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원규
주연 : 제이슨 스테덤, 서기
개봉 : 2003년 1월 30일
뤽 베송... 그는 아마도 국내에서는 프랑스의 영화 감독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감독일 겁니다. '프랑스 영화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고, '프랑스 영화도 재미있다'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그의 재능은 [그링블루], [니키타], [레옹] 등에서 그 능력을 발휘했으며, 브루스 윌리스를 주연으로 기용한 [제 5원소]로 미국 박스 오피스마저 평정함으로써 이제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1999년에 연출한 [잔 다르크] 이후에 감독보다는 제작과 각본에 더욱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가 연출한 영화의 재미에 푹 빠져있었던 저는 그의 연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뤽 베송'이라고 당당하게 이름이 올라와 있는 영화의 대부분이 그의 연출작이 아닌 제작이나, 각본을 맡은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트랜스포터]도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화의 광고 전단엔 '뤽 베송 제작군단의 2003 스피드 혁명'이라고 큼지막한 글씨가 박혀 있지만, 이 영화 역시 뤽 베송은 제작과 각본만 맡았을뿐, 감독은 홍콩에서 감독겸 배우로 널리 알려진 원규의 몫입니다. 도대체 감독으로써의 뤽 베송의 복귀는 언제쯤 볼 수 있을런지...
[트랜스포터]는 요즘 뤽 베송의 관심사가 스피드와 동양의 액션과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초반은 그가 제작을 맡아서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을 한 [택시]를 보는 것만 같은 주체할 수 없는 스피드의 황홀감을 보여줍니다. 감독을 맡은 원규는 홍콩에서도 유명한 액션 배우겸 감독으로 이 영화를 통해 홍콩식 액션과 [택시]의 스피드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실력을 발휘함으로써 [키스 오브 드래곤]의 이연걸과 뤽 베송의 환상적인 조합과 맞먹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주연을 맡은 홍콩의 여배우 서기는 [와사비]의 히로스에 료코와 더불어 동양적인 미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랜스포터]는 분명 국내 영화팬들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만 합니다. 이 영화의 스피드는 [택시] 이후 뤽 베송식의 스피드 액션에 목말라있는 국내 영화팬들을 만족시켜주고 있으며, 원규의 액션 연출은 뭔가 색다른 액션을 원하는 액션 영화팬들을, 서기의 출연은 홍콩 영화 기근에 아쉬워하는 홍콩 영화팬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보고 있으면 스피드와 액션에 정신을 빼앗겨 90여분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며, 영화를 보고난 후에도 스피드와 액션외엔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을 정도로입니다. 이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기전에 요즘 뤽 베송식 액션 영화를 익혀둔 관객이라면 이러한 스토리의 부재쯤은 충분히 예상을 하였을 겁니다. 이상하게도 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들은 점점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띄고 있음으로써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가 제작을 맡은 영화들은 마치 스토리따위는 무시하겠다는 듯 액션에만 치중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은 [제 5원소]가 SF 액션 영화답지않게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거나, [잔 다르크]가 중세 액션과 더불어 등장 캐릭터들의 복잡한 내면 세게를 잡아내는 것과 반대로 [택시], [와사비], [야마카시] 등이 별다른 스토리 구조없이 액션과 스피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묘한 아이러니입니다. 어쩌면 뤽 베송 감독은 이러한 아이러니속에서 자신의 영화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암튼 뤽 베송의 의도가 어떠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트랜스포터]의 스토리 부재는 그가 제작을 맡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더욱 심해 졌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스토리가 프랭크(제이슨 스태덤)와 라이(서기)의 운명적인 만남 외에 어떤 형상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분간을 할 수 없으며, 그러한 스토리의 부재는 영화의 액션을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엔 손색이 없는 재미를 부여 하지만 이 영화를 비싼 극장비를 내고 극장에서 보기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프랭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서기의 그 환상적인 몸매도 스토리의 부재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음을 진정 뤽 베송은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면서도 관객의 의중을 떠보는 것인지, 의심스럽군요.
암튼 이 모든 논쟁은 뤽 베송이 직접 감독을 맡은 새로운 영화를 보고난후에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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