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진영
주연 : 박예진, 임창정
내겐 웃음이 필요하다.
금요일날 밤 11시까지 야근했습니다. 저녁 식사도 하지 못하고 모두 퇴근한 썰렁한 사무실에서 혼자 숫자들과 씨름을 하자니 짜증이 나더군요. 특히 일은 거의 마쳤는데 데이타를 회계 프로그램에 일괄 등록하려고 하니 자꾸 에러가 발생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2천7백개의 데이타를 일일히 살펴볼 수도 없고, 그렇게 혼자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4시간을 일하고나니 기운이 쭈욱 빠지더군요.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저는 시원하게 캔 맥주 하나를 들이키고, 가벼운 코미디 영화인 [청담보살]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목요일에 극장에서 본 [의형제]의 영화 이야기를 못 쓴 상황. 영화를 보고나면 그것이 어떤 영화이건간에 리뷰를 꼭 써야하는 저는 결국 [청담보살] 보기를 포기하고 [의형제]의 영화 이야기에 매달렸습니다.
결국 일요일 저녁에 [청담보살]을 봤는데 짜증이 날때까지 났던 금요일 저녁에 안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금요일에 이 영화를 봤다면 전 폭발해 버렸을지도...
예상은 했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청담동의 잘 나가는 미녀 보살 태랑(박예진)이 어머니가 점지해준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가 하필 변변한 직업 하나 없는 한심남 승원(임창정)이었던 것.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운명의 남자를 거부할 수 없었던 태랑은 일단 승원과 사귀게 되지만 그녀의 앞에 첫사랑이자 킹카 호준(이준혁)이 나타나며 그녀의 사랑은 자꾸만 꼬여만 갑니다.
뭐 영화의 내용을 대충 복시만 해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눈에 보이실 겁니다. 태랑과 승원은 결국 서로가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는 해피엔딩이 분명해 보이니 말입니다.
문제는 이 영화의 내용이 아닙니다. 과연 '패밀리가 떴다'에서 달콤살벌한 예능의 끼를 맘껏 보여줬던 박예진과 찌질한 코믹 연기의 대가 임창정이 얼마나 관객을 웃길 것인가입니다. 그들이 웃길려면 결국은 캐릭터와 에피소드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캐릭터는 짜증났고, 에피소드는 부실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혀 절 웃기지 못한 원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만약 기발한 카메오 출연이 없었더라면...
찌질한 승원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킹카 호준을 찌잘하게 만드는 참으로 한심한 전략까지 거침없이 구사하는 이 영화는 그래도 박미선, 현영 등 영화의 초반과 엔딩 크레딧의 카메오 출연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웃을 수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숨겨둔 애인이 붐임을 밝히며 특유의 콧소리를 내는 현영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살포시 웃음을 지은 것이 이 영화가 제게 안겨준 유일한 웃음이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얼마나 제게 최악이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됩니다.
'나도 [청담보살]보고 싶어.'라며 주말 저녁을 수 놓는 막장 드라마들을 포기하고 [청담보살] 관람에 동참한 구피도 이 영화가 끝나자 '극장에서 봤다면 정말 돈 아까울뻔 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오늘은 [홍길동의 후예]를 볼 예정인데 이 영화마저 안 웃기면 전 정말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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