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내 깡패 같은 애인] - 중소기업 인사팀장의 입장에선...

쭈니-1 2010. 8. 7. 21:04

 

 

감독 : 김광식

주연 : 박중훈, 정유미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푹푹 찌는무더위와 개인적인 복잡한 일들로 인하여 회사에서 멍하니 앉아 있기를 일주일.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름휴가를 냈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는 초등학교 첫 여름방학을 맞이했지만 맞벌이하는 부모 탓에 여름방학다운 방학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웅이에게 체험학습 위주로 알찬 방학을 함께 보내주기로 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아주 많이 많이 봐서 지친 내 머리 속을 쉬게 해줄 생각입니다.

극장에서 볼 영화는 어차피 한정되어 있고, 웅이와 함께 보내기로 한만큼 시간도 많지 않은 관계로 이번 여름휴가의 영화는 대부분 안방에서 이루어질 예정인데... 그 첫 번째 영화가 바로 [내 깡패 같은 애인]입니다.

 

두 번의 시도만에 영화 보기에 성공하다.

 

사실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제 깡패 영화는 지긋지긋했고, 영화의 내용만 보더라도 3류 인생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서로를 보듬으며 거친 세상을 헤쳐나간다는... 뭐 너무 뻔한 내용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네티즌의 영화 리뷰 중 대사가 맛깔나고, 상황이 진솔하다는 글을 읽고 '엇! 이 영화, 괜찮나?'라는 생각이 들어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러나...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40분 만에 보기를 포기했습니다. 제 입장에선 대사가 맛깔스럽지도 않고, 상황이 진솔하지도 않았으며, 제가 처음 생각했던 뻔한 내용이 고스란히 펼쳐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두번의 시도만에 결국 다 본 영화는 초반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역시 시간을 투자해서 봐야할 만큼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라고?

 

제가 이 영화에 공감을 하지 못한 이유는 취업 준비생인 세진(정유미)의 상황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젊은 분들의 실업 문제가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관리 인사 팀장으로 수년째 근무하고 있는 제 입장에선 그것은 사회 구조 탓이기도 하지만 눈 높이가 너무 높은 취업 준비생의 탓이기도 합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연매출 100억 안팎의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 초봉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인원을 충원하려면 아주 애를 먹습니다.

요즘은 취업 사이트를 통해 클릭 하나만 하면 아주 간편하게 취업 원서접수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 및 경력사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면 수십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응모를 합니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러 오는 취업 준비생은 그 중 10%도 채 안됩니다. 그 이유는 저희 회사가 면접에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가져오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전화상으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가져오라고 하면 대부분 아주 귀찮은 목소리로 '네'라는 무성의한 대답과 함께 면접에 안나옵니다. 회사 간부를 모셔놓고 면접 준비를 했는데 면접을 보러 아무도 안오면 그때의 당혹스러움은 정말...

 

세진... 넌 정말 취업이 어렵더냐?

 

지방대 출신의 세진은 취업을 하러 몇 번이나 면접을 보지만 낙방을 하며 실의에 빠집니다. 그러한 설정이 제가 보기엔 세진이 너무 대기업 위주로 회사를 고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더군요. 특히 영화의 후반부 결국 취업에 성공한 세진이 초봉이 3천만원이나 된다는 대사에서 드러납니다. '헉~ 3천만원이라니...' 제가 관리부에 입사하여 10년만에 겨우 겨우 도달한 연봉입니다.

결국 세진이 그렇게 취업이 되지 않은 이유는 제가 보기엔 너무 대우가 좋은 회사를 골랐기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으며, 3천 만원의 연봉으로 취업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영화 속의 세진이 3류 인생이 아닌, 과장 직책을 달고 나서야 겨우 3천만원의 연봉을 달성한 제가 돈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3류 인생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마저 듭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제가 이 영화에게 진솔함을 느낄 수도 없을 뿐더러, 세진의 궁상이 짜증만 났습니다. 그나마 3류 깡패 동철(박중훈)의 상황이 다른 조폭 코미디와 달라서 신선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영화에 만족하기에 50%가 부족했던 셈입니다. 암튼... 제 입장에서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그런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