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9월 29일
감독 : 마크 A.Z. 디페
주연 : 마이클 제이 화이트, 존 레귀자모, 마틴 쉰
할리우드는 점차 내러티브를 포기하고 거대한 스펙타클과 특수효과의 세계에 빠져 드는 것 같다. ILM특수효과의 진보를 이끈 핵심 멤버이자 [어비스],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에서 특수효과를 맡았던 마크 A.Z. 디페의 감독 데뷔작 [스폰]은 이러한 할리우드의 현실을 대변한다.
오프닝 타이틀씬은 225가지의 CG기법을 이용했으며, 악마 클라운 바이올레이터(존 레귀자모)의 변신 장면은 21초에 515프레임이 사용되었고, 5개월의 작업 후에야 완성되었다. 지옥에서의 최후의 전투씬은 사상 최고 3분 길이의 100% 디지털 화면으로 재현되었다. 이건 마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특수효과 진열장을 보는 것 같다.
토드 맥퍼레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스폰]은 그 나름대로의 캐릭터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슈퍼맨]에서부터 시작하여 할리우드를 사로잡고 있는 만화 원작들은 [딕 크레이시], [마스크] 등 꾸준한 인기를 모았으며, 특히 팀 버튼이 완성한 [배트맨]은 미국의 전형적인 영웅으로써가 아니라 우울하고 암울한 정신 분열적 영웅으로 재탄생하여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팀 버튼이 물러나고 조엘 슈마허로 감독이 교체된 [배트맨 포에버]와 [배트맨과 로빈]은 팀 버튼의 우울한 영웅을 다시 할리우드적 영웅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그 인기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이는 상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스폰]의 등장은 매우 의미심장한 듯 보인다.
미국의 특수요원이었으나 상관인 제이슨(마틴 쉰)의 음모로 인하여 죽음을 당하고 지옥에 떨어졌다가 사랑하는 아내를 다시 보게 해주겠다는 악마와의 계약에 의해 스폰으로 부활한 알 시먼스(마이클 제이 화이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특이한 것이 주인공인 스폰이 정의의 사자가 아닌 악마와의 계약으로 인하여 부활된 복수의 화신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배트맨]보다 암울하고 우울하다.
스폰은 자신은 이미 죽었다는 존재적 분열감에 시달리고 있으며 흉칙한 얼굴로 인하여 아내와 딸 앞에 떳떳이 나서지도 못한다. 게다가 아내는 절친한 친구였던 테리와 결혼한 상태였으며, 제이슨은 자신의 심장에 가공할 위력의 생화학 무기를 장치하여 스폰은 복수와 인류의 운명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쇠사슬과 붉은 망토로 무장한 스폰은 최고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관객에게 과시하기도 한다. 악마인 클라운이라는 캐릭터 역시 우울한 스폰에 비해 생동감 넘치는 익살스러운 면모를 과시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안정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역시 내러티브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알 시먼스가 죽기 전 상황으 너무 가볍게 처리하는 바람에 아내를 사랑하여 악마와 계약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설득력이 없으며 그 외 영화 전체적 내러티브 역시 특수효과에 가려져 제 몫을 하지 못한다.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부활한 영웅이라는 캐릭터적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이 영화는 특수효과라는 유혹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오늘의 이야기
1998년 당시 [스폰]은 놀랄만한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애들 장난같이 느껴질 것입니다.(실제로 저희 집에 DVD가 있어서 봤는데 요즘 특수효과와 비교한다면 너무 부자연스럽더군요.) 12년 동안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이 얼마나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어갓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그리고 가끔 [스폰]이 다시 리메이크되어 복귀햇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명 스폰은 매력적인 코믹스의 캐릭터이니까요.
이 영화를 연출한 마크 A.Z.디페는 이후 [프랑켄피쉬]와 [가필드 : 마법의 샘물]을 연출했으나 [스폰]이후 [프랑켄피쉬]를 연출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마이클 제이 화이트는 이후 별볼일 없는 몇 편의 B급 영화에만 출연을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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