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02년 영화이야기

[품행제로] - 추억만으로 영화를 만들수는 없다.

쭈니-1 2009. 12. 8. 15:43

 



감독 : 조근식
주연 : 류승범, 임은경, 공효진
개봉 : 2002년 12월 27일

어느덧 파란만장했던 2002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생각해보면 2001년의 마지막 날을 보낸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고 만겁니다. 저는 아직도 2001년의 마지막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날 봤던 영화인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는 물론이고, 그날 했던 생각들, 그리고 그날의 우울했던 기분까지... 정말로 기껏해야 2001년의 마지막날이 겨우 한달정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2002년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버리고 말았네요. 그러고보면 1년이라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만은 아닌가 봅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2003년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며, 2002년의 마지막 날이 엊그제같았은데...라며 씁쓸해 하겠죠?
암튼 2002년의 마지막날은 2001년의 마지막 날처럼 그리 우울하게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한 사랑하는 그녀와 조조할인으로 [품행제로]라는 영화도 봤고, 하루종일 같이 소중한 시간들도 보냈습니다. 저녁땐 오랜만에 학교다닐때 친했던  동생들과 1년만에 만나 돈암동에서 시원한 생맥주도 마시며, 보신각의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만하면 2003년의 마지막 날에는 1년전인 2002년의 마지막 날을 회상하며 재밌고 보람차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겠죠?
2001년과 2002년. 이 1년이라는 세월속에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준 사람은 다르지만 변함없이 제 곁을 지켜준 친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영화입니다. 2001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준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와 2002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준 [품행제로]. 이제 2003년의 마지막 날엔 어떤 영화가 제 곁을 지켜줄런지... 그리고 한가지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2002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해준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녀가 평생을 제 곁에서 작은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기를... ^^


 

 


[품행제로]는 1980년대를 회상하는 영화입니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챔피온]에서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1980년대에 대한 아련한 회상은 [남자 태어나다]와 [몽정기]를 거쳐 [품행제로]에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하지만 [품행제로]에서 드러나는 1980년대에 대한 추억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좀더 구체적입니다. 다른 영화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기위해 1980년대라는 코드를 차용한 것이라면, [품행제로]는 아예 1980년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교련 수업, 룰러 스케이트장, 디스코, 포르노 테잎, 국기 게양식 등으로 대표되는 이 영화속의 1980년대는 1980년대 후반 사춘기를 보냈던 제겐 상당히 매력적인 코드로 다가왔습니다. 얼굴을 거의 뒤덮을 정도의 커다란 안경을 쓰고 다녔고,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가 최고의 인기곡이었으며, 통기타를 배우는 것이 한참 유행했던 그때... [품행제로]는 마치 내 자신이 1980년대 그 시절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완벽하게 그 시절을 재현한 겁니다.
이렇듯 1980년대라는 다분히 추억적인 소재를 꺼내든 이 영화는 만화적이며, 기발하고, 촌스러운 촬영 기법을 동원하여 영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섭니다. 특히 중필(류승범)과 중필의 최대 적수인 상만(김광일)의 무용담이 나오는 장면은 만화적이면서도, 기발하고, 촌스러운 장면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모르게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며, 1980년대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너무나도 행복했던 한때처럼 여겨집니다. 1980년대에 대한 조근식감독의 애정어린 시선이 그만큼 이 영화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이렇듯 [품행제로]의 영화적 재미는 1980년대에 대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이 영화의 재미를 책임지고 있는 또한가지의 요소는 바로 젊은 배우들의 풋풋함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배우는 류승범이라는 배우입니다. 데뷰한지 불과 2년밖에 안되는 이 젊은 배우는 2년사이 부쩍 성장하여 이젠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스타급 배우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잘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개성적인 외모와 왠지 불량해 보이면서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이 배우는 [품행제로]에서 마치 중필의 모습이 자기 자신의 모습인양 너무나도 완벽한 연기를 펼쳐 보입니다.
류승범의 실제 연인 사이로 유명한 공효진의 연기도 약간 식상한 감이 있긴 하지만 무난해 보입니다. 올해 [화산고], [긴급조치 19호], [서프라이즈],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등의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했던 그녀는 [품행제로]에서도 그녀가 지니고 있는 이미지는 깨지 못했지만 그녀가 아니면 터프하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여캡짱 나영이라는 캐릭터가 이토록 실감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영화에서 영화 데뷰전을 치뤘던 임은경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의 뻣뻣한 연기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진정한 연기자로써의 가능성을 [품행제로]를 통해 맘껏 발휘하였습니다. 그 커다란 눈위로 쓰여진 촌스러운 커다란 안경과 여캡짱인 나영앞에서도 결코 기죽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중필앞에 섰을때의 그 수줍음까지... [품행제로]에서 가장 복합적인 캐릭터인 민희를 임은경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결코 어색하지도 않게 해내었습니다. 그녀의 다음 영화에서의 성장이 기대되는 군요.


