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1998년 9월 26일
감독 : 마이클 솔로먼
주연 : 모건 프리먼, 크리스찬 슬레이터, 랜디 퀘이드, 미니 드라이버
할리우드의 물에 대한 공포증은 [타이타닉]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듯 하다. 8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에서 환상적인 심해 촬영과 91년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에서 살아있는 듯한 불길을 잡아내 역량있는 촬영감독으로 인정받았던 마이클 솔로먼의 감독 데뷔작인 [하드레인]이 그러하다. 축구장 5개 크기의 거대한 격납고에 세트장을 세운 후 500만 갤론의 물을 쏟아부은 이 영화는 7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하여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거액으로 이 영화를 국내에 수입한 동아수출공사는 환율에 따른 손해와 함께 국내 흥행에도 실패하는 바람에 부도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할리우드에 이어 국내에도 물에 대한 공포증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하드레인]은 분명 시기를 잘못 만났다. 미국에서는 물론 [타이타닉]이 물에 대한 콤플렉스를 깨버린 후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였는지도 모르지만 국내에서 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98년 8월 이상 기온으로 전국이 물바다가 된 시기와 비슷하게 개봉된 이 영화는 TV 만 틀면 전국의 수해 현황을 방송하는 시기에 개봉되어 비라면 지쳐있던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외면 당하고 말았다. 관객들은 극장에서가 아니라 TV에서도 '죽음의 비 - 하드 레인' 현황을 볼 수 있으니 누가 돈을 내고 번거롭게 극장에 가겠는가?
국내 사정이야 그렇다 치고 이 영화는 그런대로 볼만한 액션영화이다. 한 마을이 비로 인해 침수되고 현금을 수송하던 잭(크리스찬 슬레이터)은 혼란을 틈타 현금 수송차를 강탈하려던 짐(모건 프리먼) 일행과 격전을 벌이게 된다. 물에 잠긴 마을은 격전의 장소로 변하고 잭은 교회를 지키겠다고 피난을 가지 않은 당찬 여성인 카렌(미니 드라이버)과 함께 300만 달러의 돈을 지켜야 한다.
자신과 함께 현금을 수송하던 찰리의 죽음으로 시작한 잭의 영웅담은 카렌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로 변신하고, 악당이었던 짐은 사실 찰리의 친구였으며, 보안관(랜디 퀘이드)은 돈 욕심에 갑자기 톰에게 총구를 겨눈다.
[스피드]와 [브로큰 애로우]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래함 요스트는 [하드레인]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 미남의 남자 주인공과 그의 뜻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여성 파트너. 이 공식은 [스피드]에 이어 [브로큰 애로우]는 물론이고 [하드레인]에서도 계속된다.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적이었던 일당이 아군이 되고 아군이었던 일행이 적으로 돌변하는 상황을 반복한다. 영화는 관객이 다른 곳에 관심을 두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액션을 터트리고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내리는 비는 제법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해 낸다. 물론 변하지 않은 캐릭터와 식상한 스토리는 좀 진부하지만 그것이 할리우드의 매력 아니었던가?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즐기기엔 더 없이 안성맞춤인 영화이다.
2010년 오늘의 이야기
꽤 재미있게 본 액션영화였는데 흥행에선 정말 엄청난 재앙과도 같은 성적을 기록했었죠. 저도 1998년 당시를 기억합니다. 정말 엄청난 비로 인하여 제가 사는 동네는 물난리가 났었죠. 전 2층에 살았는데 매일 저희 집 반지하에 내려가 세입자와 같이 물을 터내던 기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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