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0년 영화이야기

[전우치] - 나는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

쭈니-1 2010. 1. 4. 12:00

 

 

 

감독 : 최동훈

주연 :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개봉 : 2009년 12월 23일

관람 : 2010년 1월 3일

등급 : 12세 이상

 

 

크리스마스 연휴 때도 그랬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3일 연휴 때도 그랬고, 이번 신정 3일 연휴 역시 구피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저 혼자 웅이를 돌보며 그렇게 연휴를 보냈답니다. 솔직히 연휴만 되면 아프다고 앓아 눕는 구피가 밉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프다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거 같아서 꾹 참고 묵묵히 방콕 연휴를 보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 구피는 제게 은근슬쩍 '오늘 저녁에 [전우치]보러 갈까?'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몸도 아픈 애가 어딜 간다고? 됐거든요.'라며 면박을 줬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전우치]가 너무 보고 싶더군요. 오늘 아니면 또 언제 볼 시간이 될지도 모를 일이고... 몸이 아프다던 구피도 3일 내내 누워 있었더니 이젠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슬쩍 '네가 정 [전우치]를 보고 싶다면 오늘 보지 뭐.'라며 속 뻔히 보이게 유치한 방법으로 튕겼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하더군요. 개봉한지 2주가 넘었건만 [전우치]의 표는 앞 좌석만 제외하고는 매진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보려 했던 시간대인 저녁 8시대를 포기하고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9시대에 예매를 한 후에야 겨우겨우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때도 구피가 아파 연휴 내내 방콕하며 웅이와 놀아주다가 마지막 날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봤고, 이번 신정 연휴도 역시 구피가 아파 연휴 내내 방콕하며 웅이와 놀아주다가 마지막 날 [전우치]를 봤습니다.  어쩜 2009년의 마지막 주말과 2010년 첫번째 주말을 이리도 똑같이 보내는지... 무슨 데자뷰도 아니고...

 

 

그래도 연휴 마지막 날, 날 봤으니 그걸로 만족하시오!!! 

 

 

[전우치], [아바타]와 맞짱 뜨다.

 

제가 [전우치]를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형 블럭버스터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쉬리] 이후 매년 선보이는 한국형 블럭버스터들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할리우드 영화와 너무 비교되는 어설픈 특수효과로 영화를 보는 절 민망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특수효과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능수능란한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좋은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우치] 역시 그러합니다. 비록 전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여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바타]와 연말, 연초 극장가를 함께 장악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전우치]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언제나 전 세계의 흥행을 석권하는 할리우드의 블럭버스터가 개붕할 때면 우리나라의 전략은 작은 영화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가 매진되어 볼 영화가 없는 관객들을 주워 담는 것이었습니다. [스파이더맨 3]가 개봉할 당시 개봉했던 [못말리는 결혼]이 대표적 성공 사례입니다. 하지만 [전우치]는 맞불 작전을 벌인 것입니다. 물론 이 맞불 작전은 [아바타]의 승리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지만 [전우치] 역시 선전함으로써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흥행에 실패하면 타격이 큰 한국형 블럭버스터인 [전우치]가 [아바타]와 정면 승부를 벌였다는 것은 그만큼 제작사에서 [전우치]의 흥행성에 자심감이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심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맥주 한 잔 마시고 [아바타]와 맞짱이나 뜨러 갈까나?

 

 

토속적이며 동시에 현대적이다.

 

처음 [전우치]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전 '이거 위험한거 아냐?'라며 걱정했습니다. 이미 전 주에 개봉한 [아바타]가 흥행에 쾌속 행진 중이었고, [전우치]와 같은 날 개봉한 영화는 다름아닌 할리우드의 블럭버스터 [셜록 홈즈]와 할리우드 매력남이 총 출동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과연 그 무엇이 [전우치]의 흥행으로 이끌었을까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전우치]는 정말 영리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고전 영웅담인 '전우치'를 소재로 함으로써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와의 차별화를 이끌었습니다. 조선시대 악동 도사와 요괴의 대결이라는 이 영화의 소재는 할리우드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동양적인 소재이며, 최동훈 감독은 그 동안 발전한 특수효과 기술을 활용하여 이 고전적인 영웅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매력적인 영웅으로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하지만 [전우치]가 정녕 영리한 것은 고전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을 했다는 점입니다. 스승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500년 간 그림 속에 갇혀 지냈던 전우치(강동원)가 500년 후인 현재 다시 나타난 요괴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그림 속에서 나와 활약한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의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역시 임수정은 현대적인 설정이 더욱 잘 어울린다.

 

 

결코 만만치 않은 스토리의 전개.

 

[전우치]는 일단 특수효과가 자연스럽습니다. [전우치] 속의 요괴들은 [퇴마록]과 비교해서는 10여년 만에 이룬 성과가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정교했으며, 전우치와 화담(김윤석)의 대결은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 상환(류승범)과 흑운(정두홍)의 대결과 비교해선 더욱 스펙타클해졌습니다.

현대에 떨어진 과거의 악동 도사 전우치의 활약이라는 토속적이며 현대적인 이 영화의 소재도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단 한가지 뿐입니다. '과연 스토리의 전개는 얼마나 탄탄한가?'입니다. 과거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들은 특수효과의 의한 볼거리에 치중하다보니 종종 스토리가 없는 속빈 강정 같은 영화라는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약점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전우치]는 어떨까요?

일단 저는 합격점을 주고 싶습니다. 악동도사 전우치와 팜므파탈 서인경(임수정), 그리고 절대선과 절대악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 화담과 영화 속의 웃음을 책임지는 어리버리 도사 삼총사와 전우치의 파트너 초랭이(유해진)로 이루어진 이 영화의 탄탄한 캐릭터들은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스토리를 이끌어 나갑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이야기답게 과거의 장면에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현재의 장면 속에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스토리 기법도 꽤 신선했습니다. 도사와 요괴의 대결이라는 설정 역시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속에 잘 녹여 있으며, 마지막 대결의 흥미진진함도 결코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제가 기대했던 한국형 블럭버스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전우치]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나, 화담이 아니겠소?

 

 

우리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는 말자.

 

해 마다 할리우드는 새로운 특수효과 기술을 선보이며 관객의 눈높이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바타]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제 예상으로는 [아바타]의 성공으로 앞으로 3D 영화는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 질 것이며 이제 일반 영화들은 과거 무성 영화나, 흑백 영화와 같은 취급을 받을 때가 조만간 올지도 모릅니다.

너무 성급한 생각이라고요? 돌이켜보면 픽사에서 [토이 스토리]라는 3D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을 때 이렇게 급속도로 셀 애니메이션이 몰락할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셀 애니메이션은 몰락했습니다. 올해 디즈니에서 셀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외치며 [공주와 개구리]라는 셀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지만 그 흥행력은 과거 셀 애니메이션의 전성 시대에 만들어진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과 비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미미하다고 하네요. [토이 스토리]가 그러했듯이 [아바타]는 3D 영화의 신호탄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전우치]는 분명 불리한 여건과 싸우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형 블럭버스터보다 진일보한 특수효과와 매력적인 캐릭터에 의한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지만 이미 [아바타]의 놀라운 기술력에 놀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부족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욕심내지 않고 한국형 블럭버스터를 응원한다면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들 역시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이 할리우드의 발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 한걸음 뒤떨어져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종종걸음으로 열심히 기술력을 발전시키는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들을 보면 저는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전 [전우치]가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전우치]의 캐릭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