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클래식] - 난 이런 사랑을 꿈꾸지 않았다.

쭈니-1 2009. 12. 8. 15:52

 



감독 : 곽재용
주연 :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
개봉 : 2003년 1월 31일

설날... 이젠 새뱃돈을 받지도 못하지만, 전 그래도 설날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또래의 사촌 동생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아마 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실 겁니다. 물론 해마다 설날에 선택한 영화들이 그리 제 기대에 부흥을 하지 못해서 항상 실망스러웠지만... 특히 작년 설날때 보았던 [콜래트럴 데미지]는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다시는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나오는 영화는 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을 정도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습니다. 몇주전부터 저희 집에 놀러 온 사촌 동생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친척들이 하나,둘씩 저희 집에 오셨고, 제 여동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사촌들과 영화를 볼 계획을 열심히 세우고 있더군요. 하지만 전 다른 계획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연중 행사로 설날엔 사촌 동생들과 극장을 찾았던 저였지만, 이번 설날만큼은 사촌 동생들이 아니라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로 한 겁니다. 제 여동생은 불만을 터트리고, 사촌 동생들도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따스한 손을 잡고 극장에 편안히 앉아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엔 여동생과 사촌 동생들을 배신하고 말았죠.
이렇게해서 여느 설날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극장을 찾은 저였지만, 제 옆에는 사촌 동생들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이쁜 나의 그녀가 있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설날 영화 징크스는 여전히 깨지지 않았습니다. 고심을 해서 고른 영화인 [클래식]이 기대이하였으니... 도대체 언제쯤 설날에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게 될런지... ^^;


 



