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9년 아짧평

매직 아워 The Magic Hour (2008)

쭈니-1 2009. 12. 11. 11:34


 


 


감독 : 미타니 코키
주연 : 츠마부키 사토시, 사토 코이치

내게서 영화를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제게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비록 영화보기가 취미이고, 영화리뷰쓰기가 특기이긴 하지만 영화는 제게 취미 그 이상이고, 때론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만약 영화가 없다면 전 아마 무기력한 생활 속에서 웃음을 잃어버린채 쓸쓸히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 제 주위의 사람들은 제가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 인생에서 차지하는 영화의 비중을 너무 과소평가합니다. 그래서 '영화 좀 안 보면 어때?'라는 소리를 제 가까운 누군가에게 듣게되면 저는 나도 모르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제게 있어서 영화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쌍화점]을 잠시 접어두고...

요 며칠동안 [쌍화점]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보고 싶은 영화를 모두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쌍화점]은 당장 내일이라도 볼 수 있을 것만처럼 느껴지다가도 막상 그날이 되면 또 며칠 미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잇어서 짜증이 나고 있습니다. 더이상 이렇게 뒤로 미룰 수는 없다라는 생각에 일요일 저녁 저 혼자라도 [쌍화점]을 보러 가려고 했지만 구피는 버럭 화를 냅니다. '그깟 영화 내일 보면 어때서 꼭 오늘 봐야한다고 난리야.'라며 볼멘 소리를 합니다. 순간 너무 화가 났습니다. 12월 31일부터 본다고 했다가 하루하루 미룬 것이 벌써 4일째입니다. 그리고 하루 더 미룬다고 해도 그날 볼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와 6년을 함께 지냈지만 구피 역시 제게 있어서 영화의 비중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구피와 해답없는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쌍화점]을 혼자 보러 가려던 계획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보고 싶다는 열망은 쉽게 접어지지 않았고, 결국 마루에서 TV드라마 삼매경에 빠졌는 구피를 뒤로 하고 나홀로 작은 방에 처박혀 [매직 아워]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보스를 속여라!

[매직 아워]는 보스의 여자 마리와 바람을 피다가 들통이 나서 죽을 위기에 처한 빙고(츠마부키 사토시)가 살기위해 보스를 속이는 해프닝을 다룬 일본 코미디영화입니다. 빙고는 보스에게 전설의 킬러 데라 토가시를 잘 알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목숨을 건지지만 자신의 정체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데라 토가시를 보스에게서 데려가야합니다. 결국 빙고가 생각해낸 꼼수는 무명의 배우 무라타(사토 코이치)를 데라 토가시라고 보스에게 속이는 것.
무라타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지도 못한채 데라 토가시라는 캐릭터에 빠져 들어서 혼심의 연기를 하고 무라타가 정말 데라 토가시인줄 속은 보스는 무라타를 신임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코믹 코드는 실제상황인줄 모르고 위험한 상황에서 태연하게 연기하는 무라타의 용감무쌍(?)함에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상황 속에서 빙고의 임기웅변도 영화를 보며 미소를 짓게 되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매직 아워'는 다시 돌아온다

솔직히 [매직 아워]는 좀 엉성합니다. 코미디 영화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치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 사랑스럽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일생일대의 연기를 꿈꿔왔던 무명배우 무라타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인 '매직 아워'는 해가 지는 그 순간 즉 저녁 노을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드는 순간을 뜻합니다. 그 순간을 카메라로 담으면 조명이 따로 필요없이도 최상의 화면을 담을 수 있기에 영화계에선 그 짧은 순간을 '매직 아워'라고 한다고 무라타는 설명합니다. 하지만 '매직 아워'는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매직 아워'가 끝나면 곧바로 어두운 밤이 됩니다.
자신이 데라 토가시를 연기한 '매직 아워'와도 같았던 그 순간이 사실은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되었을 때 무라타는 배우 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려합니다. 하지만 어느 노년의 배우가 무라타에게 충고합니다. '매직 아워'가 지나갔을때의 대처법은 다음 날을 기다리면 된다고... 해가 뜨는한 '매직 아워'는 매일 올 것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늙은 자신도 아직 '매직 아워'를 기다리고 있다고...
영화의 초, 중반이 조금은 허무맹랑한 코미디로 진행되었기에 영화 후반의 이러한 장면들은 그리 감동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진솔했습니다.


 

무명배우 무라타... 그는 '매직 아워'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남자에게 기대지만 남자를 완전히 믿지않는 마리... 마지막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

무라타와 빙고... 그들은 분명 환상의 파트너였다.

마지막 반전을 채운 보스... 어쩐지 이 영감이 밉지는 않더라.

[매직 아워]의 히로인들... 그들의 '매직 아워'는 아직 안 왔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맞이할 것이다. 환상의 '매직 아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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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뭐 저도 일본영화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은 보석같은 영화들을 만나고는 하지요.
물론 [매직 아워]가 보석같은 영화는 아니지만 분명 보석에 준하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합니다.
그리고 저도 [L : 새로운 시작]보고 욕나올뻔 했답니다. ^^
 2009/01/05   
액션영화광
일본영화는 제가 좀 거리를 두고있어어요....
대표적인 예로 [데스노트]보고 오~ [데스노트2]보고 와우~ [L-새로운시작]보고 노발대발하면서 뭥미?한 이후로 (이전에도 싫었지만) 거리를 두고있습니다.
줄거리상으로는 괜찮겠지만 전 아직 일본영화는...
너무 할리우드 영화만 선호하는건지도...
 200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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