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데이비드 바워스
더빙 : 프레디 하이모어(유승호), 니콜라스 케이지(조민기), 도날드 서덜랜드(유세윤)
개봉 : 2010년 1월 13일
관람 : 2010년 1월 10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온 가족이 총 출동한 첫 번째 영화 데이트!!!
작년 연말부터 갑자기 불어 닥친 신종플루 광풍 탓에 웅이는 겨울 방학을 맞이했지만 방안에만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2010년엔 웅이와 자주 놀러 다닐려고 했지만 이조차도 연초부터 펑펑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인하여 또 다시 좌절될 위기에 처해버렸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스키장에 간다, 눈썰매장에 간다, 난리들이라는데 우리 웅이는 거실에서 아빠와 야구를 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니(덕분에 거실 물건 몇 개 부수고 구피에게 혼났습니다.) 아빠로써 웅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자주 놀러 다니지는 못하지만 영화광 아빠를 둔 덕분에 영화는 자주 보러 다닙니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많이 개봉했지만 신종플루와 폭설을 핑계 삼아 극장에 가는 것을 결사 반대했던 구피의 압력으로 번번히 좌절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만큼은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구피가 특히나 좋아하던 캐릭터인 아톰이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은 매일 영화 보러 가자고 졸라대는 남편 때문에 극장 가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게 된 구피조차도 극장으로 오랜만의 나들이를 계획할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와 구피, 그리고 웅이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아이스 에이지 2]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러나 [아이스 에이지 2]는 영화를 보는 도중 웅이가 무섭다며 칭얼대서 중간에 나가야 했기에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은 우리 세 가족이 총 출동하여 함께 끝까지 본 최초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웅이도 아톰처럼 자유롭게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싶을 것이다.
추억을 공유하다.
지금까지 웅이와 참 많은 영화를 함께 봤었습니다. 그 중에는 웅이를 위해서 억지로 본 영화도 있었고, 웅이와 제가 함께 즐긴 영화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웅이와 함께 즐긴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로보트 태권 V]를 선택할 것입니다. 정확히 3년 전(2007년 1월 27일) 웅이와 함께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 태권 V]를 극장에서 관람했었습니다. 태권 V는 제 어렸을 적 최고의 영웅이었기에 사실은 웅이보다는 제가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자 웅이도 [로보트 태권 V]를 즐기고 있었으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태권 V에 함께 열광하는 동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웅이와 저는 추억을 공유하였습니다.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제겐 태권 V 만큼은 아니었지만 [우주소년 아톰]도 추억의 만화영화였죠. 특히 구피에겐 아톰은 태권 V보다 버금가는 영웅이었던만큼 이번 기회에 아톰에 대한 추억을 웅이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로보트 태권 V]는 30년도 더 된 오래된 만화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한 오리지널이라면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은 원작을 현대적 감각에 재구성한 리메이크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기 보다는 3D로 재탄생한 현대적 감각의 아톰을 즐기는 것에 그쳐야 했습니다. 그것은 아톰에게 아스트로라는 낯설은 이름이 붙여진 것만큼이나 제겐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웅이와 함께 아스트로의 활약상을 즐겼으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온 가족이 함께 아톰과 아스트로에 대한 이야기 꽃을 활짝 피웠답니다.
'아톰'이 아닌 '아스트로'로 재 탄생하다.
간결해진 갈등구조... 영웅 아스트로의 낯설음
제가 워낙 어렸을 적에 [우주소년 아톰]을 봤기에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제 기억 속의 [우주소년 아톰]은 그리 간단한 스토리를 가진 만화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로보트라면 [마징가 Z], [짱가],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처럼 주인공이 지구를 침략한 악당과 맞서 싸우는 병기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소년 아톰]은 아니었습니다. 아톰은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우며 위기로부터 언제나 인간들을 돕지만 로보트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배척당합니다. 어렸을 적엔 그런 아톰의 모습에 너무 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아스트로(유승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텐마(조민기) 박사는 아들인 토비가 불의의 사고로 죽자 토비의 기억을 이식시켜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로보트로 탄생시킨 것이 바로 아스트로입니다. 하지만 텐마 박사는 아스트로를 외면합니다. 아스트로에게 토비의 모습을 찾으려 했지만 아스트로가 토비일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고 스톤(유세윤)의 공격으로 메트로 시티의 아래로 떨어진 아스트로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던 햄에그는 아스트로를 로보트들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하는 서바이벌 대회에 억지로 출전을 시킵니다. 아스트로가 인간이 아니기에 당할 수 밖에 없는 차별과 배척을 아톰과 비슷한 셈입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답게 그러한 갈등구조는 매우 짧게 끝이 납니다. TV시리즈가 아닌 러닝타임이 제한된 영화이기에 짧은 갈등구조가 이해가 되긴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메트로 시티의 시민의 환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영웅대접을 받는 아스트로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로봇은 인간의 소모품이 아님을 '아톰'을 통해 난 이미 깨달았었다.
명확해진 선악구조... 아틀라스는 어디에?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의 선악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소년 아톰]에서 제가 기억하는 아톰의 숙적인 아틀라스입니다. 하지만 그는 악당이라기 보다는 아톰과 같은 처지인 인간다운 로보트였습니다. 아톰과 우정을 쌓던 그는 아톰과는 달리 인간들의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여 싸웠으며 결국 아톰의 숙적이 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우주소년 아톰]을 보며 저는 아틀라스가 참 많이 불쌍했었습니다. 아틀라스는 인간의 편견이 만들어낸 어쩔수 없는 악당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에서는 선억구조가 상당히 명확해집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아틀라스가 등장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전형적인 악당 스톤 총리가 이 영화의 악당인 것은 개인적으로 불만이었습니다.
물론 스톤 총리는 전 세계를 테러의 위협에 빠뜨린 전쟁광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한 캐릭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스톤 총리는 너무 뻔하고 멍청한 악당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뻔하고 멍청한 악당에 의해 탄생한 피스키퍼 역시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웅물에서 영웅이 돋보이려면 악당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너무 매력없었던 스톤 총리와 피스키퍼의 존재는 제겐 아스트로의 매력마저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톤 총리와 피스키퍼처럼 멍청한 악당이 나오는 영화가 난 싫더라.
아쉬움은 남지만 웅이와 즐길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분명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의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면 [우주소년 아톰]의 올드 팬으로써는 좋은 점수를 매기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주소년 아톰]을 잊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할리우드의 가족용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으로만 본다면 웅이도 저도, 그리고 구피도 함께 즐긴 꽤 유쾌한 영화였음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항상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개그 캐릭터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교훈적이며 권선징악적인 결말도 부담없이 즐길만한 요소입니다. 정확하게 [우주소년 아톰]을 잊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을 즐긴다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국에서 처참하게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네요. 2009년 10월에 개봉하여 개봉 첫 주에 6백7십만 달러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6위에 그쳤으며 현재로써는 전미흥행 2천만 달러를 넘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제작비가 6천만 달러가 투입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편이 제작되기는 힘든 흥행성적입니다.
어쩌면 더 이상 할리우드의 [아스트로 보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일본에서 오리지널 아톰을 복원이나, 리메이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웅이와 추억을 공유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 요즘 아톰이 그냥 이대로 묻혀 버리는 것도 아쉽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로 보이 : 아톰의 귀환]의 캐릭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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