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크리스찬 드과이
주연 : 루퍼스 스웰, 데본 사와, 브리짓 윌슨
개봉 : 2002년 12월 19일
끝없는 설원에서 펼쳐지는 광고 제작진과 세계 최악의 테러리스트의 한판 대결... [익스트림 OPS]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올 겨울을 따겁게 달굴만한 꽤 멋진 액션 영화처럼 보입니다. [익스트림 OPS]에는 눈에 익은 스타급 배우도 안나오고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블럭버스터도 아니지만 [트리플 X]와 맞먹는다는 스피드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과 [버티칼 리미트]보다 짜릿하다는 화끈한 액션이 어우러져 국내에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라는 거대한 공룡과 맞붙어 어느정도의 흥행 성공을 이루고 있습니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이 서울 시내 대부분의 극장을 장악하는 바람에 볼 영화가 없었던 제게 [익스트림 OPS]는 부담없이 즐길만한 꽤 괜찮은 영화인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이 영화만큼은 별로 보고싶지 않다는 그녀의 고집때문에 결국 극장에서 보지못하고 컴퓨터로, 그것도 DVD릴 된것이 아닌 캠버전으로 봐야만 했던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액션과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에 빠져 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분명 극장에서 봤다면 이 영화의 시피드 속에서 정신을 못차리며 입만 벌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제 컴퓨터는 극장이 아닙니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제 집중력을 흐트리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이 영화가 펼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의한 스피드한 매력은 자꾸 끊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이 영화는 꽤 괜찮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임과 동시에 부실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는 영화로 보였습니다.
역시 이런 영화는 커다란 극장에서 봐야지만 익스트림 스포츠의 스피드에 의한 체면에 걸려 부실한 스토리 라인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간과하고 넘어갔을텐데... 그것이 약간 아쉽네요. ^^;
[익스트림 OPS]를 보고있으면 [트리플 X], [버티칼 리미트], [클리프 행어]등의 액션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위험을 즐기며 익스트림 스포츠에 빠져있는 영화속 캐릭터들은 [트리플 X]의 샌더 케이지(빈 디젤)을 보는 것 같으며, 끝없이 펼쳐진 설원에서의 스릴은 [버티칼 리미트]를, 설원을 무대로 테러리스트와 벌이는 스토리 라인은 [클리프 행어]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저는 [익스트림 OPS]에게서 이러한 액션 영화보다는 [품행제로]라는 우리나라의 코미디 영화의 그림자를 찾아냈습니다. 분명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고등학생의 어설픈 사랑과 전설같은 무용담을 그린 [품행제로]와 오스트리아의 설원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 목숨을 건 모험을 하는 익스트림 매니아들의 무용담을 그린 [익스트림 OPS]는 겉모습 만으로는 어느 한구석도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재를 위해서 스토리를 포기한 그 대담성만은 완전히 판박이입니다.
제가 본 [품행제로]는 1980년대라는 영화의 배경을 멋지게 그리기 위해 스토리 라인을 포기한 정말로 희안한 영화였습니다. 그렇기에 [품행제로]는 완벽한 1980년대의 재현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나면 1980년대라는 영화의 배경외엔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러한 것은 [익스트림 OPS]도 마찬가지입니다. [익스트림 OPS]가 그려낸 익스트림 스포츠는 [품행제로]가 그려낸 1980년대 시대 배경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익스트림 OPS]는 [품행제로]처럼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을 관객에게 선보이기위해서 스토리 라인을 포기했습니다. [품행제로]가 중필(류승범)과 민희(임은경), 나영(공효진)의 삼각관계를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로 제시하고 중필과 상만(김광일)의 한판 대결을 클라이막스로 배치했듯이, [익스트림 OPS]도 광고를 찍는 사람들의 고뇌와 사랑을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제시하고 익스트림 스포츠팀과 테러리스트의 한판 대결을 클라이막스로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익스트림 OPS]의 스토리 라인은 마치 [품행제로]가 그러했듯이,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영화의 소재에 묻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익스트림 OPS]의 스토리 포기는 영화의 초반부터 그 징후를 보입니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광고를 찍어야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팀의 감독인 이안(루퍼스 스웰)의 고뇌는 장난끼 가득한 팀원들의 묘기에 가까운 스턴트 장면으로 금새 잊혀지고, 동계 올림픽 금매달 리스트이지만 광고를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팀에 가담하여 목숨을 걸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다른 팀원들에게 이질감을 느끼는 클로이(브리짓 윌슨)의 갈등과 동료 팀원인 키티를 향한 윌(데본 사와)의 사랑 역시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영화 후반에 성급히 마무리됩니다.
익스트림 스포츠팀과 테러리스트의 한판 대결을 그린 클라이막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익스트림 OPS]가 [클리프 행어]와 비슷한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했던 저는 익스트림 스포츠팀과 테러리스트의 한판 대결을 은근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쉽사리 익스트림 스포츠팀과 테러리스트의 아슬아슬한 대결을 꺼내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거의 후반인 1시간정도가 되어서야 테러리스트들과 익스트림 스포츠팀의 본격적인 한판 대결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테러리스트와의 한판 대결도 [클리프 행어]만큼 스릴있지도 못합니다. 단지 헬기로 익스트림 스포츠팀을 위협하다가 어이없이 폭발해 죽어버리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테러리스트들이 그렇게 어이없게 죽고 영화도 마치 서두르는 듯 끝나버리자 설원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액션을 기대했던 저는 [품행제로]에서 느껴던 아쉬움이 이 영화에서도 들더군요.
한마디로 이 영화는 익스트림 스포츠의 스피드를 보여주는데엔 분명 성공을 거두었지만, 탄탄한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는데엔 실패한 영화입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소재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구축했더러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일뻔 했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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