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연차 휴가를 내다.
2010년 들어서 갑자기 회사 일이 바빠지며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습니다. 특히 4월엔 주말마저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약속이 생겨 버려서 그야말로 제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저는 벼르고 별렀던 연차 휴가를 냈고, 하루종일 극장에서 영화나 보며 시간을 보낼 행복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야속한 하늘은 제게 극장에 갈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답니다. 하필 연차 휴가를 낸 날 아파트에서 방역을 한다고 해서 저희 집안 방역을 할때까지 기다리느라 오전을 소비해야 했고, 오후엔 뜻하지 않는 경찰서 출두와 방통대에 가서 졸업장 찾아오기 등으로 전부 보내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하루종일 극장에서 영화보기라는 계획이 깨진 것에 대한 허무감에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들고 [커플 테라피 : 대화가 필요해]를 보는 것으로 영화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제법 웃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 있었고, 경찰서에서의 일 때문에 상당히 불쾌해있었던 제게 이 영화는 제법 웃음을 주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4커플이 낭만적인리조트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커플상담치료를 받으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이 영화는 결코 심각하지 않게 부부 문제들을 건드려 놓습니다. 저 역시 결혼 8년 차이기에 그들의 상황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면서도 그들이 벌이는 웃기는 행동들에 가볍게 웃음을 지을 수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어제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을지도...
부부... 대화가 필요하다.
이 영화엔 네 명의 부부가 나옵니다. 한 부부는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각자에 대한 불만에 팽배해 있었고, 다른 부부는 서로 사랑하지만 결혼생활이 끝장날 위기에 처해 있으며, 또 다른 부부는 너무 어린 나이에 만나 결혼하여 이젠 서로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떠나버려 나이어린 애인과 리조트를 찾은 남자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그러한 캐릭터들의 상황이 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겉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커플의 경우는 혹시 나와 구피도 그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부부라는 것... 사실 겉으로는 인생의 동반자이지만 서로 개성이 다르기에 당연히 관심사가 다르고, 취미도 다르며, 생각도 다릅니다. 그렇기에 평생 모든 일을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부 사이에도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해 준다고 해도 서로 대화를 통해 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필요할 것입니다. 이 영화 구피와 함께 본다면 어쩌면 좀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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