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노트/1998년 영화노트

레인메이커(The Rainmaker) ★★★★1/2

쭈니-1 2010. 1. 21. 22:55

 

 

 

날짜 : 1998년 10월 10일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주연 : 맷 데이먼, 클레러 데인즈, 대니 드 비토, 존 보이트, 미키 루크

 

 

할리우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B급 영화의 대부인 로저 코먼에게 영화를 배우고 [패튼 대전차 군단]의 시나리오로 아카데미 시나리오상을 받아 주목을 받은 그는 1962년 [벨보이와 플레이걸]이라는 영화로 감독에 데뷔한다. 60년대를 그저 그런 B그 영화로 경력을 쌓았던 그는 파라마운트 영화사로부터 의뢰받은 [대부]를 1972년 완성함으로써 상업적으로 그 이전까지는 불가능한 성공이라 불리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흥행 기록을 간단히 무너뜨려 버렸으며, 비평적으로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과 버금가는 위치에 놓임으로써 할리우드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대부]의 성공이후 코폴라 감독의 성공은 거의 제어 불가능처럼 보였다. 74년작 [대화]로 처음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74년작 [대부 2]는 전작의 흥행기록을 넘어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79년작 [지옥의 묵시록]에서 코폴라 감독은 다시한번 깐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두 개의 아카데미와([대부], [대부 2]) 두 개의 깐느 황금종려상으로 70년대를 화려하게 마쳤다.

그러나 [지옥의 묵시록]의 흥행 실패는 무언가 불길한 징조였던 듯 코폴라 감독의 80년대는 처참했다. 82년작인 [원 프롬 더 하트]의 충격적 흥행실패와 함께 시작하여 88년작 [터커]에 이르는 실패까지, 이제 코폴라 감독은 그 화려했던 명성을 거두는 듯 했다.

90년대 들어 코폴라 감독은 다시 7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대부 3]와 함께 시작했다. [대부]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 영화는 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흥행성적은 여전히 저조했다. 92년작 [드라큐라]에 이르러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으나 비평적으로 실패를 거두었고, 96년작 [잭]은 완벽한 실패를 거둠으로써 코폴라 감독을 여전히 불안한 시네아스트의 자리를 지키게 하였다.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역량은 너무 과소 평가된 면도 없지않아 있다. 70년대의 화려한 성공에 비해 80년대는 저조하긴 했으나 국내 관객에겐 그의 80년대 영화를 감상할 기회마저 없었으며, 비교적 스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90년대 영화들은 완벽하게 평가절하됐다. ([대부 3]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위대한 사리즈의 장엄한 마무리였으며, [드라큐라]는 환성적인 영상미가 이루어낸 90년대 공포영화의 새로운 해석이었고, 로빈 윌리암스와 함께 아동의 세계로 돌아간 [잭]은 그렇게 처참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모든 실패를 뒤로하고 존 그리샴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레인메이커]를완성함으로써 할리우드의 흥행 전선에 안전하게 안기려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 소설들은 할리우드적 재미와 일정 팬을 확보하고 있어서 할리우드 제작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소설가이니 일단 [레인메이커]는 절반의 성공을 보장받은 셈이다.

최근 5년간 존 그리샴의 소설이 7차례나 영화화 되었으므로 어쩌면 [레인메이커]는 조금은 식상한 장르의 재탕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역시 코폴라 감독은 달랐다. 그는 다른 감독들이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화할 때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과는 반대로 맷 데이먼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모험을 감행했다.(맷 데이먼이 [레인메이커]에 캐스팅될 당시 아무도 그가 지금의 스타가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는 맷 데이먼과 함께 할리우드의 신성인 클레어 데인즈를 캐스팅함으로써 주연을 젊은 배우들로 채우고 대니 드 비토와 존 보이트, 미키 루크 등 연기파 배우들을 조연에 포진시킴으로써 영화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법학도 루디(맷 데이먼)는 우연히 거대 보험회사의 횡포로 보험금을 타지 못하고 치료비가 없어 죽어가는 대니라는 소년을 알게 되고 정의감으로 보험회사와의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풋내기에 불과한 루디는 보험회사의 유능한 변호사인 레오(존 보이트)와 맞서 승률없는 싸움을 벌인다. 6번이나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졌으나 오랜 경험으로 루디를 도와주는 덱(대니 드 비토)의 도움으로 법정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던 루디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젊은 유부녀인 켈리(클레어 데인즈)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이혼 소송을 돕던 루디는 실수로 켈리의 남편을 죽이게 되고 켈리는 루디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체포된다. 자! 이제 루디는 과연 레오 일당을 물리쳐 정의를 지키고, 켈리와의 사랑도 이룰 수 있을까? 물론이다. 존 그리샴의 소설은 비극으로 끝난 적이 없으니까.

[레인메이커]는 묘한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다. 정의감에 불타는 루디는 자신이 증오하는 비열한 변호사인 레오에 맞서 이기기 위해 레오를 닮아간다. 그는 자신의 죄를 켈리에게 뒤집어 씌우는(물론 고의는 아니었지만..) 중죄를 저질렀으며 보험회사와의 싸움에서 외관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지만 보험회사의 고의 부도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지는 못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들은 그 동안 존 그리샴이 그렸던 정의의 사자로써의 변호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비열하고 비인간적인 변호사의 부정적 모습만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루디는 보험회사와의 승소를 뒤로하고 변호사를 그만 둔다.

코폴라 감독은 결코 시끄럽지 않고 잔잔하게 영화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정의의 양면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정의의 실현을 위해 그 반대편의 방법을 연구해야 하고 그것과 닮아가야 하는 것이다. 단지 이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존 보이트가 연기한 레와는 캐릭터의 사악함이다. 거대 보험회사와 풋내기 변호사의 법정 싸움은 분명 외관상으로는 보험회사의 절대 우위로 보이지만 레오라는 캐릭터의 사악함은 처음부터 관객은 물론 배심원들(법정 스릴러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들)의 인심마저 잃는다. 그렇기에 법정 싸움이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승리는 루디의 것으로 확정되어 버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의 긴장감은 많은 부분 소멸된다. 한마디로 말해 존 보이트는 유능한 변호사로 보이지 않고 사악한 악당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 영화를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아직 코폴라 감독의 역량을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지금의 영화광이 되도록 이끌어준 최초의 시네아스트이기 때문이다.

 


 

2010년 오늘의 이야기

 

제가 처음 영화에 푹 빠지기 시작한 것은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보고 부터였습니다. 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와 알 파치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대부]는 어린 제겐 정말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아직도 프란시스 포드 코랄라 감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 들어서 [슈퍼 노바]의 처참한 실패와(사실 [슈퍼 노바]는 애초에 코폴라 감독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유스 위드 아웃 유스]라는 정체불명의 스릴러 한 편만을 남긴채 아직도 기나긴 침묵을 하고 있습니다. 어서 그가 다시금 화려하게 컴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네요.

이 영화에서 또 한명의 반가운 이름이 발견되는 바로 대니 드 비토입니다. 한때는 이 키 작은 아저씨를 꽤나 좋아했는데 역시 요즘인 그의 모습을 보기가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