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퍼니 게임(Funny Game) ★★★

쭈니-1 2010. 1. 5. 21:48

 

 

 

날짜 : 1998년 9월 28일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주연 : 수잔느 로사르, 올리히 뮈헤, 프랭크 기어링, 아르노 프리쉬

 

 

한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는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 보인다. 남편인 게오르그(올리히 뮈헤)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아내인 안나(수잔느 로사르) 역시 남편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들에겐 8살 난 귀여운 아들이 있으며 멋진 별장과 작은 요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어느 한 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오스트리아의 시네아스트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퍼니 게임]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 가족은 음악 알아 맞추기 게임을 하며 별장으로 향하고 있었고,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음악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전기 기타 노이즈가 몰려오고, 고막을 때리고, 신경을 긁어내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방어불능의 하드록 사운드가 화면을 압도한다. 이 독특한 오프닝씬은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를 암시하고 있다. 평온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을 삽시간에 삼켜 버리는 시끄럽고 불안정한 록음악. 고급스러운 음악은 이들 가족을 의미하고, 록 음악은 앞으로 닥칠 사건을 의미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행복한 가정에 불어 닥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피터(프랭크 기어링)와 폴(아르노 프리쉬)이라는 청년들을 통해 이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영화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관객에게 게임을 제시한다. 마치 피터가 게로르그 가족에게 '12시간 안에 모두를 죽이겠다'는 죽음의 게임을 제시하는 것처럼. 관객은 게로르그 가족과 동일시 되어 피터 일당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며 마지막엔 죽음을 당해야 한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와 관객의 게임. 피터는 관객을 향해 말을 걸어 오기도 하고'벌써 죽이면 영화 러닝 타임을 맞출 수 없잖아.'식의 농담도 한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불쾌한 것은 이 게임이 일방적으로 피터 일당이 이기도록 이미 정해진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안나가 엽총으로 폴을 쏘아 죽이자 피터는 TV 리모콘으로 리와인드에 의해 앞으로 돌림으로써 그 장면으 삭제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한 가족의 행복을 무너트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듯 보이며 관객은 게오르그 가족처럼 그들의 폭력에 대항조차 하지 못한다.
동기도 없으며 어린 아이는 먼저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게오르그 가족이 모두 죽음을 당한 후에도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피터 일당은 게오르그 가족의 별장에 도착하기 전에도 한 가족을 무참히 살해했으며, 게오르그 가족을 모두 살해한 후에도 다른 가족을 살해하기 위해 또 다른 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피터는 관객을 향해 '게임을 한번 시작해 볼까?'라고 이야기를 건다.
만약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아무 이유없이 폭력을 통해 관객에게 불쾌감을 전해줄 의도로 이 영화를 연출했다면 그는 확실히 성공한 셈이다. 

 


 

2010년 오늘의 이야기 

 

제 영화 노트에서 만점인 별 다섯개보다 찾기 어려운 것이 바로 별 세개 영화입니다. [퍼니게임]은 그만큼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했던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작품성은 이미 인정을 받았지만 아무리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최소한 제겐 안좋은 영화인겁니다.

이 영화는 2007년 나오미 왓츠와 팀 로스를 캐스팅해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다시 리메이크했죠. 과연 같은 영화를 두번이나 만들 정도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영화에 애착이 있었다는 것인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