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윤철
주연 : 황정민, 전지현
연신내는 너무 멀다.
휴일의 후유증으로인한 월요병이라는 불치의 병이 저를 괴롭히던 어느 월요일. 빨리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푹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회사 직원이 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전 어쩔수없이 상가집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머리는 띵~하며 아파오고, 다리는 천근만근, 눈커플은 시간이 날때마다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해야할 일은 하고, 가야할 곳은 가야하는 법. 전 오랜만에 PMP를 친구삼아 같은 서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먼 연신내로 버스 타고, 지하철 타며 갔습니다.
그 무시무시한 월요병을 이기게 해준 단 하나의 친구는 바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였습니다. 원래는 PMP를 TV에 연결시켜 느긋하게 볼 생각이었는데 연신내를 가는 동안의 지루함을 위해 시간 떼우기용으로 소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지현이 예쁘지 않더라.
사실 감동 위주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고나면 저도 괜시리 슬퍼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이자 히트작인 [말아톤]을 극장 개봉이후 한참 후에서야 그것도 TV로 본 이유입니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도할 정도로 가득 넘치는 이 영화의 감동 코드들로 인하여 저는 같은 날 개봉했던 코미디 [원스 어폰 어 타임]과 스릴러 [더 게임]은 극장에서 봤으면서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자꾸 뒤로 뒤로 미뤄 두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막상 보게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이톤]이 그랬던 것처럼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영화 배우보다는 광고 모델이 더 잘어울리는 전지현이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예쁘거나 엽기적이지 않는 털털한 모습으로 나온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전지현... 연기가 꽤 되더군요.
역시 난 감동코드는 부담스럽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감동 그 자체를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슈퍼맨(황정민)의 사연은 어린 시절 광주항쟁과 어른이 되어서는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아픔이 서로 겹치며 가슴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인간다움을 믿지 않는 휴먼 다큐멘터리 PD 송수정(전지현)이 우연히 그를 만나 점점 심적 변화를 겪는 그 과정을 꽤 잔잔하게 그린 이 영화는 분명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이 영화를 보고난 제 마음 역시 갑자기 쓸쓸해졌습니다.
때마침 지하철에서 내려 거리를 나오니 비마저 내리고 있더군요. 영화를 보고난 후의 그 쓸쓸한 기분에 그 비오는 거리를 우산하나 받쳐들고 천천히 걸어서 집까지 왔답니다. 역시 전 감동코드 영화보다는 활기찬 코미디나 액션이 어울리지는도...
전지현은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이렇게 해놓고보니 정말 슈퍼맨과 닮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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