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워킹 & 토킹(Walking and Talking) ★★★★

쭈니-1 2010. 1. 20. 22:59

 

 

 

날짜 : 1998년 10월 8일

감독 : 나콜 홀로프세너

주연 : 캐서린 키너, 앤 헤처, 토드 필드, 리에브 슈레이버, 케빈 코리건

 

 

오랜 세월 경험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고, 우정을 나누고 그리하여 삶을 나눴던 두 여자 친구가 있다. 그러나 스물아홉살이 되자 한 여자가 돌연 결혼을 선언하고 우정을 공유하던 두 친구는 조금씩 서로에게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과연 그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뉴욕산 독립영화인 [워킹 & 토킹]은 인디펜던트 여성버디무비라는 아주 드문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신인 여성 감독인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은 '과연 여성들의 우정은 어떻게 지속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두 여성의 일상 생활 속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로라(앤 헤처)는 정신과 수련의이다. 그녀는 현재 보석 디자이너인 프랭크(토드 필드)와 동거 중이며 곧 그에게 청혼을 받게 된다. 그러나 로라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아멜라(캐서린 키너)는 그녀의 약혼 소식에 기쁨보다는 섭섭함이 앞선다. 로라가 자신에게 점점 멀어지고 프랭크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사소한 오해와 갈등 속에서 새로운 우정을 만들어 나간다.

자신의 일기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냈다는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매우 일상적인 영화이다. 특이한 상황도 없고 영화적 반전이나 로맨틱한 에피소드 또한 없다. 단지 이 영화가 지탱하고 있는 것은 지금 현재 미국에서 살고있는 소시민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진솔함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잔잔하게 1시간 30분의 영화 러닝타임을 채우고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의 눈으로 본 여성들의 우정에 대한 담론이라는 점에서 분명 그 특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주제와 따로 노는 것 같은 인상을 안겨준다. 특히 아멜라가 자신이 평소 못생긴 남자라고 놀리던 비디오 가게 점원 빌(케빈 코리건)과의 섹스 후 로라의 전화로 인해 빌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장면이라던가. 로라가 결혼을 앞두고 프랭크의 사마귀 때문에 싸우는 장면들은 도대체 감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게다가 영화의 오프닝씬에서 어린 아멜라와 로라가 [성의 기쁨]이라는 책을 보며 성에 대한 호기심을 비추는 짧은 장면으로 시작함으로써 관객에게 '이 영화가 여성들의 성에 대한 담론일 것이다.'라는  추측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성에 대한 담론 따위는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감독은 왜 그런 오해를 살만한 장면을 영화 첫 장면으로 배치해 놓았을까?

로라의 약혼과 그와 맞춰 아멜라가 옛 애인인 앤드류(리에브 슈레이버)와 다시 사귀게된다는 설정은 이 영화의 갈등해소가 결국 남성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담담하게 뉴욕 여성의 우정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의 역량은 인정해주어야 할 듯.

 


 

2010년 오늘의 이야기

 

지금까지 제가 본 영화들은 왠만하면 기억을 하는데 [워킹 & 토킹]만큼은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그만큼 별 특이한 점이 없던 영화라는 뜻이겠죠. 그래도 10년 전엔 여성 영화를 꽤 좋아했었는데...

여성인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은 이 영화 이후 [섹스 & 시티 시즌 3, 4], [길모어 걸스] 등 영화보다는 오히려 TV시리즈에서 활약을 하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