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나의 그리스식 웨딩]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결혼을 보다.

쭈니-1 2009. 12. 8. 16:03

 



감독 : 조엘 즈윅
주연 : 니아 바달로스, 존 코르벳, 마이클 콘스탄틴
개봉 : 2003년 3월 14일

어제 그녀와 결혼 예물을 맞췄습니다. 다이아 반지와 금 세트와 진주 세트 그리고 시계. 이제 드디어 저도 결혼하기는 하나 봅니다. 그녀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정말 우리나라의 결혼 제도가 너무 복잡한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뭐가 그리도 해야될 것이 많고, 예의를 차려야 할 것이 많은지... 정작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것일텐데... 우리나라의 결혼 제도는 그것과는 무관한 쓸데없는 절차들이 너무나도 많더군요. 예전엔 결혼을 앞두고 혼수 준비를 하다가 결국 갈라선 커플 이야기를 들으면 결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요즘엔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저희 부모님과 그녀의 부모님이 허례허식을 챙기시고, 그것때문에 우리 두사람이 힘이 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같이 살 집을 구하고 결혼식만 올리면 되는 것인 줄 알고 있다가 예의를 차려야 할 그 수많은 절차들을 듣고, 경험하니 왜 꼭 그래야만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으로 그런 허례허식을 생략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남들도 전부 한다던데...'식의 남의 시선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우리나라 전통의 혼례와 서양의 신식 결혼식이 혼합되어 이루어낸 이런 복잡한 결혼 절차들을 보며 저는 나의 자식들에게만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복잡한 절차들을 간략하게 생략하며 진정으로 그들의 사랑만으로 아름다운 첫 출발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벌써 자식들의 결혼 계획을 세우는 쭈니... ^^)
오늘은 결혼 준비를 하다가보니 너무나도 힘이 들어 나의 그녀와 합의하여 하루 푹 쉬기로 했습니다. 제 원래 계획은 침대에 뒹굴거리며 영화를 최소한 세편에서 네편을 보려고 했으나, 예전부터 너무나도 보고 싶어던 [나의 그리스식 웨딩]만 본 후 그만 낮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다 쓰고 다시 영화를 본다고 해도 한편 정도밖에 못 볼 듯... 이 황금같은 휴식날을 이렇게 낮잠으로 보내다니 너무나도 아쉽지만 이렇게 힘든 결혼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결혼을 하고나면 드디어 제게도 황금같은 날이 찾아올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야 겠죠? (제발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시기섞인 충고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


 



