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로버트 저멕키스
우리말 녹음을 보다.
작년 겨울에 개봉되었던 애니메이션들은 제겐 최고의 기대작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제게 선택되어진 애니메이션은 [인크레더블]뿐이었고, 나머지 영화들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폴라 익스프레스]는 결국 포기해야했었습니다.
그리고 1년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인 요즘 저는 우연히 비디오샵에서 [폴라 익스프레스]을 발견하게 되었고 1년전에 극장에서 놓쳤던 그 아쉬움을 달래기위해 나의 황금같은 주말을 이 영화에 바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플레이 버튼을 누른 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기대했던 톰 행크스의 목소리대신 낯선 국내 성우들의 어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1년전에 놓친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되었다는 기대감때문에 저는 제가 빌린 비디오가 우리말 녹음인지, 아니면 우리말 자막인지 확인을 미처 못했던 겁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어차피 조그만 저희 동네 비디오샵에 우리말 자막이 있을리가 없으므로 저는 혼자 투덜거리며 우리말로 녹음된 [폴라 익스프레스]를 봐야만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취하다.
이제 2주후면 크리스마스입니다. 솔직히 어렸을때부터 산타의 존재를 믿지도 않았고, 산타를 믿는 나이도 지난 제게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일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크리스마스가 되면 괜시리 기분이 들뜨고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야만 할것같은 의무감에 휩싸이곤 합니다.
[폴라 익스프레스]는 바로 그러한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일찌감치 취하고 싶은 관객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했고,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비디오를 출시한 것을 보면 이 영화의 국내 수입업자도 그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 봅니다.
암튼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고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감성에 젖어 '그래 산타 클로스가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이 영화의 대단한 위력이죠.
하지만 그 풍부했던 상상력은 어디로 간걸까?
분명 [폴라 익스프레스]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헐리우드에서도 상상력만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로버트 저멕키스임을 상기한다면 영화적인 재미면에서는 실망스러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모험담을 원했는데 결국 평범한 디즈니적인 착한 스토리에 머물러 버리다니...
하지만 이 영화의 부족한 상상력을 탓하기에는 크리스마스의 마법이 꽤 강력하군요. 영화를 보며 자꾸만 우리 웅이가 생각났답니다. 아직은 어린 제 아들 웅이에게만큼은 산타가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그런 순수한 동심을 안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며칠전 엄마를 찾으며 울던 웅이에게 '울면 안되 울면 안되~'라는 캐롤송을 불러주며 산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귀를 쫑긋세우며 울음을 멈추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웅이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을 받고 싶어?'라고 물으니 '빨간 모자!'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답니다. 그런 웅이를 위해서라도 [폴라 익스프레스]같은 영화를 꾸준히 웅이에게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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