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강석범
주연 : 강혜정, 한채영, 허이재, 배수빈
꼭 영화를 봐야 했다.
그런 날이 있습니다. 오늘은 꼭 어떤 영화라도 한 편은 봐야겠다는 느낌이 팍팍 오는 날. 딱히 '이 영화를 봐야 겠다.'가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라면 무조건 OK' 뭐 이런 기분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어제가 바로 그랬습니다.
사실은 그러한 까닭에 무리해서라도 [용서는 없다]를 보러 갈 생각이었지만 극장에 가기엔 너무 추운 날씨 탓에 포기하고 집에 돌아와 대강 무난한 영화 한 편 고른다고 고른 것이 바로 [걸프렌즈]입니다.
난 이 영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사실 [걸프렌즈]는 제겐 기대작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아바타]와 같은 날 개봉하여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한 이 영화는 [우리 집에 왜 왔니?], [킬 미]에 이은 강혜정의 또 다른 흥행 실패작에 불과했으니까요. 게다가 한 남자를 사랑한 세 여자의 우정이라니...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웃겼습니다. 강혜정의 삽질 연기가 재미있었고, 우아한 척하는 한채영의 연기도 좋았으며, 특히 생긴건 가장 아줌마 같으면서도 영화 내에선 가장 어린 캐릭터를 연기하던 허이재의 '영계'연기도 즐길만 했습니다. 단지 일하며 힐끔힐끔 [걸프렌즈]를 보던 구피는 '배수빈은 별로 안 나오네.'라며 아쉬워 하더군요.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의 웃음을 터트렸으니 [정승필 실종사건]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영화라고 자부할만합니다.(하긴 [정승필 실종사건]은 너무 안 웃겼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에 공감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이 영화의 캐릭터들에게 공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왜 꼭 한 사람과만 사랑해야 하지?'라는 물음입니다. 영화의 초반 현주(조은지)는 '하물며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질리는데 왜 사랑은 한 사람하고만 해야하지?'라며 송이(강혜정)에게 강변합니다. 송이는 외도로 인하여 이혼한 어머니에게 '술집 여자와 한번 놀아났다고 아빠와 이혼하냐?'며 따집니다.
급기야 송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인 진호(배수빈)를 사랑하는 진(한채영), 보라(허이재)와 우정을 쌓게 되고 마지막엔 '내 연인이 바람피는 것 같으면 그 상대를 만나봐라. 어쩌면 내 연인보다 더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을테니...'라는 이상한 결말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진호는 진과 보라와의 사이에서 넘지 말아야할 선은 넘지 않습니다. 과연 진호가 그녀들과 바람을 피웠다면 송이는 태연하게 그녀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을까요?
과감하지 못했기에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던 [걸프렌즈]. 그저 영화를 보며 아무 생각없이 웃었던 것만으로 만족해야할 영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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