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의 영원한 친구 사슴벌레 샤이어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1.
“어쩌면 좋지?”
웅이는 구피를 쳐다봤다. 이미 녹색 방인 난쟁이의 나라와 파란 방인 바다의 나라에서 위험한 모험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구하지 못했고, 파란 방의 밖엔 무시무시한 괴물 할아버지가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다.
“곤충의 나라에는 어떻게 가야 하지? 밖엔 괴물 할아버지가 버티고 있잖아.”
하지만 구피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내가 오션 킹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어. 이 마법의 방엔 서로 통하는 문이 있어. 그 문을 통해 난쟁이 왕도 오션 프린스와 동맹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고, 오션 프린스가 다른 방으로 숨어 들어가 쭈니님을 숨길 수 있었던 거야.”
“그래? 그러면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 어디 있어?”
“그건 바로 저기...”
구피가 손가락이 향한 곳은 방의 한 구석이었다. 얼핏 보기에 그곳엔 아무 것도 없어 보였다.
“저기에 뭐가 있다는 거지?”
웅이는 방의 한 구석에 가보았다. 거기엔 아주 작은 조개 부스러기가 있었다.
“이 방에 마법을 걸기 위해서 사용했던 것들이야. 난쟁이의 나라에서 쭈니님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토끼 인형을 사용했었어. 너도 알다시피 문라이트 래빗 말이야. 바다의 나라에서 쭈니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바다에 놀라가서 주워온 저 조개를 마법의 도구로 사용했어. 오션 킹이 블루 펄을 찾은 곳도 바로 저 조개에서였어. 문라이트 래빗이 그러했듯이 저 조개 역시 블루 펄을 빼앗기고 저렇게 조각이 나서 이 방에 버려진 거야.”
“그렇다면 저 조개 부스러기가 다른 방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거야?”
“맞아. 그래서 난쟁이 왕은 문라이트 래빗을 그렇게 끈질기게 쫓아 다녔어. 그는 문라이트 래빗을 이용하여 바다의 나라로 왕래를 했지만 신하들이 문라이트 래빗의 눈이 난쟁이의 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다시 놓아 준거야. 물론 바다의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문라이트 래빗을 죽일 수도 없었지. 그 사실을 난쟁이 왕으로부터 알게 된 오션 프린스도 오션 킹에게 블루 펄을 품고 있었던 조개를 빼앗은 거야. 그리고 그 조개는 바다의 나라가 사라지며 이렇게 파란 방에 내버려 진 것이고...”
구피는 웅이에게 다가와 웅이가 들고 있는 조개 부스러기를 집어 들었다.
“이렇게 조개 부스러기를 잡고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빌면 되.”
구피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웅이는 또 다시 자신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웅이와 구피가 도착한 곳은 마치 난쟁이의 나라와 같았다.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었고, 사방이 향긋한 꽃 냄새와 풀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여긴 난쟁이 나라 아냐?”
“아니, 틀려. 이걸 봐.”
구피는 웅이에게 나뭇잎 하나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나뭇잎은 정말 거대했다.
“우와. 이렇게 거대한 나뭇잎은 처음인걸.”
“바보야. 나뭇잎이 거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작아 진거야. 바다의 나라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숨을 쉴 수가 있었듯이 곤충의 나라에선 우리가 작은 곤충들에 맞춰져 몸이 작아진 거라고.”
구피가 주위를 경계하며 웅이에게 설명을 했다.
“조심해야해. 곤충들은 아주 위험하다고. 우리가 몸이 컸을 때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이렇게 몸이 작아졌으니 우린 아주 위험해.”
하지만 구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웅이는 자신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수많은 벌들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숨어.”
구피는 커다란 나뭇잎으로 웅이와 자신의 몸을 가렸다.
“이 녀석이 어디로 도망갔지? 저 쪽을 찾아보자.”
벌 병사들은 다행히도 다른 쪽으로 몰려 날아갔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저들은 어떻게 벌써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을 알고 있었지?”
