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유야마 구니히코
더빙 : 오오타미 이쿠에, 우에다 유지, 토요구치 메구미
사랑받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요즘들어서 부쩍 저만 보면 '아빠 놀아줘.'라며 제게 매달리는 웅이. 한때는 '아빠 미워.'를 입에 달고 살던 웅이가 언제부터인가 '아빠 최고!'로 바뀐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제가 웅이와 잘 놀아주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웅이의 눈 높이에서 놀아주기 때문이죠.
그렇게 웅이의 눈 높이에서 놀아주려면 웅이가 현재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지 잘 파악을 해야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룡을 좋아하던 웅이는 한때는 '파워 레인저'를 좋아하기도 했고, '로보트 태권 V'와 '그레이트 마징가', '트랜스포머'를 거쳐 요즘엔 '공룡킹 어드벤처'와 '포켓 몬스터'에 푹 빠져 있습니다.
'로보트 태권 V'와 '그레이트 마징가', '트랜스포머'와 같은 로봇의 경우는 제 영향으로 좋아하는 것이지만 '공룡킹 어드벤처'와 '포켓 몬스터'의 경우는 또래 친구들과의 노는 도중에 접하게 되고 좋아하는 것이라서 웅이와 '공룡킹 어드벤처', '포켓 몬스터' 놀이를 하려면 저 역시도 그들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봐야만 합니다.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를 웅이와 함께 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웅이 혼자 영화를 보라고 내버려두고 전 낮잠을 자거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등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웅이와 '포켓 몬스터' 놀이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기에 저는 웅이와 이 영화를 열심히 봤답니다.
몬스터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더라.
그렇다고 제가 '포켓 몬스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까닭에 '포켓 몬스터'에 대해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판 포켓 몬스터 DP :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를 보니 제가 알고 있던 '포켓 몬스터'와는 몬스터의 스케일이 틀리더군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포켓 몬스터'는 인간과 여러 종류의 포켓몬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서 지우가 자신의 포켓몬인 피카추와 함께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여행 도중 지우는 수 많은 포켓몬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제 기억 속의 포켓몬들은 피카추처럼 상당히 귀여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니 포켓몬스터들이 거의 신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 있더군요. 아르세우스와 기라티나, 펄기아, 디아루가 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포켓몬스터는 더이상 피카추와 같은 귀여운 생명체가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내용도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는 것같은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어서 가볍게 귀여운 포켓몬스터를 보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의 관람을 시작한 제게 당혹감을 안겨 줬습니다.
이래서 아이들 눈 높이가 점점 높아지는거구나.
아이들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에 본 영화가 마치 거대한 판타지 영화의 모습을 띄우고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오고가는 저런 복잡한 스토리 전개를 웅이가 이해할까?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는 웅이의 눈이 너무 진지해서 제가 웅이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들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웅이가 졸라서 종이에 열심히 아르세우스, 기라티나, 펄기아, 디아루가를 그려줬습니다. 뭔 캐릭터들이 저리도 복잡하게 생겨 먹었는지 그리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이들 캐릭터의 피규어에 웅이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나더군요. 아마도 다음 어린이날 선물은 이들 포켓 몬스터 피규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영화가 끝나고 웅이와 포켓 몬스터 놀이를 했는데 놀이를 하다보니 놀이의 스케일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점점 커지네요. 제가 어릴 때는 '마징가 Z', '그레이트 마징가', '캐산', '짱가', '그랜다이저' 등 로봇 놀이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로봇 놀이 뿐만 아니라 몬스터 놀이에 공룡 놀이까지... 암튼 좋은 아빠 되기도 참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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