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3년 영화이야기

[보물성] - 디즈니의 실패한 모험담.

쭈니-1 2009. 12. 8. 15:46

 



감독 : 론 클레멘츠, 존 모스커
주연 : 조셉 고든 레빗, 브라이언 머레이, 엠마 톰슨
개봉 : 2003년 1월 10일

하루라도 영화를 안보고는 참지못하는 제가 2003년이 10여일이나 지나도록 극장에서 영화를 한편도 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볼 영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에 개봉된 유일한 영화는 1월 1일에 개봉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 뿐이었지만 한번 극장에서 헛탕을 쳤던 저는 이 영화를 컴퓨터로 봐버렸으며, 2002년 말에 개봉되었던 거의 대부분의 영화는 2002년이 지나기전에 모조리 봐버렸기에 전 도저히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1월 10일은 제게 무척이나 소중했습니다. 2002년 12월에 개봉되었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색즉시공]등의 무서운 흥행 기세에 밀려 개봉을 뒤로 미뤘던 신작 영화들이 1월 10일을 기점으로 하나,둘씩 개봉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먼저 1월 10일엔 [보물성], [찰리의 진실], [마들렌], [링]이 일제히 개봉을 하고, 일주일 후인 1월 17일에는 [시몬], [웰컴 투 콜린우드], [컨텐더], [메트로폴리스] 등 기대작들이, 그리고 1월 24일에는 설날을 흥행을 목표로한 [이중간첩], [캐치 미 이프 유 캔], [영웅]등 대작들이 일제히 개봉을 한다니 드디어 2003년의 새로운 영화 세상이 열린 겁니다.
1월 10일...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되기만을 기다렸던 저는 꼼꼼하게 영화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을 보여줬던 후배 커플이 그 보답으로 [마들렌]을 보여주겠다기에 10일에는 [마들렌]을, 공포 영화는 낮에 봐야한다는 나의 그녀의 요청에 따라 토요일인 11일 낮에는 [링]을, 제 생일인 12일에는 제가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보물성]을 보기로 했던 겁니다. 그러나 계획은 그대로 실천되지 않더군요. 갑작스러운 후배의 약속 취소에 따라 [마들렌]은 못보게 되었고, [보물성]을 10일에, [링]을 11일에 보기로 계획이 전면 변경되었습니다. [마들렌]에 대한 계획이 취소된 것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암튼 드디어 1월 10일... 제게는 [보물성]을 필두로 2003년의 새로운 영화 세상이 활짝 열린 겁니다. ^^;


 



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의 그 무한한 상상력을 좋아하며, 애니메이션의 그 환상적이며 다양한 테크닉을 사랑합니다. 그런 제게 작년 여름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이었던 디즈니의 [릴로& 스피치]와 드림웍스의 [스피릿]이 개봉되었으며,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신흥 세력인 폭스사의 3D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도 개봉되었습니다. 게다가 세계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되어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도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비록 같이 극장에 갈 사람이 없어서 이 영화들을 모두 극장이 아닌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편의 애니메이션들은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며 어느정도의 작품성과 오락성을 갖춤으로써 애니메이션의 열렬 팬인 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겨울 방학 시즌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주관객층인 어린이들이 방학을 맞이하는 여름과 겨울은 애니메이션이 개봉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떤 애니메이션들이 날 즐겁게 해줄까?'하는 설레임에 애니메이션이 개봉되기만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겨울 방학 시즌을 맞이하여 국내 극장가를 찾아온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보물성]과 일본 애니메이션인 [메트로폴리스]뿐이었습니다.  
디즈니와 더불어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이라는 드림웍스의 신작은 눈에 띄지도 않았고, [아이스 에이지]의 막대한 성공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폭스사의 신작 역시 없었습니다. 게다가 [메트로폴리스]는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매니아적인 성향이 짙은 애니메이션이기에 실질적으로 일반 관객과 만나는 애니메이션은 [보물성]뿐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아마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어린이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마당에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직접적으로 대적할 애니메이션을 새로 개봉한다는 것이 무모한 모험이라는 생각때문인 듯... 하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


