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윤철
주연 : 천호진, 문희경, 김혜수, 황보라, 유아인
가평에 가다.
올 여름은 극장에서 휴가를 보냈던 저는 여름이 가기전 드디어 멋진 휴양지에 가게 되었습니다.
놀러갔냐고요? 아닙니다. 일하러 갔습니다. ^^;
10월 12일 회사 추계 야유회 장소를 정하기 위해 가평의 블루밸리라는 곳으로 답사를 간 것입니다. 비록 일하러 간 것이지만 업무시간에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서 공기좋고 물좋은 가평에 가니 정말 살맛이 나더군요. 서울 근교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난 왜 가족들과 한번도 가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요.
암튼 가평에서 답사 사진도 많이 찍고 좋은 공기도 실컷 마시며 하루를 기분 좋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양주군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며 [좋지아니한가]라는 우리영화를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비록 놀러간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멋진 곳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그날 나의 하루도 영화의 제목처럼 좋았던것 같네요, ^^
서로 싫어하면서 왜 가족은 함께 사는 것일까?
과연 TV에서처럼 아버지는 존경을 받고 어머니는 따스하게 가족들을 보살피고,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효도하는 집이 있긴 있을까요?
이 영화를 보니 가족이라는 가족은 어찌보면 각자에게 하나의 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와 자식들을 위해 아버지(천호진)는 묵묵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키며 재미없는 일상을 보내고,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 어머니(문희경)는 묵묵히 밥과 빨래, 청소등 집안일을 하루종일 해야합니다.
하지만 아들 용태(유아인)는 이유 모를 반항을 하고, 딸 용선(황보라)은 남들과는 다른 독특함을 지닌채 가족들과 따로 놉니다. 이모(김혜수)는 희망없는 미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용선은 묻습니다. 왜 서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우린 같이 살아야만 하냐고? 서로 미워하고 무관심하면서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같이 살아야만 하냐고 말입니다.
무언가를 사랑해라. 그럼 행복해질것이다.
그런 용선의 질문에 대해서 영화는 2시간동안 차근차근 질문에 답을 해나갑니다. 그리고 그런 답을 하는 과정은 이 단순해보이는 가족영화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버지는 길가에 쓰러진 하은(정유미)를 구해주며 다시 짧은 순간이지만 삶의 열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원조교제 혐의로 되돌아옵니다. 어머니는 무릎인대가 끊어진 사건이후 노래방 청년(이기우)과 만남에 설레임을 경험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커피자판기뿐입니다. 용태는 원조교제를 하는 하은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녀를 용서하기로하고, 용선은 괴짜 선생(박해일)에게 첫사랑을 느끼지만 그는 떠납니다.
결국 그들은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점차 아주 조금씩 행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 행복의 끝은 쓰디쓰지만 말입니다.
지구가 외롭지 않은 이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은 용태 집의 똥개와 이웃집 순종개의 스캔들입니다. 자기네집 똥개를 지켜주기 위해 오랜만에 한마음 한뜻으로 맞서는 용태의 가족. 그들은 비록 서로 사랑하고 있지 않지만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영화 초반 용선의 질문에 대한 영화의 대답이 나옵니다. 그것은 달과 지구의 이야기에 빗대어 집니다.
지구에서 보는 달은 달의 한면 뿐입니다. 달의 다른 면은 결코 볼 수가 없죠. 그 다른면에 무엇이 있을지는 지구에 있는 사람들은 알수가 없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함께 있지만 우리가 가족에 대해서 아는 것은 겉으로 나타난 모습 뿐입니다. 내면의 모습은 결코 볼 수가 없죠. 하지만 지구와 언제나 함께 해주는 달 덕분에 지구가 외롭지 않은 것처럼 가족들이 언제나 함께 해줌으로써 우리는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비록 우리가 볼수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한 면 뿐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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