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레옹 파트2 - 와사비] - 레옹은 일본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쭈니-1 2009. 12. 8. 16:08

 



감독 : 제라크 크라브지크
주연 : 장 르노, 히로스에 료코
개봉 : 2003년 4월 14일

'프랑스 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 제게 있어서 영화 [레옹]은 정말로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프랑스 영화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액션 영화이면서도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급 액션 영화의 재미에 결코 뒤지지않았던 [레옹]은 제게 프랑스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 이후에도 저는 뤽 베송 감독의 영화는 모두 볼 정도로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년 후 어느날... 저는 지하철을 걷다가 [레옹 2]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영화 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약속 시간에 늦어 바쁘게 걷고 있던 제 발걸음은 그 순간 우뚝 멈췄고, 다시 뒤돌아서서 [레옹 2]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분명 그 포스터속엔 [레옹]의 히로인인 장 르노가 우수에 찬 표정을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정말로 레옹이 우리의 곁으로 돌아온 것일까? 아니 그는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레옹 2]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거지? 헐리우드처럼 주인공을 유전자 합성을 통해 되살린 것일까? 그런데 정말 저 영화가 [레옹]의 속편이 맞긴 맞는 걸까?' 그 포스터를 본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이 한꺼번에 밀려왔으며, [레옹 2]에 대한 제작 소식은 물론 뤽 베송 감독의 신작 소식도 들은바 없던 저는 [레옹 2]의 포스터 앞에서 우두커니 선채 포스터를 이리저리 살펴 보았습니다.
결국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영화 사이트에서 [레옹 2]를 찾아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분 후 저는 속았다는 생각에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레옹]의 속편도 아니었고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은 신작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와사비]라는 어엿한 제목이 있는 영화였으며, [택시 2]를 연출했던 제라크 크라브지크가 연출한 [택시]류의 경쾌한 액션 영화였습니다. 단지 주연이 장 르노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연관도 없는 [레옹]을 끌어들인 이 영화의 수입업자에게 분통이 터졌으며,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이러한 얄팍한 상술로 관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그 순진한 생각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몇년전 러닝타임을 조절하기 위해 [제 5원소]를 맘대로 가위질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뤽 베송에 의해서 '한국인은 돈밖에 모른다'([택시]에서 택시 트렁크에서 교대로 자며 영업을 하는 한국인들을 등장시켜 한국인을 지독한 돈벌레로 묘사했던...)는 원망을 들었을때의 그 쪽팔림이 다시 한번 생각나더군요. 꼭 관객을 속였어야 할 정도로 수입업자는 이 영화에게 자신이 없었을까요? 그렇게 자신이 없었다면 왜 돈을 들여서 수입을 했는지... 그들에게 정말로 묻고 싶습니다. -.-


 


  
[와사비]...(이 글에서 저는 이 영화를 원제인 [와사비]로 표기하겠습니다. [레옹 2]라는 제목은 [레옹]에 대한 모독일뿐더러 [와사비]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는 [택시 2]를 통해서 닌자 범죄단을 등장시켜 톡톡히 재미를 본 제라크 크라브지크 감독이 본격적으로 일본 탐방에 나선 영화이며, [택시 2], [키스 오브 드래곤], [트랜스포터]등 자신이 제작을 맡은 영화를 통해 꾸준히 동양적인 액션에 관심을 보여왔던 뤽 베송의 취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있노라면 동양적인 액션을 향한 제라크 크라브지크와 뤽 베송의 관심이 과연 올바른 곳에로 향해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평면적이며 단순하고 그럼으로써 멍청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와사비]의 영화적인 재미는 서로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의 충돌로 인한 웃음과 장 르노가 펼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입니다. 먼저 이 영화는 파리의 강력계 형사인 위베르(장 르노)와 일본의 천방지축 10대인 유미(히로스에 료코)라는 서로 완벽하게 다른 캐릭터를 하나로 묶음으로써 익숙한 재미를 이끌어 냅니다. 위베르와 유미는 서양과 동양, 남자와 여자, 무뚝뚝함과 천방지축이라는 거의 모든 면에서 서로 충돌하며 영화를 쉴새없이 활기차게 만들어 버립니다. 위베르의 의상을 어두운 색으로 통일하여 영화의 무게를 주다가도 유미의 그 호화찬란한 색상의 의상으로 인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뒤집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러한 이 영화의 방식은 경찰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택시 기사와 전혀 경찰같지 않은 어리숙한 풋내기 경찰을 한데 묶어 특이한 버디 무비를 완성했던 [택시] 시리즈와 과묵한 서양 킬러와 수다쟁이 동양 여자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커플을 선보였던 [트랜스포터]등 뤽 베송이 제작을 맡은 영화들을 통해 이미 여러번 봤었습니다. 이러한 익숙한 영화적 진행 방식은 한편으로 편안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편안함에서 더이상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위베르와 유미의 캐릭터 성격은 너무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일괄적이며, 스토리 라인은 모든 예상 가능한 범주내에서 이루어 집니다. 도대체 이 영화는 '레옹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마틸다같은 성격의 동양인 딸을 만난다면...'이라는 기본 설정외에 생각해낸 것이 무엇인지...


