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10년 아짧평

더 박스 / The Box (2008)

쭈니-1 2010. 1. 2. 00:22

 

 

 

감독 : 리차드 켈리

주연 : 카메론 디아즈, 제임스 마스덴, 프랭크 랑겔라

 

 

구피는 미스터리를 좋아해!!!

 

2009년 마지막 날. 피곤하긴 한데 일찍 자긴 뭔가 아쉽고,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자니 추운 날씨와 마지막 날을 만끽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 틈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워 보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TV나 봤습니다.

TV를 보던 구피는 '이런 날 비디오나 빌려보면 좋겠다.'고 푸념합니다. 예전같으면 '그래?'하며 비디오 대여점으로 달려갔을 테지만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 모두 사라진 마당에 구피의 그러한 푸념은 이젠 허망한 메아리에 불과했습니다.

그럼 일단 집에 있는 영화라도 보자는 마음에 제 컴퓨터와 PMP에 저장된 영화 목록을 살펴봤습니다. 처음에 본 영화는 [명탐정 코난 : 칠흑의 추적자]였지만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포기. 두 번째로 [수면의 과학]이었는데 영화 시작 10분 만에 구피가 재미없다고 해서 역시 포기. 마지막 영화가 바로 [더 박스]였습니다. '이건 뭔 영화야?'라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구피는 영화가 진행되자 '이 영화 재미있네!'라며 만족감을 표시하더군요. 이렇게 해서 2009년과 2010년을 관통하며 [더 박스]를 봤습니다.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더 박스]의 내용은 어느 부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박스를 내밀며 박스의 버튼을 누르면 당신이 모르는 어느 누군가가 죽을 것이며 당신에겐 백만 달러라는 거금을 준다고 제안을 합니다. 돈이 궁한 이 부부는 버튼을 눌러버리고 정말 백만 달러를 받지만 곧 그로인하여 거대한 음모에 빠지게 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저라면 어찌 했을까요? 나와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죽는 대신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는 거액이 생긴다면... 일단 저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사는 것이 싫어서 누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고민은 하겠죠. 백만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중반까지 흥미진진한 스릴러로 진행되던 이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갑자기 SF로 돌변합니다. 이 모든 음모에 인간보다 우월한 우주의 생명체가 관여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그러면서 흥미진진하던 스토리도 갑자기 인간의 무한한 욕심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로 돌변합니다. 차라리 미스터리 스릴러로 쭈욱 나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기 다른 세 개의 결말

 

[더 박스]는 1970년 [천국보다 아름다운],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가인 라차드 매드슨의 단편 [Button, Button]이 원작입니다. 이 원작 역시 초반의 스토리는 영화와 같지만 여자가 버튼을 누르고 몇 시간 후 남편이 죽는다는 결말이라고 하네요. 아내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면서 왜 남편이 죽냐?'고 따지자 그 의문의 남자는 '당신은 당신이 남편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며 끝난다고 합니다.

이 원작은 1980년대 [환상특급]이라는 TV시리즈에서도 소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TV시리즈에선 결말이 바뀌는데 버튼을 누른 부부에게 돈을 주며 의문의 사나이는 이 버튼은 당신들이 모르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의미있는 한마디를 남긴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 역시 버튼으로 인해 죽을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암시이죠.

영화 [더 박스]는 결국 TV시리즈의 결말에서 더 나갑니다. TV시리즈와는 달리 러닝타임이 거의 2시간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없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TV시리즈처럼 끝나도 꽤 섬뜩한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