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축제가 있는 미국 웨스턴의 작은 도시. 야구장에 총기를 들고 난입한 주민이 보안관 ‘데이빗’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된다. 이후, 이상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그들의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도시는 삽시간에 폐허가 된다.
감염후 단 48시간 만에 죽음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 바이러스 '트릭스'의 유출을 알고 있던 정부는 군부대를 투입, 도시를 폐쇄하고 생존자를 전멸시키려 한다. 살인광기에 휩싸인 미치광이들과 도시를 전멸시키려는 정부를 상대로 살아남은 생존자는 데이빗과 그의 아내를 포함해 단 4명뿐.
그들은 필사적으로 통제불능의 도시를 탈출하려 하지만, 치명적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확산되어 전세계 50억 인구의 생명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혼자 보긴 무서웠다.
화요일 저녁. 다른 날 같으면 프로야구를 즐길 시간이었지만 우천으로 4경기가 모두 취소되어 제 시간이 갑자기 남아버렸습니다. 비를 뚫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기엔 전 너무 게을렀고, 내리는 비를 벗삼아 소주 한잔 기울이기엔 술 친구가 부족했습니다. 결국 저는 남는 시간에 오랜만에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보기로 결정한 영화는 [크레이지]. 미치광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마을이 폐허가 된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그러나 솔직히 혼자 보기엔 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요즘 독감 증세로 일찍 자겠다는 구피를 붙잡고 결국 같이 봤죠. 영화 보다가 자겠다던 우리 구피. 결국 저와 함꼐 끝까지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답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미처 버린다면?
이 영화의 배경은 마을 사람이 고작 1천명이 겨우 넘는 작은 마을입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잘 알고 지냅니다. 그런데 서로 이웃사촌 같은 사람들이 서서히 미처 가더니 자신의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죽입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죠.
정말 저런 바이러스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신을 헤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 곁에 누구도 믿을 수가 없으니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하고, 자기 주위의 모두를 의심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주인공인 데이빗은 자신의 부관인 러셀 덕분에 여러차례 목숨을 구하게 되지만 러셀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하여 그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개인을 탄압하는 국가 권력의 힘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조차 믿을 수없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몰살하려는 국가 공권력의 횡포입니다. 우리가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내고 살아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이 나약한 개인을 지켜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보호의 댓가입니다.
하지만 가끔 국가는 그러한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다수를 위해서 소수를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은 개인을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저지르는 가장 큰 착각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희생해도 되는 소수가 모여 바로 다수를 이루는 것이고 바로 국민을 이루는 것이며 국가가 있게끔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경우,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면 어쩌면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정부는 바이러스 유출을 막기 위해서 마을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몰살하려 합니다. 군인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미치광이 바이러스로 불안에 떨던 사람들은 어쩌면 이제 정부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군인의 행동은 마을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였죠.
영화를 보며 제가 가장 무서웠던 것은 마치 좀비가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는 감염자가 아닌 태연하게 마을사람들을 학살하는 군인이었습니다. 저 역시 어쩌면 희생해도 될 소수가 될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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