 


    
이 영화의 단세포적인 면은 영화의 캐릭터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나갈 액션은 캐릭터보다 더 단순합니다. 위베르와 유미라는 단순한 캐릭터의 충돌은 영화를 보는 동안 익숙함에서 찾아오는 편안함이라도 안겨주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은 장 르노의 우격다짐 액션 외엔 그 어떤 것도 관객에게 안겨주지 못합니다.
위베르는 헐리우드의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천하무적으로 보이며, 일본의 야쿠자들은 우스꽝스럽고 한결같이 멍청하게만 보입니다. 백화점에서 위베르와 유미의 뒤를 쫓는 야쿠자들이 모두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는 설정은 이 영화가 얼마만큼이나 악당의 세부적인 묘사에 관심이 없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래도 일본 정부가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가면서 위장 투입시킬 정도로 궤멸시키려했던 큰 조직이었는데 위베르 한 사람만의 힘만으로 그것도 은행에서의 한차례 액션 만으로 제압한다는 설정은 그나마 영화의 액션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제게 커다란 실망감만 안겨 주었습니다.
위베르라는 캐릭터는 천하무적 액션 영웅이고, 유미라는 캐릭터는 못말리는 천방지축 10대이며, 악당들은 단지 위베르와 유미의 사이에 잠시 나타나 마지막에 어이없이 깨지고마는 역할에 불과할 정도로 이 영화는 캐릭터의 성격 부여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며, 영화의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구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영화의 스토리 라인도 단순무식 그 자체이고, 액션마저 이렇게 단세포적인 멍청함을 벗어나지 못하자 정말로 맥이 빠져 버리더군요.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단순함만으로 영화적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텐데...
이 영화를 보고있자니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봤던 뤽 베송의 동양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위험해 보입니다. [택시]에서 보여줬던 그 기발함은 온데간데없고 단순한 동양 배우의 출연으로 관객의 이목을 이끌어보겠다는 뤽 베송답지 않은 얄팍한 상술만이 엽보이는 최근의 그의 제작 영화들은 몇년전 관객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한채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프랑스 영화계에서 쓰레기같은 상업 영화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서도 꿋꿋히 프랑스 영화에 일대 변신을 가져왔던 뤽 베송에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행보이기에 더욱 걱정이 됩니다. 물론 이러한 영화들이 뤽 베송이 직접 연출하지 않은 영화라는 것에서 약간 안도가 되기는 하지만... 차라리 이렇게 안좋은 방향으로 동양에 대한 영화적인 관심을 가질바에는 차라리 예전처럼 서양에 머물러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뤽 베송 감독이여! 이제 그만 우스꽝스러운 동양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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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
료코 상당히 귀엽지않나요....일본,프랑스합작영화같은데 정말 분위기두 딱괞찮고 레옹2는 아니지만 저분보니까 웬지 레옹2 맞는것같고
그러고보니까요......택시3두 개봉하다는덴 친구한테 택시애기 하니까 안본친구가 없더군요.....와사비는 일본음식중에 이름이라는덴 웬지좀 어색하지만 레옹2가 더괞찮군요....
 2003/04/14   
미니로
와사비=고추냉이?? 우리가 횟집에서 간장에 타서 찍어먹는 그 겨자같은거 얘긴가요?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겨자처럼 톡톡쏘는 그런 스타일인가보네요.
 2003/04/14   
쭈니 히로스에 료코... 귀엽죠. 단지 유미라는 캐릭터가 너무 단선적이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가 [와사비]인 이유는 아마도 위베르가 와사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장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한 위베르의 모습에서 동서양의 화합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너무 비약했나요??? ^^;
 2003/04/15   
아랑
지금 시디로 와사비 있어요. 하드에 복사해놓고 딱 보려고 하는데... 보기전에 쭈니님의 영화평을 보고 보려고 들어왔는데 이거 보니까 조금 있었던 관심도 다 사라졌어요 - -;
그래도 어쩔수 없죠 모^^;
 2003/04/17   
쭈니
이런... 제가 아랑님의 영화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켜버렸군요. 죄송~
제 글은 그냥 영화를 본다음에 읽어주세요. 영화에 대한 내용이 본의아니게 노출될 수도 있고, 이렇게 영화 보기전에 김을 팍 새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 ^^;
 2003/04/17   
winmir
레옹2라니..우리나라 영화사의 상술입니다..이건..레옹에 열광했던 분들 보시면 많이 후회할듯하네요..전 이거 작년에 봤는데 제목이 이렇게 바꿔서 들어올줄이야...그래도 레옹보다는 못합니다..  2003/04/20   
쭈니 올소!!! ^^  200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