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10월 12일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 지몽 운수, 모건 프리먼, 매튜 매커너히, 안소니 홉킨스
1839년 8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 쿠바를 출발한 스페인 노예선 아미스타드호의 아프리카인 53명이 족쇄를 끊고 선원을 살해한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항해법을 몰랐고, 반란을 주도했던 멘디 원주민 싱케이는 항해사 2명을 살려주는 대신 뱃머리를 아프리카로 돌릴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아미스타드호는 미국 뉴욕주 롱 아일랜드 해안에 닻을 내렸다.
그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고, 스페인 정부는 반란 노예들의 송환을 요구해왔다. 아프리카 노예사냥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당시 매수된 검사들은 싱케이 일행을 쿠바 사람이라고 주장했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국적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은퇴한 존 퀸시 아담스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싱케이 일행의 변호를 위해 복귀했고, 이 재판은 1841년 3월 9일까지 계속되었으며, 아미스타드 반란은 아프리카인들의 기적적인 승리로 끝났다. 놀랍게도 이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물론 스파이크 리를 비롯한 흑인 감독들에게마저 모두 거절해왔던 데비 알렌의 프로젝트 [아미스타드]는 스필버그 감독에게는 [쉰들러 리스트]이후 다시 한번 아카데미를 장악할 좋은 기회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아미스타드]는 실화라는 장점은 물론이고 스펙타클과 감동 그리고 법정 스릴러라는 아카데미 회원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기에 아카데미에 대한 그의 두 번째 꿈은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그의 아카데미에 대한 첫 번째 도전작이었던 흑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 85년작 [칼라 퍼플]은 완벽한 실패를 거두었고, [아미스타드]역시 [칼라 퍼플]과 소재가 비슷하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아미스타드]는 제 2의 [칼라 퍼플]이 되고 말았으며,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벌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아카데미의 모든 영광을 즐기고 있는 것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다. 게다가 흥행에 마저 실패했으니 아무래도 흥행의 마술사라는 스필버그 감독에게도 흑인에 대한 영화는 피해야 될 소재인 듯 하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스필버그 감독은 [아미스타드] 이후 톰 행크스와 맷 데이먼을 이끌고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완성했으며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비평과 흥행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두며 제 2의 [쉰들러 리스트]가 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99년 아카데미 시즌에는 어쩌면 활짝 웃는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스필버그 감독과 아카데미에 대한 담론을 덮어두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이 영화는 매우 미묘한 영화이다. 노예선에서의 반란이라는 매우 스펙타클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관객을 사로 잡는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처해진 각 국가와 인물들의 상황이다. 싱케이(지몽 운수) 일행이 법정에 들어서자 스페인 여왕은 노예의 송환을 요구하고, 반란 노예들을 체포한 미 해군 장교들은 노예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온다. 흑인 해방 운동가인 테오도르 조드슨(모건 프리먼)은 그들의 자유를 주장하며, 뷰렛 미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재판을 조작하려 한다. 싱케이 일행의 변호를 맡은 로저 볼드윈(매튜 매커너히) 변호사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흑인 인권 운동의 정점에 서게 된다.
이건 시대에 대한 아이러니이다. 스페인은 노예제도를 통해 국력을 키우려 하고, 영국은 노예제도를 반대하며 스페인과 맞선다. 미국의 남부인들은 자신의 생계를 위해 노예제도를 옹호하고 나서지만 남부인들보다 부유했던 그렇기에 노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북부인들은 인도적인 차원아래 노예제도 폐지를 외친다. 노예제도옹호론자나 노예제도 폐지론자들에게 있어서 모두 이 노예 반란 사건은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중요한 사건이 되고 만다. 게다가 남부인들의 표를 잃을 것을 염려한 뷰렛 미 대통령에게도...
