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전윤수
주연 : 차태현, 송혜교
쿨한 사랑과 순수한 사랑이 맞대결을 펼쳤을때...
작년 이맘때, 극장가에서는 때아닌 사랑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날 개봉한 송일국, 손예진 주연의 [작업의 정석]과 차태현, 송혜교 주연의 [파랑주의보]가 흥행 맞대결을 펼친 겁니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겠지만 [작업의 정석]의 대 승리로 맞대결은 시시하게 끝을 맺었죠. 당시 MBC 대하사극 [주몽]이 방영하기 전이었기에 송일국의 인기가 요즘 같지 않았던 상황에서 어느정도 흥행이 보장된 배우인 차태현과 TV 스타 송혜교가 영화 데뷔작으로 선택한 [파랑주의보]가 흥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들 다들 생각했지만 결과는 일방적인 [작업의 정석]의 승리였던 겁니다.
저는 이러한 결과가 요즘 관객들이 순수한 사랑보다는 쿨한 사랑에 더 끌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작업의 정석]을 봤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벼운 두 바람둥이 주인공의 밀고 당기는 사랑은 확실히 부담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즐길만 하더군요.
하지만 오늘 보게된 [파랑주의보]의 순수한 사랑은 잊었던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끄집어 냈겠다는 영화의 과도한 의욕이 오히려 영화를 너무 구식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암튼 그런 면에서 저 역시도 순수한 사랑보다는 쿨한 사랑이 더 즐길만 하다고 생각하는지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파랑주의보]는 일본의 베스트셀러이자, TV드라마로 빅히트를 기록했으며 영화로도 개봉하여 2004년 일본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오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한국판 리메이크입니다. 그렇기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의 비교는 어쩔수없을 듯 합니다.
우선 원작에 비해 [파랑주의보]는 상당히 단순해 졌습니다. 원작에선 두 주인공인 사쿠타로와 아키의 사랑외에도 그들의 사랑의 한가운데에 끼어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리츠코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사쿠타로와 아키의 사랑도 슬펐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진 리츠코의 감춰진 진실도 너무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파랑주의보]는 수호(차태현)와 수은(송혜교)의 사랑에 모든 것을 집중시킵니다. 물론 간간히 수호의 할아버지인 만금(이순재)의 지울수 없는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거의 양념수준입니다.
이 영화의 단순성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나옵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울룰루로의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는 사쿠타로와 아키의 마지막 여정은 관객의 감정을 최고조로 이끌며 자연스러운 눈물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파랑주의보]는 갑작스레 수호가 수은을 들쳐업고 자신의 사랑을 키운 안개섬을 가겠다고 나서더니만 폭풍으로 인하여 배가 뜨지 못하자 아주 조용하게 여행을 포기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 있는 마지막 감정의 폭발을 일으킬만한 장면이 너무 단순하게 바뀌어 버린 셈이죠.
그래도 그들은 풋풋했다.
솔직히 점수를 주라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70%도 채 살리지 못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좋았던 것은 차태현과 송혜교의 풋풋함입니다.
결코 고등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성숙한 외모를 가진 이 두 배우는 무리하게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영화에 임하긴 했지만 그 풋풋한 연기에 맞물려 어느정도 어울렸습니다.
특히 송혜교는 역시 예쁘더군요. 사실 그녀의 연기는 제 눈물을 자극하지 못할 정도로 밋밋했지만 그래도 그 청순한 외모는 앞으로 연기력과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만 키운다면 한국 영화를 이끌만한 재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차기작이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던데... 일단 감독의 이름에서 믿음감이 가는 영화이기에 송혜교가 얼마나 매혹적인 연기를 펼칠지가 주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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