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용기
주연 : 이범수, 김수로, 성동일, 이시영
[청담보살]에 대한 실망으로 인하여...
사실 제게 [홍길동의 후예]는 [청담보살]처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짧지만 굵게 웃고 넘길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청담보살]이 예상과는 달리 제게 전혀 웃음을 안겨주지 못했기에 [홍길동의 후예] 역시도 괜시리 기대가 되지 않더군요.
게다가 이범수는 [정승필 실종사건]으로 [청담보살]이상으로 제게 실망을 안겨줬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구피는 '난 그냥 [공부의 신]이나 볼래.'라며 영화 대신 TV 드라마를 선택해 버렸고, 저 역시 그냥 '영화 노트'나 업뎃할까 하다가 그래도 다시한번 우리나라의 코미디 영화를 믿어보자는 생각에 별 기대없이 [홍길동의 후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재미...
그런데 왠걸... 이 영화, 은근히 재미있는 겁니다. 영화의 초반 무혁(이범수) 가족의 이중 생활과 그들이 힘을 합쳐 이정민(김수로)의 집을 터는 장면은 '제법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종횡사해], [오션스 일레븐]을 연상하게 만드는 경쾌한 범죄 스릴러로써의 모습도 그럴듯하게 갖추었더군요.
영화의 중반 조선시대의 홍길동의 활약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살짝 [전우치]가 생각나기도 했고, 예상 밖으로 김수로를 악역으로 설정한 것은 [공공의 적], 혹은 [배트맨 시리즈]의 전략을 따라가는 듯이 보였습니다. 이범수의 캐릭터는 이범수의 출세작 [몽정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는 등 이 영화는 꽤 영리하게 다른 영화의 재미들을 이것저것 조합해 놓았습니다.
웃기기만 하는 코미디의 시절은 끝났다.
[청담보살]의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임창정과 박예진의 스타성에만 기대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홍길동의 후예]는 경쾌한 범죄 스릴러, 액션 그리고 코미디를 적절하게 혼합시키며 오히려 이범수, 이시영, 김수로, 성동일의 매력을 증폭시켜 영화의 재미를 지켜나갑니다.
특히 이 영화는 성동일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전 영화에서 그냥 웃기기만 했던 성동일은 이 영화에서는 송재필 검사라는 맞춤옷을 입고 이범수, 김수로에 결코 뒤지지 않는 매력을 맘껏 발산시킵니다.
슈퍼맨과 조커의 이미지를 적당히 차용한 김수로의 악당 연기도 의외로 어울렸고, TV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제대로 짜증나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이시영은 이 영화에선 상큼 발랄 엽기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제겐 급호감으로 바뀌었습니다.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거쳐 [원스어폰어타임]까지 점점 발전하고 있는 연출력을 과시한 정용기 감독은 [홍길동의 후예]에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오락영화로써의 실력을 발휘함으로써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이 영화 2편이 나와도 될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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