하지만 첫 재판 장면에서는 이 사건이 형사 소송사건인지 아니면 소유권에 대한 사건인지 조차 분간을하지 못한다. 싱케이 일행의 변호사인 볼드윈은 싱케이 일행을 사람이 아닌 화물 취급함으로써 이 사건을 소유권에 대한 사건으로 몰고 가고 재판이 진행될수록 사건의 쟁점은 싱케이 일행의 고향이 쿠바인지 아니면 아프리카인지로 쏠린다.
엄연한 인격체인 그들을 화물로 인정하고 소유권에 대한 재판을 여는 것 자체가 그 시대의 아이러니이다. 싱케이 일행의 고향이 쿠바이면 그들은 노예이며 화물일 뿐이고, 그들의 고향이 아프리카이면 그들은 엄연한 인간이라는 그 시대의 상황이 웃기지 않는가? 게다가 재판장은 싱케이 일행이 처참하게 죽인 스페인 선원들에 대한 관심은 영화 초반부터 아예 없다. 이 영화는 사람의 생명보다 소유권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대의 이야기인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 역시 이 영화의 시대적 아이러니를 잘 간파했다. 그는 강력한 영상과 함께 싱케이 일행의 반란으로부터 영화를 시작함으로써 인상적인 출발을 보인다. 영화의 중반부에 들어서며 법정 드라마로 장르를 옮긴 이 영화는 시종일관 시대의 아이러니를 훌륭하게 포착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 낸다. 특히 싱케이 일행이 노예선에서 당한 인간 이하의 처참했던 생활을 회상하며 재판장에서 설명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충격마저 전해준다. 스필버그 감독은 아무리 무거운 주제라 할지라도 관객을 화면 속에 붙잡아 두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이 영화가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였다. 그는 이 영화가 시대적 아이러니에 휩싸인 영화로만 머무르기를 포기하고 감동을 집어 넣기 위해 무리수를 펼쳤다. 특히 재판 도중 싱케이가 'Give as free'라고 외치는 장면은 스필버그 감독의 조작된 감동주의를 잘 드러낸다. 게다가 지방법원의 승리 이후 뷰렛 대통령의 항소로 시작된 대법원 장면은 갑자기 영화의 템포가 늦어지기 시작한다.(아마도 스필버그 감독은 대작은 러닝타임이 길어야 된다고 생각한 듯 하다. [칼라 퍼플], [태양의 제국], [쉰들러 리스트] 게다가 최근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역시 러닝 타임이 2시간을 훨씬 넘긴다.) 이 느릿한 영화의 후반부는 영화의 뒷심을 모두 잃어버린채 표류하고 존 퀸시 아담스(안소니 홉킨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서 싱케이 일행을 위해 변론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자유란 중요한 것이다.'라고 강변하려 든다.
결국 이 영화는 할리우드 법정 드라마의 전형적인 오만한을 후반부에 가서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감동주의에 빠져 든다. 아무래도 스필버그의 할리우드에 대한 감동주의는 그 위험수위를 넘긴 것 같다.
◈ 이 영화에서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노예선에서의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이 백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동물취급하는 충격적인 장면은 위해 출연 흑인 배우들을 모두 발가벗겼고 이 장면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한 심의 기관이 가위질은 차마 하지 못하고 모자이크 처리한 것이다.
물론 흑인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고스란히 노출이 되기는 하지만 에로틱을 목적으로 벗긴 것도 아니고 그 당시 흑인들이 당한 상황을 리얼하게 처리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연출한 장면이었을텐데 꼭 모자이크 처리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건 우리나라의 문화적 후진성을 내세우는 부끄러운 일이다.
2010년 오늘의 이야기
결국 1999년 아카데미에서 스필버그 감독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감독상을 수상합니다.(그 해의 작품상은 [세익스피어 인 러브]였습니다.)
[아미스타드]라는 영화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엽기적인 모자이크의 향연입니다. 특히 노예선이 풍량을 만나자 스페인 선원들이 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노예들을 바다로 던지는 장면에서는 바다로 던져지는 노예들과 그 노예들을 쫓아가는 모자이크 때문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엽기적인 모자이크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패션쇼]의 모자이크 다음으로 제게는 가장 인상 깊은 모자이크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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