만약 저처럼 미국의 박스오피스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동안 미국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던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영화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제 경우는 미국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영화들이 어김없이 국내에도 개봉되기에 국내 극장에서 만날 영화를 미리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를 매주 챙겨 봅니다. 하지만 미국의 박스오피스를 보며 항상 느끼는 것은 박스오피스의 순위가 영화 자체의 재미보다는 출연 배우의 인기도나 영화의 지명도에 많이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떠들썩하게 광고되는 그 수많은 영화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실망을 했었는지... '어떻게 이런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치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가 한두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은 뭔가 달랐습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면서도 그 잘나가는 헐리우드의 쭉쭉빵빵 미녀 배우하나 나오지 않을 뿐더러, 출연 배우의 이름과 감독의 이름까지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뿐이었습니다. 단지 제작을 맡은 톰 행크스의 이름만 눈에 띌뿐이었죠. 그러한 이유로 2002년 4월 미국에서의 개봉당시 100여개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에 그쳤던 이 영화는(미국에서는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들은 최소한 1천여개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그러나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며 개봉 15주차인 7월에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진입했으며, 개봉 20주차인 9월엔 2위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결국 최종 흥행 성적은 2억 4천만 달러로 이 영화의 국내 포스터에도 큼지막하게 실린대로 [진주만], [미션 임파서블 2], [맨인 블랙 2]등 영화의 지명도와 배우의 인기도가 출중한 블럭버스터의 최종 흥행 성적을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이 영화에 대한 제 관심은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미국 박스오피스의 이러한 성공이 없었다면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은 국내에 개봉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며, 제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외적인 요소에 의해서가 아닌 영화 그 스스로의 재미로 인하여 관객들 스스에 의해 발견되어 졌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유명한 배우도 안나오고, 그렇다고 초반에는 배급에 실패하여 겨우 100개의 극장에서밖에 개봉하지 못한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이라면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벗어나 이제 슬슬 비디오 출시를 준비중일 시기에 개봉관을 대푹 늘려며 엄청난 흥행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인지... 전 이 영화가 궁금하여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의 흥행 신화는 우리나라에도 이어져 [나의 그리스식 웨딩]이라는 원제에 비해 아주 간결한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첫장면을 보고 제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뮤리엘의 웨딩]이었습니다. [뮤리엘의 웨딩]은 전세계적인 엄청난 흥행적 비평적 성공과는 반대로 제게는 실망만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어떻게든 결혼만 하면 된다는 뮤리엘의 그 멍청한 생각은 많은 여성 관객들에겐 공감을 줬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영화속에 등장하는 다른 남성 캐릭터처럼 뮤리엘이 역겹기만 했습니다. 그렇기에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주인공인 툴라(니아 바달로스)의 그 촌스럽고 뚱뚱한 외모만 보고 그녀도 앞뒤 안가리고 결혼하겠다고 나서는 멍청한 캐릭터에 불과한 것은 아닐지 덜컥 겁부터 났습니다.
최소한 이 영화는 초반에는 그러한 제 불길한 예상에 점점 맞아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툴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그리스 식당에서 툴라가 이안(존 코르벳)에게 첫눈에 반해서 멍청하게 서있는 장면을 보면서 그녀가 이안에게 그 멍청한 외모로 결혼해 달라고 조를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여성을 외모로만 따지는 것은 아니지만, 못생기고 멍청하기까지하여 매력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뮤리엘과 같은 캐릭터를 보면 그냥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툴라가 꼭 그럴것만 같았습니다. 서른살이 넘도록 데이트 한번 번번히 못해본 그녀의 캐릭터 성격이 점차 무조건 결혼에 목매다는 멍청한 캐릭터에 다가서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여주인공인 툴라에게 뮤리엘과 같은 멍청함을 부여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리스식 사고 방식으로 꽉 막힌 가족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할줄 아는 당찬 똑똑함을 지녔으며, 무관심속에 막무가내로 망가진 외모를 정성스럽게 가꿀줄 아는 부지런함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툴라가 아버지의 식당에서 일할때의 그 짜증나는 외모와 뭔가 중요한 부속이 하나쯤은 빠진 듯한 멍청한 태도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컴퓨터 공부를 시작하고 고모의 여행사에서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하면서 점차 매력적이고 활기찬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여성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요? 영화 초반의 툴라의 모습과 그녀가 활기를 되찾은 이후의 모습이 서로 비교되면서 저도 점차 툴라의 매력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둘씩 되찾을 용기를 얻어냅니다. 그녀는 단지 결혼만을 위한 만남이 아닌 사랑으로 이루어진 만남을 통해 이안과 교제를 시작하고,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고지식한 아버지에 맞서 자신의 사랑을 꿋꿋하게 쟁취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낸겁니다. 그리고 저는 툴라의 매력을 눈으로 확인한만큼 그녀의 그런 용기에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이 영화는 툴라가 다시 매력을 되찾고 사랑을 쟁취하려는 용기를 얻은 그 순간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재미를 획득합니다. 툴라는 그리스의 여성들은 그리스 남자와 결혼하여 그리스 혈통의 아이를 쑥쑥 낳아야만 한다는 고지식한 생각을 가진 아버지(마이클 콘스탄틴)를 설득해야 하고, 그리스 특유의 소란스러움을 지닌 자신의 대가족으로부터 이안과 이안의 가족들을 보호(?)해야만 합니다.
이안은 툴라와 결혼하기위해 그리스인이 되어야 하며, 이안의 부모님들은 툴라 집안의 결혼 방식에 일방적으로 따라야만 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이안의 가족과 툴라의 가족의 충돌이 한번쯤은 있음직하지만 이안의 가족이 툴라의 가족에 비해서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대응함으로써 그러한 갈등은 발생되지 않습니다. 단지 이안 가족의 그 당황스러운 표정과 툴라 가족의 불만만 잠시 비춰질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두 남녀의 결합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툴라의 결혼이 준비되는 동안 펼쳐지는 툴라 집안의 그 유쾌한 소동은 마치 제가 그 현장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생생하게 느껴졌으며, 툴라 가족들이 이안을 받아들이고, 이안 가족들이 툴라 가족을 생활 방식을 이해하게 되는 후반부에서는 훈훈한 재미마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딛고 서로의 사랑으로 난관을 극복한 툴라와 이안에게 사랑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서로의 방식이 어찌되었건 이 두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으며, 그 사랑만 있다면 어떤 방식이 되었건 결혼을 올리고 서로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저렇게 한바탕 파티 분위기로 소란스럽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그 근엄하고 엄숙하며 절차가 복잡한 결혼보다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파티 분위기의 결혼도 의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어찌되었건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가 아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그 사랑을 확인함으로써 행복한 첫 출발을 내딛는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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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 흠냐...정말 그런가? 명언이나 진리라는 것들은 다들 경험에서 나온 말들일테니까...씁쓸하넹....
여하튼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정말 재미있었쥐...시끌벅적 그리스인 가족들을 보면서 예전에 브라질에 있던 친구네 집 생각이 나기도 했고...어찌보면 생김새도 닮은것 같구...
가족들이 또다른 가족의 일에 신경써주고 생각해주고 참여해주고 한다는거 좋은거라 생각하면 되는거지....물론 도가 지나치면 좀 피곤하겠지만...저위의 마지막 사진....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저 두사람에게 누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다'라는 잔인한 말을 하겠니....그 주인공이 되지 못한 질투심에서 나온 말이겠쥐...ㅋㅋㅋ 약오르려나?
 2003/03/18   
쭈니 이 세상에 완벽한 진리는 없어.
남들은 결혼이 인생의 무덤일지 모르지만 난 결혼을 내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어야징~ ^^
파티같은 결혼식... 정말 좋은 거 같아.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결혼식은 너무 형식에 얽매인 것 같아.
좀 특이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는데... ^^
 200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