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블라인드 사이드 / The Blind Side (2009)

쭈니-1 2010. 5. 24. 00:26
영화 줄거리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커가던 '마이클 오어'. 건장한 체격과 남다른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에 의해 상류 사립학교로 전학하게 되지만 이전 학교에서의 성적 미달로 운동은 시작할 수도 없게 된다. 급기야 그를 돌봐주던 마지막 집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 마이클. 이제 그에겐 학교, 수업, 운동보다 하루하루 잘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날들만이 남았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차가운 날씨에 반팔 셔츠만을 걸친 채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평소 불의를 참지 못하는 확고한 성격의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낸다. 갈 곳 없는 그를 보살피는 한편 그를 의심하는 마음도 지우지 못하던 리 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이클의 순수한 심성에 빠져 든 리 앤과 그녀의 가족은 그를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리 앤 가족의 도움으로 성적까지 향상된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미식 축구 훈련을 시작하며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발휘하고, 리 앤은 그의 법적 보호자를 자청하며 마이클의 진짜 가족이 되고자 한다. 주변의 의심 어린 편견, 그리고 마이클이 언젠가 자신을 떠나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뒤로 한 채...

영화 감상평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원래 이런 영화 싫어한다.

 

사실 저는 영화를 많이 보는 만큼 영화에 대한 편식도 참 심한 편입니다. 물론 여러 장르의 영화를 골고루 볼려고 노력은 하지만 뒤돌아보면 언제나 액션, 판타지, SF영화들은 극장에서 보고,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집에서 보고, 나머지 장르의 영화는 잘 보지 않는 심한 영화 편식의 소유자입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사이드] 역시 안보려고 했습니다. 집도, 가정도 없는 어느 흑인 청년이 마음씨 따뜻한 백인 부부의 도움으로 유명한 미식 축구 선수가 된다는 스토리는 너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대놓고 감동을 들이대는 영화에 저는 거부감이 좀 심한 편입니다. 

 

산드라 블럭, 그리고 아카데미

 

정말로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자리를 놓고 멕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았고,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지 않았다면 저는 영원히 '이따위 억지 감동을 부추기는 영화는 안볼꺼야.'를 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산드리 블럭의 위력은 대단했고, 아카데미의 위력은 더욱더 대단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저는 제가 좋아 할만한 장르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블라인드 사이드]를 보던 구피는 '의외로 영화가 재미있네.'라며 끝까지 영화를 보더군요.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을 볼땐 30분 정도만 보다가 깊은 잠에 빠져버리더니, [블라인드 사이드]는 구피의 취향에 맞았나봅니다.

사실 구피의 취향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예상 외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언제나 골드 미스일 것으로 보였던 산드라 볼럭의 오지랖 넓은 아줌마 역활이 재미있었고, 마음의 상처가 있는 흑인 소년이 백인 가정에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구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우리라면 그럴 수가 있을까? 누군지도 모르는 덩치큰 흑인 아이를 과연 집에 들일 수가 있을까? 어린 아들이 있고, 다 큰 딸이 있는데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 리 앤의 친구들 역시 저와 똑같은 질문을 리 앤에게 합니다. 하지만 리 앤은 친구들에게 따끔하게 나무랍니다. 창피한줄 알라고...

일단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에서 놀랐으며, 아무리 여유가 있더라도 나라면 영화 속의 리 앤처럼 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그녀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억지 감동도 없었습니다. 감동을 들이밀며 억지 눈물을 쥐어쩔줄 알았는데 영화는 그저 담담하게 리 앤과 마이클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쫓아가기만 합니다. 역시 가끔 제 취향에서 벗어나는 영화를 접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