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키리야 카즈아키
주연 : 에구치 요스케, 오사와 타카오, 히로스에 료코, 최홍만
애초에 최홍만만 아니었다면 관심조차 안 가질 영화이다.
일본 영화를 특별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일본 애니메이션은 참 좋아합니다.) [러브레터] 식의 청춘 멜로영화를 제외하고는 그 다지 저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더군요. 특히 호러, 액션 영화가 그러한데 왜색이 짙은 시대극의 경우는 더더욱 제게 영화적인 재미를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폭렬닌자 고에몬]이 바로 제가 기피하는 일본영화의 전형적인 영화입니다. 일본의 역사를 자세히 모른다면 재미를 만끽 할 수 없는 시대극이면서 닌자를 전면에 내세운 액션영화이니 제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씨름 선수로 활약하다가 2004년 격투기인 K-1에 진출한 최홍만이 출연한다는 소식은 이 영화에 대한 제 관심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미 한국 배우가 세계 다른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지만 한국 배우가 아닌 한국의 운동선수가 다른 나라의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기에 저는 일본 영화 속에 비춰질 최홍만의 모습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별 관심없이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홍만이 이 영화의 주연은 아니고 하필이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호위 무사로 조금 등장한다고 하니 2시간이 훌쩍 넘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며 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드문 드문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볼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 20분 정도를 본 저는 '오! 이 영화 의외로 재미있는데...'라며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서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의적 고에몬(에구치 요스케)의 유쾌한 캐릭터와 한국 특수효과와는 다른 일본식 특수효과의 독특함 덕분입니다. 고에몬은 부자들을 상대로 돈을 털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같은 의적인데 그의 유쾌한 성격은 마치 [전우치]의 전우치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의 특수효과 역시 전작이 [캐산]이었던 키리야 카즈아키 감독답게 시대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판타지적인 공간을 만들어 놓고 중국식의 과장이 가득 담긴 액션으로 독특함을 안겨줬습니다.
후반의 과장된 비장미는 좀 거부감이 들더라.
[폭렬닌자 고에몬]은 유쾌한 주인공 캐릭터와 제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인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특수효과와 액션은 왜색 짙은 일본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제게도 별 부담없이 다가왔습니다. 권력자들에 의해 자행되는 끊임없는 전쟁으로 희생당하는 민초들의 고통도 가슴에 꽤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으로 흐르면 흐를수록 전쟁광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려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얽히고 설키는 복잡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더니 마지막엔 과장된 비장미로 마무리합니다. 예전 홍콩영화에서 주로 봤던 이러한 과장된 비장미는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을텐데 굳이 이 영화를 그렇게 마무리한것이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참! 최홍만은 어땠냐고요? 흠...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 육중한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육중한 액션은 운동선수인 그의 이미지와 몸을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항간에는 하필 조선의 원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호위무사 역이냐는 원망 섞인 소리도 들리긴 하지만 어차피 영화는 영화일뿐이니 전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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