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잡담

100원과 100만원.

쭈니-1 2010. 9. 5. 22:31

오늘은 저희 아들 웅이가 여덟번째 생일 파티를 하는 날입니다.

이날을 위해 웅이는 친구들에게 생일 초대 카드를 보냈고, 너무 가슴이 설레여서 어젯밤엔 잠 한숨 자지 못했답니다.

어린 시절 소풍 가기 전날 가슴이 설레여서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나서 웅이의 그러한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웅이 생일 파티를 위해 토요일부터 음식 준비하느라 고생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고...

암튼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웅이의 생일 파티 때문이 아닙니다.

웅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모인 웅이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길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웠습니다.

낡은 남자 지갑이었는데 지갑 안에는 십만원짜리 수표 몇 장과 오만원권 수십장, 그리고 만원권도 꽤 많이 들어있더군요.

대충 봐도 백만원 가까지 되어 보이는 돈이었습니다.

저는 일단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웅이 생일에 초대된 여덟명의 아이들을 무사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거실에선 구피가 웅이 친구들에게 생일 음식을 차려주는 사이 저는 지갑을 살펴봤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지갑 주인의 명함이라던가, 전화번호는 없더군요.

순간 욕심이 생겼습니다.

백만원의 돈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니기에...

그렇지않아도 요즘 자동차 할부금에 웅이 생일 파티 준비로 생활비가 빵구난 저는 솔직히 그 돈이 탐났습니다.

웅이 생일 파티 때문에 당장 파출소에 갈 수 없었던 저는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돈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웅이 생일 파티 중간에 구피에게 양해를 구하고 동네 파출소에 가서 지갑을 맡기고 와서야 주운 돈에 대한 욕심이 겨우 사라졌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엔 돈을 주으면 파출소에 가서 경찰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초등학생 시절 저는 길거리에서 백원을 주웠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파출소로 달려갔었습니다.

그때 파출소의 경찰들이 제 손에 든 백원을 보고 웃으시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당시 백원이면 쭈쭈바를 두개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이었고, 왠만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초등학생에겐 꽤 큰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고민 따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고민을 했습니다. 

30년 전이라면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일인데 30년 이라는 세월이 절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나봅니다.

지갑을 파출소에 맡기고, 웅이이의 생일 파티가 끝나고, 웅이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파출소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인을 찾아 주었고, 그 지갑의 주인이 너무 감사하다며 작은 성의를 남겼다고...

그날 저는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진 복숭아 한 상자를 받아 들었습니다.

백만원의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받은 선물이었습니다.

그 복숭아는 너무나도 달콤했고, 복숭아를 먹는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가벼웠습니다.

물론 악마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오늘 제가 한 이 작은 선행이 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한 웅이에게 촉복이 되어 돌아와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