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가 일본 영화에 출현한다.
사실 국내 배우가 다른 나라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제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엔 우리나라의 영화에 다른 나라의 배우들이 출연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공기인형]에 출연한 배두나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대부분 해외에 진출한 배우들의 경우 연기력 보다는 인기에 의한 흥행 요소 덕분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포커스도 영화가 얼마나 흥행에 성공했느냐에 달려 있었죠.
그러나 [공기인형]은 배두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흥행을 노린 영화가 아닙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두나의 연기력에 반해서 그녀를 자신의 영화에 캐스팅하였고, 그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눈은 정확하여 배두나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수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석권하였다고 합니다.
배두나의 연기는 얼마나 대단했나?
왜 하필 배두나였을까요? 사실 그녀가 연기를 잘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공기인형]이 한국인을 소재로한 영화가 아니라면 굳이 배두나를 캐스팅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배두나는 어찌되었건 한국인이니 일본 대사 처리가 일본 배우들에 비해 어색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두나를 선택하였고, 일본 영화계는 배두나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이유는 배두나의 외모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찌보면 예쁜 얼굴이라고 할 수는 없는 배두나. 하지만 그녀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이중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그녀의 외모는 성욕 처리의 대용품인 섹스 인형이면서도 갑자기 인간의 마음을 갖게되어 백지와도 같은 순수함을 지닌 노조미 역활에 딱 알맞았던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느 부분이 진짜 인형이 출연한 부분이고, 어느 부분이 배두나가 연기한 부분인지 가끔 헷갈릴 정도로 그녀의 외모는 섹스 인형과 100% 부합되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두나의 상생.
그러한 배두나의 이중적인 외모 덕분에 굳이 배두나를 캐스팅해야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왜 배두나는 굳이 이 영화에 출연해야 했을까요? 섹스 인형이라는 캐릭터는 여배우가 소화하기엔 상당히 녹록치 않은 캐릭터이며, 그것도 타국에서 노출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그 만큼 위험도가 높은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흥행 배우로도, 연기파 배우로도, 그다지 인정 받지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던 배두나는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로 세계적인 거장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도움이 절실했는지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이 영화의 임팩트는 꽤 강했는데 한동안 배두나하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배두나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상생 관계는 대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해서...
그렇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두나의 시너지 효과가 꽤 강했던 [공기인형]은 인간의 마음을 갖게된 섹스 인형이 인간 사회의 외로움을 겪게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배두나의 노출씬이 있어서 화제가 되었지만 그 노출씬은 그다지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배두나의 노출씬 대부분이 섹스로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하는 외로운 현대인의 가여운 모습들이 잔뜩 베어나오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은 저로써는 이 영화속 캐릭터들이 느끼는 고독이 그다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에서 잔뜩 묻어나오는 고독의 향기는 꽤 강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진 노조미의 모습은 뭐랄까... 아름답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노조미는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됨으로써 사랑도 해보고, 외로움도 느껴보고, 절망도 느껴보았으니 해볼건 모두 해본 셈입니다. 잘 가요. 노조미. 다음 생애에선 외롭지 않은 인간으로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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