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얀 사뮤엘
주연 : 제기 브래드포드, 엘리샤 커스버트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이다.
한동안 우리 영화들의 판권이 활발하게 미국으로 팔렸었습니다. 그런 기분 좋은 기사를 보며 언젠가는 우리 영화들이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로 다시 만들어져서 세계적인 흥행을 하는 그 날을 머리속으로 상상하며 즐거워 했었죠.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작 개봉된 것은 [시월애]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인 [레이크 하우스]가 전부였습니다. 최근 [거울 속으로]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인 [미러]가 개봉했지만 흥행하고는 거리가 먼 성적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엽기적인 그녀]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인 [마이 세시 걸]이 개봉도 하지 못한채 조용히 다운로드 시장에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개봉하지 못한채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한 것은 어쩔수 없다고해도 [엽기적인 그녀]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던 우리나라에선 어느정도 흥행에 성공할텐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서 개봉도 하지 못한채 이렇게 방황하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개봉 못한 이유가 있다.
월요일 저녁, 원래는 극장에서 [신기전]을 보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서 집에서 다운로드를 받은 [마이 세시 걸]을 봤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기대가 되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보다 재미없게 보았지만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로 제 눈을 사로 잡았던 엘리샤 커스버트가 극중 전지현 역을 맡았다는 소식에 어쩌면 잘 어울릴것이라 생각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는 기대이하였습니다. 엘리샤 커스버트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보여줬던 그 숨막히는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너무나도 어정쩡한 연기만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원작에 충실한 것은 알겠지만 [엽기적인 그녀]와 비교해서도 거의 변한 것이 없는 [마이 세시 걸]은 단 한번의 헛웃음 조차도 유발하지 못한채 그저 그렇게 밋밋하게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엽기적이지 못했다.
원작에 충실했던 이 영화...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 영화의 문제는 영화의 오프닝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엽기적은 그녀]의 그 유명한 엽기적인 첫만남 장면... 바로 전지현이 지하철에서 대머리 아저씨의 가발에 오바이트를 하는 장면입니다. 그야말로 엽기적이기에 한참을 웃을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이었죠.
그런데 [마이 세시 걸]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런 엽기적인 장면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 장면을 상당히 순화시킵니다. 그 순간부터 밀려오는 실망감... '뭐야 이거 엽기적이지 않잖아?'
Sassy의 뜻이 궁금해서 네이버의 영어 사전을 찾아보니 '건방진, 방정맞은, 뻔뻔스러운' 혹은 '활발한, 생기 넘치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더군요. '엽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엽기'를 빼고 [엽기적인 그녀]를 리메이크했습니다. 영화 그 자체가 우너작과 많이 비슷했지만 뭔가 많이 허전해 보였던 이유는 바로 '엽기'의 부족함 때문이었습니다. 할리우드의 기획자가 이 영화의 포인트를 확실히 잘못 잡은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원작보다 더욱 엽기적으로 만들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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