“아니... 이상해. 저들이 쫓는 건 우리가 아닌 것 같아.”
“그래, 맞아 저들이 쫓는 건 바로 나야.”
웅이와 구피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아주 커다란 사슴벌레가 서 있었다.
“무서워하지 마. 난 샤이어라고 해. 너희들은 쭈니님이 보내서 온 거니?”
“너 우리 할아버지를 알아?”
“그럼 알고말고. 쭈니님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부상당한 날 집으로 데려와 간호도 해주시고, 집도 마련해 주셨어.”
“정말?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가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니?”
“뭐라고? 쭈니님이 사라지기라도 한거니?”
“모르고 있었구나. 할아버지는 10년 전 사라지셨어. 난쟁이 왕과 오션 프린스가 할아버지를 어디엔가 숨겨 놓은 것 같아.”
“그러셨구나. 그래서 날 보러 오지 않으셨구나. 쭈니님은 언제나 이 곳에 와서 나와 재미있게 놀고 가시곤 하셨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오시지 않았고, 그 사이에 사악한 여왕이 곤충의 나라를 점령하고 말았어. 이제 여기 곤충의 나라는 여왕으로 인하여 무시무시한 곳이 되고 말았지.”
“여왕이라고? 그 여왕의 정체가 뭔데?”
“그건 아무도 몰라. 아무도 여왕을 본 적이 없거든. 여왕을 보러 간 곤충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샤이어는 희망을 잃은 듯이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난 쭈니님이 돌아오시면 이 모든 것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쭈니님이 어디론가 사라지셨다면 우린 이제 어쩌면 좋지?”
샤이어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때 잠자코 샤이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구피가 나섰다.
“아직 절망하기엔 일러. 희망이 있다고. 쭈니님을 찾으면 되잖아.”
“하지만 쭈니님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호수의 거울에게 물어보면 되. 호수의 거울은 무엇이든 진실만을 말하니까.”
“뭐 호수의 거울이라고? 그건...”
“왜 그래? 너 호수의 거울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호수의 거울은 여왕이 가지고 있어.”
샤이어의 두 눈은 겁으로 질려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용기를 내었다.
“사실 지금 현재 호수의 거울은 완벽하지 않아. 쭈니님은 호수의 거울을 조각내서 여러 곤충들에게 나눠 주셨어. 물론 내게도 한 조각을 주셨지. 지금 여왕은 그 조각을 모으고 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쫓기고 있었던 거야. 소문에 의하면 여왕은 단 한 조각을 제외하고는 호수의 거울 조각을 모두 모았대. 이제 내 것만 남은 셈이지.”
샤이어의 말이 끝나자 웅이도, 구피도, 그리고 샤이어도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여왕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그래서 곤충들을 괴롭히는 여왕도 무찌르고 호수의 거울 조각을 맞춰 쭈니가 있는 곳을 알아내야만 했다.
3.
샤이어는 웅이와 구피는 마을로 데려 갔다. 그곳엔 수많은 곤충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샤이어는 곤충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 웅이라고 합니다.”
웅이를 본 곤충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넌 혹시 쭈니의 후예인가?”
무서운 표정의 사마귀가 불쑥 앞으로 나왔다.
“네가 정말 숲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릴 잡아 이 저주받은 숲에 가둔 쭈니의 후예라면 난 널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사마귀의 무시무시한 외침에 다른 곤충들도 환호를 지르며 웅이를 노려보았다.
“알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지금 마법에 걸려 이 곳에 갇혀 있다는 것을... 저희는 이미 난쟁이의 나라와 바다의 나라의 마법을 풀고 그들이 자유롭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여러분들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드릴께요.”
“흥. 우리보고 그걸 믿으라는 것이냐?”
“제발 믿어 주세요.”
웅이는 무릎을 꿇었다. 결코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이 곳에 갇혀 있는 곤충들에게 미안해서 였다. 웅이는 할아버지가 왜 이런 저주 받은 마법의 방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들을 마법에서 풀어줘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이 아이들을 믿어줘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여왕의 폭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샤이어도 웅이를 지원하고 나섰다.
