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저 엘러스,질 컬튼,안소니 스태치
더빙 : 마틴 로렌스, 애쉬튼 커처
웅이를 핑계로 결국 질러버렸다.
[신나는 동물농장]를 본후 용기를 얻은 저는 웅이에게 '우리 [부그와 엘리엇]도 볼까?'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이미 버거킹의 어린이 셋트를 먹으면 주는 부그와 엘리엇 장난감을 웅이에게 사줬기에 웅이는 '[부그와 엘리엇]보고 싶어'라며 똘망똘망한 눈으로 절 쳐다봅니다. 의기양양하게 구피에게 말했습니다. '웅이가 [부그와 엘리엇]보고 싶다잖아' 구피도 '그럼 보러 가자'라고 수긍합니다.
이렇게 2007년 첫주의 기대작이었던 [부그와 엘리엇]을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부그와 엘리엇]을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개봉한지 몇주가 지났다고 거의 모든 극장에서 [부그와 엘리엇]을 내리고 그 자리에 [신나는 동물 농장]으로 채워 놓았더군요.
그렇다고 거짓말쟁이 아빠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웅이에게 [부그와 엘리엇]을 보여주고 싶다는 결의를 다진 저는 결국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길거리 불법 DVD를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부그와 엘리엇]과 함께 [헷지], [플러쉬], [해피 피트]까지 더불어...(절대 제가 보고 싶어서 산게 아니고 웅이 보여줄려고 산겁니다. ^^;)
부드러운 곰 털을 만지고 싶어지더라.
웅이를 위해 DVD를 비디오로 녹화하며 [주몽]도 포기하고 [부그와 엘리엇]을 봤습니다. 처음 몇장면만 보고 [주몽]을 보려고 했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수가 없더군요.
사실 스토리는 별것 없습니다. 사람의 손에서 곱게 키워진 곰 부그가 어느날 야생의 외톨이 사슴 엘리엇과 함께 야생의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고([마다가스카], [와일드]와 얼핏 비슷합니다.) 여기에서 사람들에 맞서 싸운다는([헷지]하고 비슷하죠.)... 지금까지의 애니메이션을 잘 믹스한 듯한 평범한 스토리 라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그와 엘리엇]이 특별한 점은 작은 TV화면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이 영화의 기술력입니다. 영화를 보며 부그의 저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실감나게 동물들의 털을 한올한올 표현해 냈습니다.
여기에 여느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어찌보면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귀여운 여러 동물 캐릭터들이 영화를 보는내내 미소짓게 만듭니다.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인데 아직도 이렇게 애니메이션이 좋으니 저도 참... ^^;
더빙이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웅이가 태어나기전엔 외국 애니메이션이 더빙으로 국내에서 개봉하면 경멸의 시선을 보냈었습니다. 아니 웅이가 태어나서도 한동안 우리 동네 비디오 대여점엔 더빙된 애니메이션만 있다며 투덜거렸었죠.
아무리 애니메이션의 주 관객이 아이들이라지만 원작의 묘미를 잃어버리는 더빙은 사라져야할 악습이라 굳게 믿었었습니다.
하지만 웅이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선 어쩔수없이 더빙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제 막 5살이 된 웅이에게 자막을 읽으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영화내내 자막을 동화책 읽어주는 것처럼 읽어줄수도 없으니...
[부그와 엘리엇]도 더빙인줄 알고 구입했습니다. 분명 길거리에서 불법 DVD를 파시던 아저씨는 이 영화 정품 DVD를 복사한 것이기에 자막도 되고 더빙도 된다고 이야기했답니다. 저는 국내에 정식 DVD가 출시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반문했지만 그 아저씨 못믿겟으면 내일 반품하라고 자신있게 말하더군요.
전 정말 불법 DVD에도 더빙을 넣을 수 있는 무슨 프로그램이 개발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더빙이 된다는 아저씨의 말은 완전 거짓말입니다. 어쩔수없이 자막으로 웅이에게 [부그와 엘리엇]을 보여줬지만 웅이는 열심히 영화를 보면서도 영화속 상황을 이해못해 '부그가 왜 저래?'라는 질문만 연신 해대더군요.
기필코 [부그와 엘리엇]이 정식으로 비디오 출시되면 그땐 꼭 더빙으로 웅이에게 영화를 보여주리라... 굳게 결심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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