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헬로우 마이 러브 (2009)

쭈니-1 2010. 1. 25. 12:57

 

 

 

감독 : 김아론

주연 : 조안, 민석, 류상욱

 

 

생일날, 쭈니는 삐쳤다.

 

지난 1월 24일이 제 음력 생일날이었습니다. 원래 친구들과는 양력 생일날 만나고 가족들과는 음력 생일을 챙겼기에 전 은근히 음력 생일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일요일이니... 정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냥 구피와 극장에서 영화 한 편만 볼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다른 날 전부 놔두고 하필 제 생일날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의 선물을 사준다며 덜컥 약속을 잡더니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돌아다녔다고 저녁엔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픽 쓰러집니다. 영화 보러 가고 싶다고 살짝 언급을 줬지만 웅이 영어 숙제 봐주고 지 머리 해야한다고 미용실에서 시간 보내더니 저녁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돌아와서는 하는 말이 '비디오 안 빌려 봤어?'입니다.

순간 울컥 화가 났지만 생일날 영화 보러 안 가준다고 쪼잔하게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해서 마루에서 TV 보는 구피에게 괜히 짜증만 내며 저 혼자 방에 처박혀 [헬로우 마이 러브]를 봤습니다.

 

기분 나쁜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십중팔구 재미없다.

 

저는 영화를 볼 때는 왠만하면 기분을 좋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죠. 물론 기분이 상당히 울적할 때도 영화를 봅니다. 그럴 때는 가벼운 영화로 기분 전환을 하죠. 암튼 [헬로우 마이 러브]는 기분이 상당히 상한 상태에서 본 영화였지만 제 울적한 기분을 전환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영화였습니다.

오랫동안 한 남자만 바로보며 살아온 라디오 방송 작가 호정(조안).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낭군이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했지만 오 마이 갓! 그에겐 이미 프랑스에서 만난 애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여자가 아닌 남자. 과연 호정은 어찌해야 할까요?

영화의 주요 스토리는 '내 남자친구가 사실은 게이였더라.'입니다. 김아론 감독이 이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따라서 영화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무거운 사회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아론 감독은 이 영화가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무거운 사회 드라마가 되는 것 역시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호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내가 이상하기 때문인가?

 

약혼자인 원재(민석)를 동화(류상욱)에게 빼앗긴 호정. 제가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러한 호정의 캐릭터 때문입니다. 호정은 처음엔 민석을 원망하지만 그러한 원망은 아주 잠시뿐이고, 민석과 동화 사이에서 편안한 친구 사이처럼 잘 지냅니다. [걸 프렌드]에서도 그랬지만 내 남자의 애인과 잘 지내보겠다는 여자들의 심리(그것이 단지 영화에서 뿐일지라도...)가 전 너무나도 낯설고 이상하게만 여겨집니다.

어정쩡한 웃음 코드와 어정쩡한 문제지기. 그리고 배우들의 어정쩡한 연기도 별로였습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볼 당시 제 기분이 별로 안좋았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제 평가가 인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일날 본 영화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영화였음에는 분명합니다. 암튼 이번 제 생일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겠군요. 영화 한 편 변변하게 보지 못한 최악의 생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