“그래? 그럼 우리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곤충들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우린 여왕이 궁전에 처 들어 갈 것입니다. 그래서 여왕이 무찌르고 여왕이 가지고 있다는 호수의 거울을 빼앗을 것입니다. 호수의 거울은 진실만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그 호수의 거울이 있다면 여러분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뭐? 여왕의 궁전에 처 들어 가겠다고? 그건 자살 행위야. 지금까지 여왕을 만난 곤충은 단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어.”
곤충들은 여왕의 궁전에 처 들어간다는 웅이의 말에 질겁을 하며 뒤로 도망치기 바빴다. 그때 한 마리의 가냘픈 여왕개미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도와주겠어. 여왕의 궁전으로 가려면 그곳을 지키는 벌 군대와의 전투는 불가피할 거야. 그 수많은 벌 군대와 싸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개미 군대뿐이지. 이번 기회에 여왕의 권력을 등에 업고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벌들에게 뜨가운 맛을 보여줄 때가 온 것 같군.”
여왕개미가 앞으로 나서자 그 뒤로 셀 수도 없이 많은 개미 병사들이 뒤를 따랐다. 그러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다른 곤충들도 앞으로 나섰다. 이렇게 해서 웅이와 구피는 곤충의 여왕과 맞서 싸울 거대한 군대를 만들었다.
4.
드디어 여왕의 벌 군대와 곤충들, 그리고 개미 군대의 거대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벌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곤충들의 습격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 사이 웅이와 구피, 그리고 샤이어는 여왕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여왕의 궁전 안에는 죽어 있는 곤충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여왕은 분명 사악한 곤충이 분명해.”
웅이는 불쌍하게 죽어있는 곤충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때 궁전의 안에는 사악한 웃음소리가 났다.
“감히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군.”
여왕이었다. 하지만 여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웅이와 구피, 그리고 샤이어는 좀 더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거대한 거미줄에 엉켜 있었던 것이다.
“호호호. 감히 내 거미줄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겁이 없는 녀석들이군. 오랜만에 포식을 할 수 있겠는걸.”
여왕은 거대한 거미였다. 여덟 개의 흉측한 다리로 거미 여왕은 거미줄을 타고 한 걸음씩 웅이와 구피, 그리고 샤이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꼼짝도 할 수 없어.”
웅이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봤지만 그럴수록 거미줄은 웅이의 몸을 휘감을 뿐이었다. 그때 샤이어가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어떻게 해서든 이 거미줄을 끊어 버릴 테니까.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샤이어는 자신의 거대한 집게로 거미줄을 끊어 나가기 시작했다.
“감히 내 거미줄은 끊겠다고. 그럴 수는 없지.”
거미 여왕은 웅이에게 향하던 발걸음을 샤이어에게 향했다. 거미 여왕의 거대한 독침이 샤이어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샤이어는 자신의 딱딱한 껍질을 무기 삼아 버티고 있었다.
“샤이어... 힘내.”
웅이와 구피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샤이어를 응원하는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샤이어의 껍질이 아무리 단단하다고 할지라도 거미 여왕의 독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샤이어는 점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거대한 함성이 들려왔다. 벌 군대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곤충들이 궁전의 안까지 진입을 한 것이다.
그 수많은 곤충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오자 거미 여왕의 거미줄은 힘없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내 거미줄이 끊어져 버리다니...”
거미줄이 끊어지자 샤이어는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집게를 거미 여왕의 배를 향해 깊숙이 찔러 넣었다.
“으악~”
거미 여왕은 외마디 비명을 남긴 채 쓰러지고 말았다.
“우리가 승리했다. 만세...”
곤충들의 환호성 소리가 궁전 안에 울려 퍼졌다.
5.
궁전의 안쪽엔 깨진 거울이 있었다. 구피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호수의 거울이야. 쭈니님에겐 아주 소중한 물건이지.”
