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강이관
주연 : 문소리, 김태우, 이선균
시사회에서 퇴짜맞은지 4년만이다.
[사과]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제가 네이버 장르매니아로 활동할 당시의 추억이 있습니다. 네이버 장르 매니아는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시사회는 무한대로 갈 수 있었기에 저는 일주일이면 두세번씩 시사회에 쫓아 다니느라고 구피를 질질 끌고 다녔습니다.
대부분의 시사회에서는 '저... 네이버 장르 매니아에서 왔는대요.'라고 하면 그냥 시사회 티켓을 줬습니다. 간혹 '장르 매니아가 뭐예요?'라고 묻는 곳이 있으면 네이버에 담당자에게 전화걸어서 확인시켜줘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시사회 보라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달랐습니다.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으로 연기파 여배우로써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문소리 주연의 영화였기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사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시사회에 당첨되었어도 시사회장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시사회에 당첨되지 않은 채 왔던 장르 매니아는 당연히 시사회에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시사회장에 몰려든 그 수많은 인파를 보며 '이 영화 대박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사과]는 개봉관을 잡지 못한 채 창고에 썩히다가 3년이 지난 작년 겨우 개봉했지만 처참한 흥행성적만을 남기고 쓸쓸히 퇴장했습니다.
그 사이 작품성은 인정받았더라.
그 사이 [사과]는 토론토 영화제 국제 평론가협회상,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신인 각본상 수상 및 멜버른 영화제, 도쿄 필름 엑스 영화제 등 수많은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사과]의 시사회에서 퇴짜를 맞은 후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라는 관심이 생겼던 제게도 이 영화의 해외 영화제 수상 소식은 다시금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봤습니다.
일단 [사과]는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마치 현실의 내 이야기처럼 사실적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한데 뭉쳐져 있더군요. 캐릭터들도 특별히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특별한 갈등 구조도 존재하지 않은 이 영화는 아주 담담하게 한 여자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난 사실주의 영화가 싫다.
사실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영화는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제게 이 영화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전혀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현정(문소리)이 7년 동안 사귄 민석(이선균)에게 '그냥 자꾸 내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라는 석연치않은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고, 어느날 갑자기 불쑥 나타난 심심한 남자 상훈(김태우)가 '이 빌딩에서 현정씨가 제일 이쁜 것 같아요.'라는 별것 아닌 한마디에 결혼을 하듯이 현실의 사랑도 다른 영화들처럼 가슴 아픈 이별이나, 운명적인 사랑 따위는 드물다는 것을 이 영환느 확인시켜 줍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는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내게, 그리고 내 주위에 흔하디 흔한데 왜 영화에서마저 그러한 현실을 확인해야하는지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정이 사랑과 이별, 결혼의 과정이 제겐 너무나도 심심하게 느껴졌으며, 역시 영화제 수상작은 나와는 맞지 않다라는 씁쓸한 사실만 재확인한채 영화 관람을 마쳐야만 했습니다.
현정과 만석의 사랑은 조금 닭살스러웠다.
그에 비해 현정과 상훈의 사랑은 너무 밋밋했다.
그나마 소득이 있다면 문소리도 애교 떠는 연기를 할줄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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