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히 러브스 미] - 오도리 토투... 불행 바이러스를 퍼트리다.

쭈니-1 2009. 12. 8. 15:54

 



감독 : 라에티샤 콤롱바니
주연 : 오도리 토투, 사무엘 르 비앙
개봉 : 2003년 2월 14일

[아멜리에]를 통해서 행복 바이러스라는 유쾌한 바이러스를 퍼트렸던 오도리 토투가 [히 러브스 미]라는 영화를 통해서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개봉일은 연인들의 사랑 고백일인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 저는 오도리 토투가 발렌타인 데이에 우리 관객들을 찾아 온 것에 대해서 상당히 알맞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연인들이 행복해야 할 발렌타인 데이만큼이나 행복 바이러스가 필요한 날은 없을테니까요. 오드리 토투가 그 커다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또 어떤 사랑에 대한 깜찍한 음모를 벌여서 관객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릴지 생각만 해도 즐거웠던 겁니다. 최소한 [히 러브스 미]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하지만 행복 바이러스를 기대하며 본 [히 러브스 미]를 보고나서 전 예기치 못한 배신감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단언하건데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처절하게 배신감을 느껴 본적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감쪽같이 저를 속일 수가 있었는지... 저는 [히 러브스 미]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기대했다가 불행 바이러스만 잔뜩 안고 나온 겁니다.
지금 이 곳에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제가 느꼈던 배신감을 상세히 적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영화 이야기를 쓰며 그 영화에 대한 스토리는 왠만하면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히 러브스 미]에 대한 영화 이야기에는 이 영화에 대한 스토리를 상세히 적어 넣을 것이며, 그렇기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반전도 빠짐없이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이 영화를 봤거나 혹은 아직 보지 못했더라도 영화의 상세한 스토리를 미리 아는 것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신 분들만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히 러브스 미]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가 멜로 영화가 아닌 스릴러 영화라는 사실입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오도리 토투라던가 이 영화의 낭만적인 포스터의 분위기와 스틸 사진, 그리고 이 영화 수입사의 마케팅 전략 등 이 영화의 모든 요소들은 이 영화가 [아멜리에]와 같은 조금은 엉뚱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행복해지는 명랑한 멜로 영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막상 멜로 영화와는 전혀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어찌보면 끔찍한 사이코 스릴러의 형식을 지니고 있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수입사가 노린 마케팅 효과가 멜로 영화를 보러갔다가 스릴러 영화를 보고나온 관객들의 그 끔찍한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이 영화가 철저하게 절 속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상당히 안좋아 지더군요.
이 영화는 초반에 아주 잠깐 멜로 영화의 형식을 띄기도 합니다. 안젤리크(오도리 토투)가 비록 유부남인 루이(사무엘 르 비앙)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오도리 토투의 그 장난끼 가득한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사랑이 모두 잘 될것이라고 굳게 믿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영화가 조금씩 진행되면서 점차 불안함으로 변합니다. 안젤리크와 루이의 사랑은 전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안젤리크는 점차 히스테릭해 집니다. 영화는 점차 심상치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국 영화가 시작한지 40여분이 흐르면 이 영화는 정체를 밝힙니다. 멜로 영화인척 관객을 속이며 꼭꼭 숨겨놓았던 스릴러적 요소들이...
안젤리크의 시선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영화가 후반으로 흐르면 루이의 시선으로 다시 진행되고, 관객들은 그제서야 이 영화의 정체를 서서히 알아가게 됩니다. 안젤리크의 사랑에 대한 혼자만의 환상과 집착이 행복했던 한 가정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그 순간 오도리 토투의 그 장난끼 가득한 눈망울은 섬뜩함으로 변하고, 그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저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배신감을 맛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를 속이고 유유히 정신 병원을 나서는 장면에선 아예 [아멜리에]의 그 깜찍했던 오도리 토투는 완전히 지워지고,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와 같은 섬뜩함을 그녀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아니 오히려 제 개인적으로는 식인마인 렉터 박사보다는 그 깜찍한 얼굴로 절 완전히 속였던 안젤리크가 더욱 무섭게 보이더군요. 아마도 이제 그녀를 보면 행복 바이러스보다는 끔찍한 불행 바이러스가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히 러브스 미]가 절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안젤리크의 그 끔직한 음모입니다.
분명 [아멜리에]에서도 오도리 토투는 언제나 항상 음모를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음모는 깜찍하고, 귀여우며, 전혀 범죄라고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음모는 오히려 관객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아멜리에]의 행복 바이러스의 정체는 바로 이러한 그녀의 깜찍한 음모였던 겁니다.
[히 러브스 미]에서도 오도리 토투는 음모를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음모는 [아멜리에]에서의 음모와는 전혀 차원이 틀린 끔찍한 범죄 행각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는 루이의 가정을 산산조각내어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말도 안되는 집착이 이 영화에서의 음모의 정체인 겁니다. 그러한 그녀의 음모는 친구의 스쿠터로 루이의 임신한 부인과 일부러 부딪혀 아기를 유산시키고, 루이를 폭력혐의로 고소한 심장병이 있는 환자를 찾아가 그녀를 심장마비로 죽게 만듭니다. 이렇듯 그녀의 음모는 [아멜리에]에서의 음모와 같은 애교 수준을 휠씬 뛰어넘어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 행각에 이르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끔찍한 음모에 휘말린 루이는 점차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이 영화의 초반에 루이의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행복해 보였는지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후반에 초라하고, 불안해 보이는 루이의 모습을 보게된다면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광고 카피는 '<아멜리에>후 1년, 오두리 토투의 두번째 사랑이야기'입니다. 과연 안젤리크의 이러한 행위가 사랑인것인지... 만약 이런 것이 사랑이라면 전 이런 사랑 따위는 받고 싶지도,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때 사랑이 끔찍하게 생각되는 이런 영화를 개봉시키는 영화 수입사가 의도가 궁금하군요. 아마도 행복한 연인들을 시기하여, 발렌타인 데이때 [히 러브스 미]로 불행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