샤이어가 자신이 품고 있던 거울의 마지막 조각을 꺼냈다. 그리고 깨진 거울의 한쪽 면에 갖다 대었다. 샤이어의 거울 조각으로 인하여 호수의 거울은 드디어 완성이 되었던 것이다. 호수의 거울이 모든 조각을 갖추자 화려한 빛이 거울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자, 이제 됐어. 거울은 완성된 거야. 호수의 거울은 쭈니님이 어머니의 유품으로 받은 거울이었어. 쭈니님이 마법의 방을 만들며 호수의 거울에 신비한 힘을 불어 넣어서 곤충의 나라에 숨겨 놓았던 거야. 이제 이 호수의 거울은 진실만을 말하는 마법의 거울로 완성되었어.”
“도대체 뭘 망설여. 빨리 할아버지가 계신 곳을 물어봐.”
“알았어.”
구피는 호수의 거울은 들고 거울에게 말했다.
“쭈니님이 계신 곳을 말해줘.”
그 순간 거울은 반짝 빛을 내더니 낯선 곳을 비추었다. 그 거울의 안에는 우거진 숲이 있었다.
“뭐야. 혹시 할아버지는 곤충의 나라에 계신 것 아냐?”
거울에 비친 숲을 보며 웅이가 말했다. 하지만 구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곤충의 숲과는 틀려. 저긴... 바로 공룡의 나라야.”
구피의 소리에 웅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공룡이라니... 이미 멸종되었잖아.”
“이 마법의 방은 과거 멸종된 것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힘을 가졌나봐. 공룡의 나라라니... 이거 힘들겠는걸.”
구피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이제 우리들이 고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줘.”
다른 곤충들이 앞을 다퉈 호수의 거울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알았어요. 잠시만요... 곤충들이 이 저주받은 마법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그러자 이번에도 호수의 거울은 반짝 빛을 내더니 무언가를 비추었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샤이어였다.
“미안해. 사실은 나, 알고 있었어.”
그때서야 샤이어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나, 아주 오래 전에 병들어 죽었어. 쭈니님이 날 정성껏 간호해 주셨지만 난 이미 너무 많이 다쳐서 오래 살 수가 없었어. 쭈니님은 날 살리기 위해 내 몸에 마법을 불어 넣어줬어. 내가 바로 쭈니님이 곤충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마법을 불어 넣었던 매개체야.”
“뭐야.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우릴 속였던 거야. 어서 우릴 집으로 보내줘.”
다른 곤충들이 샤이어를 노려보며 달려들 기세였다.
“모두들 미안해. 난 한번만 더 쭈니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그래서 너희들이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럴 수가 없었던 거야.”
“잠깐... 만약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면 넌 어떻게 되는 거지?”
웅이가 불쌍한 샤이어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샤이어는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대신 구피가 이야기를 해줬다.
“샤이어는 죽게 될 거야. 원래 샤이어는 죽어 있었어. 단지 곤충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마법의 매개체로 살수 있었던 거야. 애초부터 생명이 없던 문라이트 래빗이 마법으로 마치 진짜 토끼처럼 살 수 있었던 것과 같은 거지.”
“그럼 샤이어는...”
이미 문라이트 래빗의 희생을 경험한 웅이는 샤이어에게도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난 괜찮아. 원래 숲 속에서 차갑게 죽어 다른 곤충들의 먹이가 될 운명이었는데 쭈니님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오랫동안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어. 웅이야, 구피야. 쭈니님을 만나게 되면 정말 행복했다고 전해줘.”
“안돼.”
웅이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곤충의 나라에서 벗어나 주황색 방에 있었던 것이다.
“샤이어는?”
“샤이어는 결국 스스로 희생했어. 곤충 나라의 마법을 풀기 위해서. 저길 봐.”
주황색 방 한 켠에는 사슴벌레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슴벌레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샤이어... 정말 미안해. 이렇게 널 희생시키다니... 꼭 할아버지를 만나서 네 이야기를 전해 줄께. 할아버지도 널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웅이는 샤이어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공룡의 나라에 가서 꼭 할아버지를 구하고야 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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