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정용기
주연 : 신현준, 김원희, 김수미, 공형진
정말 너무 우울했다.
그날은 정말 너무나도 우울했습니다.
신나는 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머리속은 멍해졌고, 다리엔 힘이 풀려있었습니다.
퇴근길에 구피에게 전화했습니다.
너무 우울하다고...
사실 그날은 제 스스로 무비데이로 지정해놓은 목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이 되면 혼자 극장으로 향했고, 보고 싶은 영화를 혼자 맘껏 즐기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극장이 아닌 구피에게 향했습니다.
물론 영화로 우울함을 달래고 싶었지만 구피와 웅이의 웃음이 영화보다 휠씬 제 우울증에 즉효약일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제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웅이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제게 희망을 주었고, 구피의 미소는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족의 힘이겠죠.
그래도 영화가 보고 싶었다.
웅이를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
구피에게 영화보자고 졸랐습니다.
구피 역시 피곤했겠지만 제 우울한 기분을 알기에 그러자고 하더군요.
같이 비디오 대여점에 갔습니다.
한동안 안갔기에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더군요.
이리저리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때 구피가 '오늘은 코미디 영화를 보자'며 [가문의 부활]을 꺼내 들더군요.
원래 조폭 코미디는 좋아하지 않기에 별로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같이 우울한날 부담없이 웃고 즐긴후 바로 잊어버릴 영화라면 조폭 코미디보다 더 안성맞춤인 영화는 없을 듯이 보였습니다.
게다가 구피의 추천이니...
약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결국 [가문의 부활]을 보기로 했습니다.
더 우울해져 버렸다.
영화를 보는 동안 화가 났습니다.
아니... 도대체 아무리 조폭 코미디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코미디 영화를 저렇게 안웃기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엘리트 집안과 조폭 가문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시리즈의 독특한 소재는 어느사이 깡그리 잊어버리고 [가문의 위기]의 후일담처럼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 이런 영화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해져 버리더군요.
물론 그날 제 기분이 안좋아서 영화에 대한 평가가 더욱 박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폭 코미디를 안좋아하는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코미디 영화는 웃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문의 부활]은 도대체 안웃깁니다.
배우들의 오버 연기에서 웃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 회상씬의 그 촌스러움에서 웃어야 하는 것인지...
제발 이런 영화는 이제 그만...
좋습니다.
저 조폭 코미디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조폭 코미디이면서도 [가문의 영광]과 [두사부일체]만은 극장에서 봤습니다.
[두사부일체]의 경우 아직 그 속편인 [투사부일체]는 보지 못했고, 볼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은 속편이 [가문의 위기]도 봤고, [가문의 부활]도 봤습니다.
결국 조폭 코미디를 싫어하면서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3편을 모두 본 셈입니다.
[가문의 영광]... 분명 재미있었습니다.
조폭 가문의 딸과 엘리트 가문의 아들이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우고 결혼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이 영화는 사실 끝에가면서 점점 제가 싫어하는 형식으로 영화를 이끌어갔지만 그래도 중반까지는 즐길만 했습니다.
2편이 [가문의 위기]는 속편이면서도 [가문의 영광]의 주인공을 모조리 바꾸고 영화의 기본적인 모티브만 살린 영화였습니다.
조폭 가문의 큰아들이 여검사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사건을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는 [가문의 영광]을 살짝 비트는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부활]은???
[가문의 위기]의 주인공들을 고스란히 불러들였지만 이 영화는 시리즈 특유의 모티브는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앞에서 언급한대로 [가문의 위기]의 후일담에 머뭅니다.
이 정도의 스토리라면 차라리 [가문의 위기]가 DVD로 출시될때 스페셜 에디션 형식으로 서비스해주는 것이 휠씬 나을듯 보입니다.
이런 평범한 후일담으로 영화 한편을 만들어내고 관객에게 비싼 돈주며 보라고 권유하는 그들이 정말 밉습니다.
제발 한국 영화의 수준을 깎아 먹는 이런 영화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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