 

 


이렇게 젊은 배우들의 풋풋함으로 1980년대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꺼내든 이 영화는, 그러나 관객들의 시선을 그리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 이유는 스토리의 부재 탓입니다.
1980년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외엔 영화의 재미를 책임질 구체적인 스토리 전개를 제시하지 못한 이 영화는, 중필과 나영, 민희의 삼각관계를 영화의 주요 스토리로 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량 학생인 중필이 모범생인 민희에게 빠지고, 오래전부터 중필을 짝사랑하고 있던 나영은 중필을 사이에 두고 민희와 신경전을 벌입니다. 솔직히 [품행제로]가 펼쳐놓은 구체적인 스토리는 이것이 전부입니다. 영화의 초반까지는 매력적인 1980년대라는 코드에 사로잡혀 이 영화의 부실한 스토리 전개를 눈치채지 못했으나, 영화가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이러한 스토리의 부재는 영화의 밋밋함으로 연결되고 맙니다.
조근식 감독도 그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영화의 후반 상만이라는 캐릭터를 집어넣어 전설적인 캡짱인 중필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여 놓지만 그것 역시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결국 상만과 중필의 일대일 싸움으로 이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치닫지만 애초에 중필과 상만의 갈등 관계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결국 클라이막스에서조차 이미 식어버린 영화의 재미를 살려내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풋풋한 1980년대를 이야기하던 이 영화에서 상만과 중필의 갑작스런 싸움은 너무나도 난데없이 느껴질 뿐입니다.  
분명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제시한 1980년대 코드는 매력적입니다. 저역시 이 영화를 보며 그때 그 시절을 아련하게 추억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추억만으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관객을 영화속으로 빨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를 무시하고 1980년대라는 영화의 시간적인 공간에만 매달려 버린 겁니다. 좀 더 재미있는 스토리만 제시했어도 1980년대를 회상하며 즐겁게 웃고 나올 수 있었는데... 너무나도 아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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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의꿈
1980년대 초반의 고딩들의 학교가는 차림이 그렇게 불량스러울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군...
류승범은 정말 연기를 잘해...공효진이랑 참 잘 어울리는거 같구...
에궁...중간에 좀 졸아서 못본게 아쉽당...
 2003/01/03   

쭈니
자기 졸은 이야긴 하지 말래더니... 지가 먼저 하는군. ^^
암튼 요즘 많이 피곤한가봐 툭하면 영화보다가 졸고...
 2003/01/03   

alang
1월1일에 삼촌하고 엄마하고 같이 봣는데요.
삼촌이 무지 공감이 가시나봐요. 너무너무 재밌게 봤다고 야단이였어요^^
 2003/01/04   

쭈니
저도 무지 공감되었었답니다.
혹시 삼촌도 저와 비슷한 연배??? ^^
하지만 공감되는 것하고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하고는 틀린 것이죠.
 2003/01/04   

상당히 멋졌던 영화

마지막 마구 놀던 공효진은 연예인이 되고
중필이와 그녀(이름이 뭐였더라.. 아 임은경)
현실과 같이 당연히 헤어지고
중필이는 배운데로 간다고
결국 기타교습소를 차려 적당히 살아간다던
씁씁한 결말..
옛날 롤러장의 추억이 새록새록 나던 영화 ^^;;;
 2006/05/08   

쭈니
추억의 힘이겠죠.
저도 롤러장은 정말 반가웠답니다.
 200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