 


  
[히 러브스 미]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분명 이 영화는 오도리 토투의 예기치 못한 연기 변신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스릴러적인 충격은 그 강도가 꽤 큽니다.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보더라도 오도리 토투가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변할지 예상하지 못한 관객들에겐 스릴러 영화로써는 최고의 재미를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그건 부인할 수가 없군요.
하지만 제가 이 영화에 이렇게까지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을 한 것은 이 영화가 날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릴러 영화라면 당당하게 스릴러 영화임을 밝히면 될 것을, 오도리 토투의 전작인 [아멜리에]를 의식해서 철저하게 멜로 영화로 위장한 이 영화의 속임수는 멜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영화를 봤다가 스릴러 영화를 보고나온 황당함으로 이어졌으며, 이 영화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영화의 재미보다는 분한 감정이 먼저 제 가슴속에서 치솟았습니다.
어느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에 대한 시놉시스에 '올 봄, 오드리 또뚜의 사랑 바이러스가 전국을 강타한다!'라고 아주 당당하게 쓰여 있던데, 제발 이런 말도 안되는 광고 카피는 이제는 사라져 주길... 제가 이 영화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그것 뿐입니다. 발렌타인 데이때 연인들끼리 손을 잡고 [아멜리에]의 행복 바이러스를 생각하며 [히 러브스 미]를 찾은 수많은 아무 죄없는 관객들이 저처럼 행복 바이러스 대신에 불행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 영화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떠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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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헉~ 정말이야?
그럼 저렇게 꽃분홍 포스터는 도대체 뭐야....
좀 너무 하는군...나도 행복바이러스를 날리는건 줄 알았는뎅...
 2003/02/10   
쭈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꺼야.
이건 사기야. 사기... ^^;
 2003/02/10   
나루
스릴러면 공포영화?
근데 비디오가계 가보니까요
아멜리아2 라는 비디오 본적이 있는덴
그렇구나
 2003/02/10   
쭈니 [아멜리에2]는 다른 영화랍니다. ^^;
[히 러브스 미]는 [아멜리에2]와는 전혀 다른 영화랍니다.
 2003/02/10   
아랑
일요일낯에 하는 영화프로있자나요. 거기서 이영화소개해주는걸 봤는데 요즘
영화프로에선 거의 끝부분까지 영화를 다 보여주자나요. 거기서 보고 멜로영화는 아니란것을 알았어요. 쭈니님도 그프로라도 보셨으면 이토록 실망하고 노여워하진 않았을텐데. 아이구 아쉬워라.
 2003/02/11   
쭈니 요즘 그런 프로는 아예 안봅니다.
너무 많은 영화정보를 알려줘서... ^^;
 200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