 



[보물성]은 디즈니 입장에서 본다면 여러가지 모험을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드림웍스조차 하지못했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맞짱을 떴으며, 해마다 겨울 시즌에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와 같은 3D 애니메이션을 개봉시켰던 전례를 깨고 최초로 셀 애니메이션인 [보물성]을 개봉시켰고, [타이탄 A.E], [파이널 환타지]등 SF 애니메이션이 미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보물섬'을 굳이 SF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한 것도 디즈니로써는 큰 모험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즈니의 모험은 흥행 참패라는 참담한 결과와 함께 [보물성]을 실패작으로 낙인찍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보물성]을 보기전의 제 의문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타잔]에 사용되었던 '가상현실세트'의 사용과 3차원 입체조명, 그리고 2D와 3D를 결합한 5D라는 개념을 완성했다며, 도대체 알아먹지 못할 화려한 애니메이션 테크닉을 들먹이던 이 영화는,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그 엄청난 영상으로 이미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왜?
[보물성]의 흥행 실패는 일단 너무 유명한 원작의 힘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 영화가 원작을 토대로 SF 애니메이션으로 대폭 각색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너무나도 유명한, 그렇기에 뻔히 그 내용을 알고 있었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전설적인 해적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선 짐 호킨스(목소리 주연 : 조셉 고든 레빗)의 흥미진진한 모험은 물론이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악당 캐릭터인 존 실버(목소리 주연 : 브라이언 머리에)까지... 도대체 이 영화가 각색한 것이라고는 배경을 미래의 우주로 바꾼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물론 디즈니가 자랑하는 감초 캐릭터가 이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그것은 미국의 유명한 노장 코미디언 마틴 쇼트가 목소리 주연을 맡은 벤이라는 로보트인데... 분명 벤은 시종일관 이 영화의 웃음을 주도하며 영화의 재미를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세바스찬에서부터 시작한 이러한 감초 조연은 이제는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듯 보입니다.
[릴로 & 스티치]에서 전혀 새로운 오리지날 스토리를 통해 흥행에 성공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보물성]에서는 또다시 오리지날 스토리 대신 위험성이 휠씬 적은 안정적인 원작의 각색을 통해 흥행에 대한 보장을 받고 싶어 했으나 그러한 디즈니의 안전성에 대한 전략은 실패로 판정받고 말았습니다. 디즈니는 다른 모험을 제껴두고 오리지날 스토리의 개발이라는 좀더 공격적인 모험을 감행해야 할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인어공주]를 비롯하여 [알라딘], [타잔]등 유명한 원작을 각색하여 엄청나게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었다는 사실은 [보물성]의 뜻밖의 흥행 실패의 해답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보물성]의 실패는 다른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그중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문제는 바로 음악의 부재입니다. 그것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맡은 [보물성]의 음악이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보물성]이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비해 음악의 비중이 작아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를 비롯한 디즈니의 1990년대의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뮤지컬 형식을 띄고 있다는 겁니다. 그 화려한 영상과 함께 어우러진 그 감미로운 음악은 애니메이션에 문외한이었던 저마저도 매료시켜 단번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열렬팬으로 등극시켰습니다. 이러한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은 최근에 들어서 없어졌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무엇보다도 컸습니다. 작년 여름에 개봉되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 또한 엘비스 프레실리라는 팝음악의 거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시켰습니다. 그런데 [보물성]에서는 그러한 음악의 비중이 이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휠씬 떨어진 겁니다. 음악이 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앙꼬없는 호빵이거늘... ^^;
그리고 [보물성]의 또다른 문제점은 애니메이션의 테크닉이 발전했으면서도 관객들은 그러한 테크닉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보물성]은 '가상현실세트', '3차원입체조명', '5D 애니메이션'이라는 듣기만해도 뭔가 대단한 기술같은 새로운 기법들을 많이 동원했습니다. 그것은 분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기술력이 매년 월등히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뜻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향상된 기술력에 대한 관객의 체감 느낌은 전혀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에 그 문제가 있습니다.    
[인어공주]에서 부분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시도한 이후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등에서 본격적인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의한 획기적인 애니메이션 기술을 선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디즈니는 해마다 기술력을 보강하며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라이온 킹]을 보며 느꼈던 그 기술력에 대한 초절정의 놀라움은 그 이후 점차 둔화되었으며, [보물성]에서는 이 영화가 완성했다는 그 놀라운 테크닉에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겁니다. 도대체 이 영화의 기술력이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다는 건지... 뭔가 관객의 눈에 확 띌만한 획기적이고 새로운 애니메이션 테크닉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관객의 둔화된 감각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이 보입니다.


