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9년 아짧평

오감도 (2009)

쭈니-1 2009. 12. 11. 12:34


 


 


감독 : 변혁(his concern), 허진호(나, 여기있어요), 유영식(33번째 남자), 민규동(끝과 시작), 오기환(순간을 믿어요)
주연 : 장혁, 차현정(his concern), 김강우, 차수연(나, 여기있어요), 김수로, 배종옥, 김민선(33번째 남자), 엄정화, 김효진, 황정민(끝과 시작), 김동욱, 정의철, 송중기, 신세경, 이시영, 이성민(순간을 믿어요)

정말로 일찍 자고 싶었다.

요즘 저는 잠이 부족합니다. 특히 일요일 밤에 TV에서 [로스트 시즌 5]를 늦은 시간까지 시청을 하다보니 그 영향은 월요일에도 끼쳤고, 월요일이 피곤하니 일주일 내내 피곤함에 쩔어 있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월요일에 퇴근하자마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 결심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긴 돌이켜 보니 그런 결심을 한 것은 이번 주가 처음은 아닙니다. 매번 저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 저녁엔 일찍 자야지라고 결심하지만 밤이 되면 프로야구 보느라, 영화 보느라, TV 보느라, 취침시간이 늦어집니다. 그날도 결국은 [오감도]라는 영화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다음에는 TV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를 보느라 또 다시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화려한 배우들을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제가 [오감도]에 관심을 가진 것은 당연합니다. 이 영화의 출연진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화려합니다. 물론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이다보니 이 영화의 배우들 역시 출연 분량은 적습니다. 하지만 이만한 배우들을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죠.
게다가 이 영화의 주제는 '섹스'입니다. 민감하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임에 분명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를 미리 읽었는데 꽤 대담하더군요.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만큼 야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대담한 스토리 라인을 잘 끌고 나간다면 꽤 괜찮은 영화가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난해하다 못해 하품이 나온다.

하지만 [오감도]는 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능력있는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이다보니 영상미라던가, 독특한 스토리는 분명 돋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지루한 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변혁 감독이 연출한 [his concern]는 너무 평범했습니다. 출장중 KTS에서 처음 만난 민수(장혁)와 지원(차현정)이 두번째 만남을 가지고 섹스를 나누는 스토리에서 특별함은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장혁의 차분은 나래이션이 듣기 좋았다는 것 정도...
[나, 여기 있어요]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의 허진호 감독답게 아련한 영화이지만 역시 특별함은 보이지않습니다. 병에 걸린 아내 혜림(차수연)을 안타깝게 떠나보내는 현우(김강우)의 이야기는 분명 허진호 감독의 전작답게 아련함이 묻어나지만 짧은 단편에 불과하기에 그 아련함은 감동으로 이끌리지 못합니다.

독특하긴 하지만 옴니버스영화의 한계에 부딪힌...

유영식 감독의 [33번째 남자]는 상당히 독특합니다. 까다로운 영화감독 찬운(김수로)을 길들이려는 노려한 여배우 화란(배종옥)과 초짜 여배우 미진(김민선)의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와는 달리 파격적인 노출씬과 갑자기 등장하는 공포 분위기,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코믹 분위기로 인하여 종잡을 수가 없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분명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저와 함께 곁눈질로 영화를 보던 구피는 그래도 [33번째 남자]가 제일 나았다고 하더군요.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은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가장 파격적인 에피소드가 될수도 있었습니다. 남편인 재인(황정민)의 사망 소식과 함께 그가 자신의 후배인 나루(김효진)와 연인 사이였음을 알게된 정하(엄정화). 그런데 어느날 나루는 무조건적인 헌신을 약속하며 정하에게 동거를 제안합니다. 불륜과 동성애, 그리고 가학적인 섹스까지 등장하지만 그러한 소재를 스타급 배우들이 제대로 표현해내지는 못했습니다.
고등학생들의 스와핑을 소재로 한 [순간을 믿어요]는 [선물], [작업의 정석]의 오기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김동욱, 정의철, 신세경, 이시영 등 젊은 배우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들이 왜 스와핑을 하는지, 스와핑을 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구세대인 저로써는 전혀 이해가 안되더군요.

옴니버스영화의 한계에 봉착한...  

전 단편영화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단편영화는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제게 큰 공감을 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옴니버스영화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짧다는 것은 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옴니버스영화도 그렇고 [오감도] 역시도 그러지 못합니다. [오감도]의 각각의 에피스도는 만약 장편영화로 만들어진다면 파격적인 소재로 인하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짧은 단편이다보니 그런 논란대신 '재미없어.'라는 투덜거림만 나오는 것입니다.
스타급 캐스팅도 그렇습니다. 영화의 티져 포스터에서부터 섹스를 강조한 마케팅을 펼쳤던 이 영화는 막상 영화에서는 스타급 배우들의 노출에 대한 문제로 [33번째 남자]의 초반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노출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섹스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섹스가 부족한 이상한 영화가 되고 말았죠. 암튼 이래저래 [오감도]는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his concern] 장혁과 차현정... 그냥 평범했다.

[나, 여기 있어요] 김강우, 차수연... 아련하지만 부족했다.

[33번째 남자] 배종옥, 김수로, 김민선... 독특했지만 어색했다.

[끝과 시작] 엄정화, 김효진... 파격적이지만 심심했다.

[순간을 믿어요] 정의철, 이성민, 김동욱, 이시영, 송중기, 신세경... 흥미롭지만 이해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