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마크 월버그, 조이 데이샤넬, 존 레귀자모
구피는 SF영화를 원했다.
비록 구피가 저와 함께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영화 안보기를 선언했지만 구피 역시 영화라면 나만큼은 좋아했었습니다. 결혼 생활 이후 저는 꾸준히 영화 보기를 멈추지 못했고, 바쁜 생활에 시달린 구피는 휴식을 선택한 것 뿐이죠.
어느날 구피가 집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냐고 묻습니다. 구피는 SF, 액션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와 취향이 비슷한 편이죠. 하지만 문제는 저 역시 SF, 액션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왠만하면 극장에서 본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안본 영화중 구피가 원하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를 뒤지고 뒤져서 기껏 찾아낸 영화가 [해프닝]입니다. 구피에게 대강의 영화 스토리와 [식스센스]를 만든 감독의 영화라는 설명을 한 후에야 시큰둥한 표정의 구피를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자살을 하기 시작한다면?
해프닝은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솔직히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습니다. 물론 [언브레이커블]은 공포 스릴러라기 보다는 액션 영화에 가까웠고(액션이 거의 없긴 했지만...)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조금은 이상한 판타지 영화였습니다만... 아직은 [식스센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샤말란 감독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공포 스릴러 전문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쉽게 벗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암튼 영화는 뉴욕의 시민들이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하며 시작합니다. 이유를 알수 없는 이상한 현상에 두려움을 느낀 주인공들은 뉴욕을 떠나려 하지만 어느 한적한 시골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실 [식스센스]와 비교한다면 영화 자체는 그다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쌓여있는 장면등은 충분히 심리적인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식스센스]를 넘으려면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
샤말란 감독으로써는 [식스센스]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해프닝]은 [식스센스]를 뛰어넘기엔 너무나도 많은 것이 부족한 영화였습니다.
우선 영화의 아이디어는 좋았습니다. 사람이 자연을 훼손함으로써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가 되어버린 현 상황에서 자연은 스스로 천적을 없애기 위해 자기 방어를 시작하였고, 그것이 사람들 스스로 자살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정말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어떤 테러나 괴물의 습격보다도 사람들은 커다란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초반 [해프닝]은 그러한 점을 잘 포착합니다. 결코 괴물이나 어떤 가공할만한 공격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서늘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입니다. [식스센스]는 마지막 반전을 통해 영화의 결말을 완벽하게 맺지만 [해프닝]은 영화를 잘 이끌다가 어정쩡하게 결말 지음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마지막까지 이어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결말이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해프닝]을 보며 그러한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영활르 본 구피의 반응... "그래서? 이게 끝이야? 뭐 어쩌라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크 월버그와 조이 데이샤넬... 사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아내를 구하겠다면 무책임하게 딸을 주인공에게 맡기고 떠난 존 레귀자모. 암튼 늦는 여자들이 문제라니까.
평화로워 보이는 들판. 공포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괴물은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두려움을 안겨준 영화. 끝만 잘 맺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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