 



[보물성]...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의 그 흥겨운 음악도 없으며, [릴로 & 스티치]에서의 새로운 오리지날 스토리도 없고, [라이온 킹]에서 느꼈던 애니메이션 테크닉의 그 놀라운 진보도 평범한 관객입장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이 영화는 분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귀중한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좋아하는 저로써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독보적인 존재인 디즈니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예전의 위용을 되찾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올 겨울 시즌엔 이렇게 실패작 판정을 받아버린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보물성]과 매니아를 위한 [메트로폴리스] 뿐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여름 시즌엔 [보물성]의 실패를 거울삼아 전혀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트릴 드림웍스, 폭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강국 일본과 우리나라 새로운 애니메이션도 함께 볼 수 있게 되기를...(특히 우리 애니메이션인 [원더플 데이즈]의 개봉이 너무나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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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그래 맞아. [보물성]에서는 음악이 들리지 않았어. 배경이 우주이기 때문이었는지 미디음악이 약간씩 배경음악으로 깔렸던 것 같아.
[알라딘]에서 들었던 'A Whole New World'라는 노래처럼 나를 애니메이션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음악이 들렸으면 좋겠어.
 2003/01/13   
쭈니 니가 내 의견에 맞장구를 쳐주다니...
오랜만에 의견일치가 되는 것 같군. ^^
 2003/01/13   
나루
저는 오디션이란 극장편 애니두 기대.....
원더플데이즈는 4년동안 제작해따는덴.....잘됬으면 좋게따......
 2003/01/13   
쭈니 오호~ [오디션]이란 애니메이션 제작은 모르고 있었네요. 저런...
언제쯤 개봉될까요???
무지 기다려집니다. ^^
 2003/01/13   
나루
오디션은 원래 2002년 센과치히로 개봉한날 개봉하려고 했지만
뉴타입(애니잡지)보니까.......음.....창작음악(오디션이 음악애니니까),돈때문에 좀늦어져따고 하네요.....
우선 오디션은 2003년가을쯤에 개봉예정이라고 하네요.....
오디션은 한:일합작이라고 합니다 많은기대......만화책두 굿이였죠
 2003/01/13   
나루
[정보] 2년간 제작비 600억원 '아이스 에이지'
보물섬은 과연 얼마를 돈썼을까?
진짜 600억원이 아이스에이지보다 더많이 쓰것같은데........
 2003/01/14   
쭈니 나루님은 굉장한 애니메이션광이시군요.
전 어정쩡한 애니메이션광인데... ^^;
솔직히 '오디션'이라는 만화책을 읽지않아서 애니메이션은 어떠할런지는...
하지만 음악과 애니메이션의 조화라... 왠지 멋질것 같군요.
그리고 [보물성]의 제작비는 대략 1억달러라고 하더군요.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1400억정도...
하지만 미국내 흥행 수입은 3천달러안팎이라고 들었습니다.
디즈니에게는 거의 재앙이었죠.
 200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