[클래식]은 2001년에 [엽기적인 그녀]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 곽재용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입니다. 솔직히 저는 곽재용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가 1989년 [비오는 날의 수채화]라는 영화를 통해서 감독에 데뷰할때만 해도 저는 곽재용 감독의 팬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지수(강석현)와 지혜(옥소리)의 금지된 사랑에 가슴아파하며 '나도 저렇게 슬픈 사랑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곽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은 그의 두번째 영화인 [가을 여행]에서부터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당시 제 방엔 이미연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을 정도로 이미연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는, 곽재용 감독과 이미연의 만남에 너무나도 큰 기대를 하고 이 영화를 봤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큰 기대는 곧바로 너무나도 큰 실망이 되어서 제게 돌아왔고, 저는 제가 그토록 좋아하는 이미연도 날 그토록 지루하게 만들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을 여행]에서의 곽재용 감독에 대한 실망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 2 - 느티나무 언덕]에 까지 이어졌으며, 그의 완벽한 재기작인 [엽기적인 그녀]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2001년 썸머 시즌에 개봉되어 헐리우드 흥행 대작 영화들에 맞서 전국 500만이 넘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던 이 영화는 곽재용 감독이라는 한동안 잊혀졌던 인물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웃고 울며 곽재용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게 [엽기적인 그녀]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곽재용 감독에 대한 실망감을 더욱 키운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솔직히 [엽기적인 그녀]는 재미있었습니다. 차태현과 전지현의 완벽에 가까운 재기발랄한 연기는 영화를 보는내내 제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차태현과 전지현에 의한 영화에서만 성공을 거두었을뿐, 후반부에 곽재용에 의한 영화로 들어서면 진부함과 억지 설정으로 인하여 실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도대체 왜 원작에도 없는 탈영병 소동을 끼워 넣어서 영화를 유치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한 현실적인 원작을 왜 후반부에 가서 허무맹랑한 SF 멜로 영화로 탈바꿈시켜 놓은 것인지... 전 곽재용 감독의 그 의도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원작을 그대로만 만들어도 차태현과 전지현에 의해서 영화적인 재미가 자연스럽게 살아날을텐데...
영화적인 재미에도 불구하고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곽재용 감독에 대한 실망감은 고스란히 [클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전 곽재용 감독이 멜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보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습니다. 더이상 그에게서 실망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네트즌들의 그 열화와도 같은 찬사는 제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이라는 스타급 캐스팅은 절 결국 극장으로 향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클래식]만큼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의 이쁜 감수성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함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클래식]은 또다시 곽재용 감독에 대한 실망감만 더욱 키워버린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감수성이라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하지만 도대체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아서 울었다는 다른 관객들의 영화평이 진실인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웃기기라도 했지만 [클래식]은 진부한 설정과 뻔한 이야기로 시종일관 절 따분하게 했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그 어떤 부분이 다른 관객들을 감동받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제가 [클래식]에서 가장 많이 실망한 것은 새로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진부한 스토리입니다. 과거에서의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랑과 현재에서의 딸의 가슴아픈 짝사랑을 어머니의 숨겨진 일기장을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이 영화는 더이상의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과거에서의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의 사랑은 의심의 여지없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와 닮아 있으며, 현재에서의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의 사랑은 수많은 멜로 영화들과 TV 단막극의 단골 메뉴인 '친구의 애인을 사랑했네'에서 단 한발자욱도 더 나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있으면 시나리오 쓰기 정말 편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특히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희와 준하의 사랑은 정말로 진부함의 연속입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엽기 소나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곽재용 감독의 상상력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도대체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평이함속에서 손예진과 조승우의 외모와 그림같은 영상에만 기댑니다. 갑자기 준하가 월남전에 파견되는 것은 가슴아픈 결말을 위한 넌센스이며, 억지입니다. 이러한 억지가 가득 넘치는 스토리는 진실성을 상실하여 멜로 영화에 꼭 필요한 '동감'을 앗아갑니다.
지혜와 상민의 사랑은 주희와 준하의 사랑에 비해서 영화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새로움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은 주희와 준하의 사랑과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그러한 이 영화의 스토리가 지루한 밤에 베개를 안고 아무 생각없이 보는 TV 단막극의 그것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
마지막엔 너무나도 가슴아픈 반전이 있다고해서 그 반전을 알게 될까봐 [클래식]에 대한 영화정보 보기를 최대한 자제했던 제 노력에 헛되게 영화의 반전이라는 것도 허술하고 우연에 기댄 것이라서 하나도 새롭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광고 전단지를 보니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순수한 사랑의 감동'이라고 쓰여있던데, 어렸을땐 슬픈 사랑을 꿈꾸기도 했지만 진정으로 제가 꿈꾼 사랑은 이런 진부한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클래식]은 비록 스토리의 진부함에 빠져서 멜로 영화로써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영상과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멋진 외모면에서는 합격점을 주어도 괜찮을듯 합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은 멜로 영화다운 이쁜 영상과 그에 걸맞는 음악입니다. 이 영화엔 비가 오는 장면이 많은데 그러한 빗속에서의 장면은 곽재용 감독의 데뷰작인 [비오는 날의 수채화]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않을 정도로 수려한 영상을 자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지혜와 상민이 비를 맞으며 함께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자전거를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곡에 어울려,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옥소리가 비를 맞으며 수채화를 그리는 장면과 맞먹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준하와 주희가 입영열차 앞에서 이별을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역시 곽재용 감독이 음악 선곡에 대해선 뛰어난 재능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준하가 월남전에 투입되다는 설정은 분명 진부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는 곳이 흘러나오자 그 진부한 설정조차도 슬프게 느껴지더군요. 영화에서(특히 멜로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멜로 영화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이쁘고 멋진 배우들의 앙상블도 이쁜 영상과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멜로 영화로써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시킵니다.
손예진은 여전히 이뻤고, 조승우는 여전히 멋졌습니다. 조인성은 그 어색한 연기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외모만 놓고 본다면 손예진, 조승우와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조승우에 대해서 상당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춘향뎐]에서는 미처 몰랐었는데, 조연으로 잠깐 등장했던 [와니와 준하]에서는 주연이었던 주진모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최근작인 [H]에서도 젊은 배우답지 않은 심상치않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어 절 놀라게 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주연을 맡은 [클래식]에서 조승우는 그 해맑은 눈빛와 부드러운 미소 그리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멜로 영화의 주인공다운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였습니다.
이렇듯 멋진 영상과 음악, 배우들을 보유한 이 영화는 그렇기에 '조금만 더 스토리에 신경을 썼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을 더욱 짙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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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아빠 장가 가서 애 낳으면 세뱃돈 다시 받을 수 있어요. 이번 설에 지인이 앵벌이 시켜서 세뱃돈 얼마나 많이 받아 왔는데... ^^  2003/02/04   
쭈니 앗! 그런 방법이... ^^;  2003/02/04   
아랑
우아....대단,  2003/02/05   
쭈니 아랑님도 그런 방법으로 세뱃돈을 받으시게요? ^^;  2003/02/05   
희야
나두 이영화봤어
넘 감동적이야 울 그대와 함께 울 그대는 눈물 찔끔할정도로
여자인 나보다 감성이 풍부해!
오빠 요즘 어떻게 잘지내지
보고잡다 오늘따라 무지 보고싶네 언제 한번
구피언니랑 한번 보자 얼굴 좀 보여줘!!!!!!!!!!!!!!
 2003/02/05   
쭈니 희야도 오랜만이네.
우리 얼굴본지 오래되었지?
언제한번 날 잡아서 봐야지.
조만간... ^^
 2003/02/06   
투야
전 참 재밌게 본 영화중 하나인데...
아마..전 어떠한 선입견이나 기대없이 봐서..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왜 그런거 있자나요 생각지도 못하게 재밌는~~ㅋ
솔직히..스토리가 재밌었다기보단..
전 조승우때문에 너무나 재밌게 봤어요..
조승우의 그 해맑은 모습이 절 설레게 했고..
조승우의 애절한 모습이..절 슬프게 했어요.
머..솔직히 주인공에 많이 기대한 영화였지만..
조승우 하나를 건졌다는 것만으로도...꽤나 좋은 영화였답니다
이 영화에서 비오는날 손예진과 조인성의 뛰는 장면이
얘깃거리가 되던데 전 그것보단..
조승우와 손예진의 왈츠장면과 비오는날..
조승우가 손예진 집앞에 왔던 장면..
그런게 더 인상이 남네요.
근데 곽재용 감독껀줄 모르고 봤는데...
그러고 보니..곽재용 표.. 스토리같네요..
허무맹랑한..ㅡㅡ; 실망이라면서..ㅋ
 2006/05/27   
쭈니 제 친구중 우락부락한 놈이 하나있는데 그 녀석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며 강력추천하더군요.
사실 전 기대가 너무 컸기때문인지 실망스러웠답니다.
게다가 곽재용 감독에 대한 제 선입견도 한몫을 했을듯...
 200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