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마크 웹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주이 데이샤넬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가슴을 후벼파는 이별영화더라.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전적으로 제67회 골든글로브에서 이 영화가 뮤지컬코미디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조셉 고든 레빗) 후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비록 작품상은 [더 행오버]가, 남우주연상은 [셜록 홈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차지했지만 [500일의 썸머]는 후보작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게 제 관심을 이끌어낸 [500일의 썸머]를 선택한 제 기대감은 '잘 만든 로맨틱코미디'에 맞춰져있었습니다. 유쾌한 웃음을 주고,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준다면 늦은 화요일 저녁을 부담없이 보내기에 충분히 알맞은 영화라고 지레 짐작한 것이죠.
하지만 영화의 초반 나레이션으로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더니 중반부터는 제 짐작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초반엔 순진남 톰(조셉 고든 레빗)과 엉뚱녀 썸머(주이 데이샤넬)의 사랑 이야기에 예상대로 유쾌하게 웃으며 영화를 관람했던 저는 중반부부터는 톰이 느꼈을 가슴을 후벼파는 이별의 아픔에 공감해야 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라도 안다면 미련을 덜 남을텐데...
[500일의 썸머]는 톰이 썸머를 처음 만난 날부터 1일로 하여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자체가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톰이 썸머와 달콤한 사랑을 나누던 때와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하여 아파하던 순간을 교차하여 편집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사랑의 달콤함과 이별의 가슴 아픔을 영화 속에 표현해냅니다.
처음엔 너무 순진한 톰이 멍청해 보였고, 너무 엉뚱한 썸머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10년 전 저 역시 톰과 같은 상황에서 아파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그녀가 왜 절 떠났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그녀가 제 곁에 머물 수 없었던 이유를...
그러한 경험이 있기에 [500일의 썸머]의 톰이 저는 공감되었습니다. 과연 그는 썸머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무엇 때문에 그녀가 날 떠난 것인지 그 이유라도 안다면 미련이 덜 할텐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미련이 남고, 화가 나는 것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라.
결국 썸머와의 이별을 받아들인 톰은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포기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이 세상에 사랑 따위는 없다고...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썸머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게 됩니다. 가슴 아픈 이별을 통해 톰과 썸머는 자신이 믿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신념이 서로 뒤바뀌는 묘한 상황에 처한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사랑해라'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사랑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둘이 함께 두 손을 꼬욱 잡고 죽지 않는다면 이별은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별의 아픔이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입니다. 아픈 이별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사랑에 대해서 성숙해지기 때문입니다.
톰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할 것이며 그의 새로운 사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썸머와의 사랑보다 훨씬 성숙해져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10년 전의 이별이 없었다면 저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조건 제가 원하는대로 진행시키고, 제가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면 된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며 옛 생각이 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슴 아픔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일의 썸머]는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나가고 있으며, 낯설은 주연배우들의 매력도 출중했고, 특히 영화 내내 흘러나왔던 음악들도 꽤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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