게 생뚱맞게 영화를 진행시켜야만 했다면 사토 토야 감독은 좀 더 원작의 하이라이트를 과감하게 생략해서라도 등장인물의 표현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캐릭터가 우스꽝스러우면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이 영화는 확실히 보여줍니다.

 

그래도 왕과 노예 카드 게임은 한번 해보고 싶다.

 

영화 자체는 부실한 캐릭터 설명으로 인하여 생뚱맞았지만 마지막 카이지와 유키오가 벌인 왕과 노예 카드 게임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2명의 게임 참가자는 왕과 노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왕 카드를 선택한 참가자에겐 왕 카드 1장과 시민 카드 4장이 부여되고, 노예 카드를 선택한 참가자는 노예 카드 1장과 시민 카드 4장이 부여됩니다. 왕 카드는 시민 카드를 이길 수 있고, 시민 카드는 노예 카드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예 카드는 왕 카드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한번 낸 카드는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게임 설명에서와 같이 왕 카드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노예 카드를 쥔 게임자가 왕 카드를 쥔 게임자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20% 하지만 그 20%의 확률만 잡는다면 노예 카드를 쥔 게임자는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게임의 키포인트는 언제 노예 카드를 낼 것인가인데... 상대방이 왕 카드를 낼 타이밍을 맞춰야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가위 바위 보 게임을 둘러싼 게임 참가자들 사이의 속임수, 그리고 왕과 노예 카드의 흥미진진함이 이 영화에서 즐길만한 것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원작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한 성과는 제게 원작 만화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 것 밖에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